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정부는 성업공사를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전담 처리하는 배드뱅크(Bad Bank)로 그 기능과 조직을 개편한다고 밝힌바 있다.배드뱅크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나 부실자산등 나쁜 것만을 사들여 이를 전문적으로 정리하는 기능을 가진 은행을 말한다. 금융기관이 구조조정을 통해 건실한 은행으로 재출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실채권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해결하는방법중의 하나가 자회사 형태의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부실채권을인수시켜 정리케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은행은 건전한 자산만 갖게 되는 소위 굿뱅크(Good Bank)로 탈바꿈해 대외신용도의 제고는 물론 좋은 여건하에서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게 되는것이다. 물론 그같은 계획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배드뱅크의부실자산정리가 순조롭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참여나 지원이 뒤따르게 된다.성업공사는 우리나라 모든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인수해서 정리해 주는 배드뱅크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배드뱅크가 부실채권을 인수해 줬다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기존은행들이 자신들의 채권을 배드뱅크에 판 것이기 때문에 배드뱅크로부터 그 채권 값을 제대로 받아야 도움이 된다. 이번에 정부가 성업공사법을 고쳐 일종의 금융업무를 하도록해준 것은 바로 그때문이다. 부실채권에 딸린 담보물을 팔려고 해도 지금은 살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팔리더라도 너무 헐값에 팔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과도기적으로 처분대상인 공장이나 부동산에 대한 금융지원등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시키거나 가치를 높인 연후에 매각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자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의 부실채권담보중 기업을 성업공사가 인수했다면 이 기업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팔게 되면 살 사람은 외국인밖에 없는데 너무 헐값에 팔아버리면 국민경제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은 못된다. 그럴경우 성업공사가 일시적으로 자금지원 등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시킨뒤 제값을 받고 팔자는 것이다.성업공사가 그러한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자면 엄청난 자금이 소요된다. 우선 부실채권인수는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을 발행해 충당토록 하고 나머지 운영자금은 자산매각 대금을 활용하면 가능할 것이라는게 성업공사측의 설명이다. 정부가 국회동의를 받아 성업공사가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 규모는 17조원. 그러나 금융기관 부실채권 규모를 감안한다면 최소한 33조원은돼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의 계산이다.성업공사는 기금채권을 발행해 은행부실채권 인수대금으로 은행에지급하고 성업공사는 인수한 담보물을 팔아 3~5년후에 채권의 원리금을 상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장은 현금이 필요치 않다. 은행으로서도 부실채권을 넘겨주고 정부가 보증한 채권으로 대금을 받았기 때문에 BIS자기자본비율도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로서는 담보물을 넘겨준 대가로 현금이 아닌 채권으로받았기 때문에 유동성 부족을 겪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은행들은성업공사가 부실담보물 인수대금중 상당부분을 현금으로 지급해줄것을 요구하고 있다.부실금융기관정리와 관련해 가교은행(Bridge Bank)을 설립해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된 적이 있다. 가교은행이란 파산은행의 자산과부채를 일시적으로 인수하여 채권채무처리등 후속조치를 전문적으로 추진하는 은행을 설립하는 방법이다. 배드뱅크는 부실채권만을인수해서 정리해주는 일종의 지원기관이지만 가교은행은 모든 자산과 부채를 함께 인수해서 제한적으로 기존의 은행업무를 수행하면서 후속조치를 취하게 된다. 가교은행은 한 은행의 자산부채만을인수해 정리할 수도 있고 여러 은행의 자산부채를 동시에 인수해정리업무를 추진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