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는 동료 한 사람이 얼마전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왔다. 지난 10여년간 우리 경제는 미국보다 두배 이상의 높은 속도로성장해왔지 않은가. 그런데도 왜 미국주가는 몇배로 오르고 우리주가는 반토막도 모자라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나.결국 성장의 과실이 다 어디로 갔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간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과 개혁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새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고자하는 것은 그것이 좀 더 분명하게 우리가 추진해야 할 개혁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기업들의 공개와 증자에 따라 투자자들은 지난 10여년간 상장기업들에 수십조원의 자본을 건넸지만 이들에게 남겨진 것은 수익은 커녕 많은 경우에 거의 휴지가 다된 주식과 쥐꼬리만한 배당 뿐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은 빚도 갚을 수 없게 되었고 금융기관들을 부실덩어리로 만들었다. 그 결과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이 이들 금융기관에 투입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여기에 더하여 무보증회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나 개인 채권자들이 직접 입은 손실도 꽤나 될 것이다.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과 국민의 세금부담 증가의 이면에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과분하게 차지한 집단들이 있었고 또한 기업자금이가치있게 투자되지 못함에 따른 자원의 낭비가 있었다. 첫째, 기업의 이해관계집단으로서 근로자들은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상회하는임금을 받았다고 할수 있으며 이것은 주주들의 희생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주주들은 그들이 투자한 자본에 대해 금리를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올렸어야 하나 잔여청구권자에 지나지 않는 취약한위치 때문에 본전마저 날리게 된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개혁가운데 고용조정이나 임금조정은 앞으로 주주들이 그들의 정당한몫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동시에 기업들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계속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이해돼야한다.둘째, 또다른 기업 이해관계자로서의 대주주경영자는 주주의 입장에서는 외부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지배주주 또는 최고경영자의 지위를 이용해서 사복을 채운 사례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손익을 따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이제는 대주주들도주주로서의 이익만을 얻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과거와 같이 내부거래(self-dealing)를 통해 다른 주주들을 희생시키면서 이익을 얻으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셋째, 정부도 세금을 부과해서 기업이익의 일부를 가져간다는 점에서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된다. 정부도 보다 적은 수입으로 살림을꾸려갈 수 있도록 개혁되어야만 기업, 즉 주주들의 부담을 줄일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기업에 영업손실이 있을 때 전에 납부한세금을 환급해주고 5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이월을 허용하며 합병시 일정 조건하에서 인수기업이 이월결손금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세제개편, 일정범위의 구조조정시 세금부과를 폐지하는 세제개편 등 광범위한 세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마지막으로 과잉투자 등 잘못된 투자정책으로 인한 낭비가 고스란히 주주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또 과잉투자로 인해 초래된고금리 구조는 채권자들의 몫을 늘렸고 여타 이해관계자들의 몫을줄였다. 값비싼 설비들이 중고장비로 또는 고철로 팔려나가는 일이없도록 기업들의 투자 의사결정과정이 혁신돼야 한다. 기업통할체제의 선진화가 개혁과제의 중요한 하나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결국 고비용 저효율 경제구조는 경제성장 과실의 배분이 왜곡된 구조라 할수 있다. 이런 구조는 주주들의 손실과 국민의 세금부담을가중시키면서 자본시장의 발전과 경제효율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나눌 파이의 크기를 작게 한다. 개혁은 실로 왜곡된 성장과실의 배분을 바로잡는 일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