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악화 주요인...외국인 투자자 '시간 끌면 우리' 무리한 요구

정부는 연초 미국 다우코닝사의 28억달러짜리 국내투자 유치에 실패,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부처간 이기주의, 늑장행정,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 등 한국정부의 고질적 타성이 빚어낸 실패사례였다. 그러나 당시 이 사태를 놓고 책임을 진 부처는없다. 새정부 출범전의 어수선한 상황이었는데다 공무원들의 「장기」인 「떠넘기기」가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민간부문은 어떤가. 기업과 금융기관들 역시 외자유치에실패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로 저마다 재무구조가 나빠지자 올들어 민간부문의 외자유치노력은 마치 유행처럼번져갔다. 유치에 성공한 사례는 언론에 대서특필돼 크게 각광을받았다.그러나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은게 현실이다. 성공사례처럼 일반에부각되지 않을 뿐이다.실패사례를 분석해보면 가장 큰 특징은 「막판에 몰려서」 투자유치에 나선다는 점이다. 동아건설이 그랬고 동화은행 산업증권 등이그러했다. 돈줄을 쥐고 있는 외국인들은 투자대상기업의 사정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돈을 갖다달라는 요청이 잘 먹혀들리가 없다.외자유치에 실패해 그룹이 공중분해된 동아건설의 경우를 보자. 최원석회장은 지난 4월27일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와 손잡고 4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그룹이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몰리자 외자유치를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무모했다. 투자유치의 전제조건이었던 인천매립지(3백70만평)의용도변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용도변경을 통해이곳에 관광 물류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동아그룹의 구상은 웅장한 것이었다. 외국인들도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회장이 정부와 교감없이 느닷없이 외자유치를 발표하는 바람에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농림부와 달리 용도변경에신축적인 입장을 보였던 건설교통부도 동아건설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부실 계열사 살리기 미련, 외국인 불신 불러동화은행도 외자유치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퇴출대상에 올랐다.이 은행은 부실이 많고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낮아 외부에서 자본을 끌어오지 않으면 경영정상화가 어려웠다. 이에따라 프랑스계 다국적회사인 「잼프러스사」와 외자도입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실패의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시일이빡빡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증자전 자산실사에만 엄청난 시일이 소요되는데, 은행측이 6월에야 뒤늦게 외자유치에 나섰다는 것은 때늦은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화은행의 경영상황이 외국인들의 자금을 끌어들일만큼 좋지 않았던게 근본적인 요인이라고할수 있다. 지난 7월에 업무가 정지된 산업증권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산업증권의 부실이 갈수록 늘어나자 모회사였던 산업은행은 지난 5월말 『산업증권이 외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연내에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증권측은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허사였다.외국인들은 오히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점에 착안, 출자금전액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계열사를 우량계열사로 떠넘겼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다. 연초부터 효성 T&C의 주식 1백50여만주(지분17%)를 매집했던 미국계 투자회사 아팔루사 펀드는 지난 7월 효성그룹이 효성T&C-효성물산-효성생활관광-효성중공업을 합병한다고발표하자,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해버리고 말았다. 주가조작설까지나돌았던 이 사태에 대해 당시 아팔루사 펀드의 데이비스 테퍼사장은 “『효성T&C같은 건실한 기업을 다른 부실계열사와 합병하면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주장했다.과정이야 어찌됐든, 단 한 개의 계열사라도 살리려는 「미련」이외국인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한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