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미션용 황동기어 개발, 일본 역수출 ... 세계시장 석권나서

「평화의 독립군」. 성용금속 이한중사장(46)의 별명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사람들이 붙여줬다. 일본과 무기를 들고 싸우는게 아니라제품으로 무장, 총성없는 전쟁에 앞장서고 있는데서 만들어준 것.꼭 들어맞는 표현이다. 그는 창업이래 수입제품의 대체에만 힘을쏟아왔다. 사출금형소재를 비롯, 자동차 트랜스미션용 황동기어, 에어컨 컴프레서용 압축기부품등. 이들 제품은 공교롭게도 모두 일본에서 수입되던 것들이다. 제품을 만들어 전량 국산으로 대체했고이제는 거꾸로 일본 미국 유럽등지로 수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에 출원한 발명특허가 15건. 이중 6건이 등록됐을 정도로 기술력도인정받고 있다.지난 80년대말. 이사장은 한 자동차업체를 찾아갔다. 트랜스미션부품을 국산화하려고 하는데 어떻겠느냐고 시장조사겸 의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85년 회사를 창업한뒤 사출금형제품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생산품목을 다양화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같은 단조제품인 자동차부품쪽에 진출키로 하고 문을 두드린 것.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이사장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이양반 정신 나간 사람아냐』라는 표정으로. 이사장이 국산화하겠다고 밝힌 트랜스미션용 황동기어는 트랜스미션부품 2백가지중 국산화하지 못한 유일한 부품. 그만큼 기술이 까다로웠다. 자동차업체관계자가 이사장을 부정적으로 본 것은 자동차부품을 한번도 제작해본 적이 없는 주제에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부품을 만들겠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생산해봐야 납품도 못할텐데 뭣하러 국산화하려느냐는 경멸의 의사도 포함돼 있었다.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3년여동안 노력끝에 기어코 황동기어를국산화했다. 이 기간동안 집에서 잔 날보다 서울 성수동 임대공장에서 잔게 훨씬 많았다. 5명의 개발요원과 밤새우기를 밥먹듯했다.자신도 대학에서 금속을 전공한 이 분야 전문가였다.다음 관문은 테스트. 다시 자동차회사를 찾아갔다. 담당자는 거절했다. 자동차부품을 새것으로 바꾸려면 차에 장착, 여섯달동안 테스트를 해야하며 시험비용만 최소한 수천만원이 드는데 당신네 회사를위해 이런 시험을 해줄 까닭이 없다는 것이었다.◆ 1년6개월만에 테스트 통과자동차는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중 한가지 부품에 불량이 생겨도 완성차업체로선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부품구매담당자로선 일본산을 잘 쓰고 있는데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이사장은 나중에 채택해도 타사처럼 개발비를 요구하지는 않겠으니다른 부품을 시험할 때 곁들여서 테스트만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섯번을 졸라 겨우 시험을 받을수 있었다. 그런데 6개월동안의 시험끝에 나온 결과는 불합격. 땅이 꺼질듯했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것은 물론이다. 매일같이 부도위기를 넘겨야 하는 살얼음판 경영이계속됐다. 「이래서 남들이 손을 안댔던 것이구나」그는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어려움에 처할수록 한쪽 구석에선 오기가 생겼다. 다시 테스트를 받게 해달라고 간청, 세번의 시험 1년 6개월동안의 테스트끝에 겨우 합격했다. 이번에는 생산시설 품질관리체제 납기 준수가능성 양산능력을 점검해야겠다며 회사를 샅샅이 조사했다. 결과는또 불합격. 설비를 제대로 갖추면 발주하겠다는 의향서는 작성해줬다. 의향서는 막다른 절망속에서 찾아든 한줄기 빛이었다.이걸 들고 은행지점장을 찾아갔다. 담보도 없이 10억원을 달라고요청했다. 지점장 눈이 휘둥그레졌다. 10억원을 대출해 주려면 담보가 있어야 함은 물론 본점승인까지 얻어야 했다. 지점장은 본점승인은 자신이 노력해볼테니 신용보증서를 받아오라고 했다. 다행히신보관계자는 회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 과감하게 보증서를 발급해줬다. 7억원을 대출받아 김포에 번듯한 공장을 완공하고 황동기어 양산에 돌입했다. 품질수준은 일본과 동등하고 값은 30% 쌌다.국내 경쟁업체도 이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자동차 3사는 상용차에모두 이 회사의 황동기어를 장착했다. 회사가 기사회생하는 발판이된 것은 물론이다.국산화를 집요하게 추진한 것은 그의 근질긴 성격에서 비롯된다.그는 뭔가 결심을 하면 기필코 해낸다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다. 자신이 직접 만든 「보다 깊이,보다 멀리, 보다 넓게」라는 사훈처럼 깊고 멀리보는 사색을 통해 뭔가 보람있는 일을 찾아서 하자는게 신념이다. 그길이 물론 평탄할리 없다. 이어 자동차 에어컨 컴프레서용 압축기부품을 국산화했다. 이 제품은 대우자동차의 승용차와 상용차에 납품된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직전까지 성용금속은 내수판매에만 의존해왔다. 수출은 10%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은 70억원.하지만 외환위기여파로 자동차내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쉽게 인정을받았다. 문제는 수출영업을 전담할 인력과 조직을 갖추는 일.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인력을 늘려가며 조직을 확대할순 없다고 판단,아웃소싱으로 해결했다. 영어에 능통하고 자동차부품을 알면서 수출업무도 겸할수 있는 이 분야의 전문가를 물색했다. 4명을 찾아사외이사로 앉혔다. 이들은 수출선확보에 발벗고 뛰었다. 마침내 해외에서 거래를 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업체가 생기기 시작했다.이탈리아의 트랜스미션분야 대기업인 그라지아노사가 자사 샘플대로 제작해 줄 것을 요청하며 곧 샘플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일본의D사를 비롯한 몇몇 외국업체들도 거래를 희망해왔다.성용금속은 올해를 고비로 수출비중이 내수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지역도 인도네시아에서 유럽 일본 미주등 선진시장으로 다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신보와 중진공의 도움이 결정적인 힘이 됐습니다. 신보는 자금력이 약할때 힘이 돼줬고 중진공은 기술개발과 정책자금지원으로 용기를 북돋아줬지요.』이사장은 두가지 포부를 그리고 있다. 하나는 기존제품인 황동기어와 압축기부품으로 해외시장석권. 또 하나는 반도체및 항공기부품등 신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 자동차부품만으로는 매출확대와위험분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 이미 신제품에 대해선 상당수준의 연구개발이 진행됐다. 빠르면 내년중반부터 양산에 돌입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중소기업사장은 1인10역을 해야 합니다. 기술개발 생산 영업 수출 자금에서 정보수집에 이르기까지. 어찌보면 자기 삶을 포기한가장 불쌍한 존재라고 할수 있지요. 그럼에도 이땅의 중소기업인들이 꿋꿋이 사업을 해나가는 것은 단 한가지 이유 - 사명감 때문이라고 할수 있어요.』이사장은 사명감에서는 남다른 무장이 돼 있는 것 같았다.(0341)987-2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