한국경제신문사/1998년/328쪽/9천원

박세리 돌풍이 세계 골프계를 술렁이게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신문과 방송 등도 연일 그의 근황을 전하기에바쁘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함께 라운딩을 하자고 제의했다는소식도 들린다. 생활의 의욕을 잃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청량제같은 구실을 하기에 충분하다.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오늘의 박세리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기본기를 충실히 익힌 다음 한눈 팔지 않고 연습한 결과다. 골프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체계적인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이런 가운데 최근 20세기 최고의 골프교습가로 꼽히는 하비 페닉이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골프레슨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하비페닉은톰 카이트, 벤 크렌쇼, 베티 제임슨, 베시 라울즈, 미키 라이트, 산드라 파머, 메리 레나포크 등 가르치는 사람마다 최정상의 골퍼로키운 지도자로 유명하다. 또한 그는 이제까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여자골퍼 15명 가운데 5명이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는데서도 골프교사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이 책 역시 80여년 동안 하비가 사랑했던 골프와 특히 여자 골퍼들에게 골프를 가르쳐주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을 그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철학적인 화법에 담아 전달하고 있다. 마치 옆에 사랑하는 여인을 앉혀놓고 얘기를 하듯이 아주 부드럽게 골프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골프 초보자라도 누구든 쉽게 따라배울 수 있도록 골프에대해 자세하게 설명, 이해를 돕고 있다.하비의 골프철학은 아주 의미심장한 것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그는 자신의 지론을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각 개인의 개성과 체형에 맞게 골프를 칠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는 몇몇 유명스타나 지도자의 이론을 강요하는 톱-다운(Top-Down) 시스템을 강요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철저하게각 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보텀-업(Bottom-Up) 시스템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그다.이 책은 먼저 여성골퍼들이 좀더 힘있는 샷을 구사하는 방법과 게임에 방해가 되었던 심리적인 요소를 컨트롤하는 요령을 심층적으로 제시한다. 「폼보다 세게 치는 방법을 찾아라」, 「클럽헤드보다양손이 앞서야 한다」, 「모래벙커에서는 샤프트의 끝을 강하게 그립하라」, 「퍼트의 선택은 먼저 마음부터」, 「믿는 것은 여러분자신뿐」 등에서 이런 내용이 강렬하게 클로즈업된다.또 스윙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만의「확실한」 노하우도 공개한다. 「백스윙은 천천히, 다운스윙은 모인 힘을 발산하라」는 식이다. 「셋업자세로 헛스윙 문제를 해결하라」, 「임팩트 땐 왼팔이 펴져야 한다」, 「임팩트후 손목을 타깃방향으로 쭉 밀어라」는 대목도 눈에 띈다.이밖에 여성골퍼들이 어떤 골프클럽을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가르쳐주고 있다. 5번우드로는 마치 바이올린을 켜듯이 치라는가 하면 느낌이 좋은 클럽을 선택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골프에서의 기본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하비가 여기서 가르치는 내용들은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들에게도 아주 유용하다. 그러나 하비의 천재성은 바로 남성들과 신체적인 조건이 다소 다른 여성골퍼들에게 올바른 스윙을 하게 만들어주는데에 있다. 특히 여성골퍼들로부터 원하는 모든 움직임을 자아내는 능력, 좋은 골프스윙을 개발하는데 있어서의 그의 독특한 가르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하비는 평소 배움을 멈추는 날이 골프교습을 그만두는 날이라고 주장하며 실천에 옮겼다. 그러다가 그는 지난 95년 영영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골프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묻은채 필드를 영원히 떠났다. 하지만 그의 생애 마지막 레슨이자 골프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곳곳에 짙게 배어 있어서인지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여성골프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