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해외채권 발행 90억원 유치...탄탄한 경영으로 외국 투자자먼저 손짓

하림(대표 김홍국)이라는 회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기업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닭고기 유통업체라 소비자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본사를 전북 익산에 두고 있다는점도 인지도 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그러나 하림은 외자유치 면에서는 이름깨나 있는 굴지의 대기업이부럽지 않다. 지방의 중소기업이라는 원천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대기업도 쩔쩔매는 외자유치를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2차례에 걸쳐 외국 돈을 들여왔다는 사실은 대기업의 자금담당자들조차 놀랄 정도다.하림이 외자유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올라간다. 외국의 투자자들이 코리아펀드를 통해 하림에 투자하고싶다는 의사를 밝혀오면서 접촉에 나섰다. 회사 입장에서는 외국의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 그만큼 외국에서도 하림을 인정한다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 차원에서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그러다가 지난 1월 코리아펀드의 주선으로 미국의 스커더(Scudder)사로부터 50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하림이 5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스커더사가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발행조건도아주 양호했다. 확정금리 3%에 미전환시 15%의 보장금리를 준다는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보증없이 순수하게 신용만으로 발행했다.중소기업의 전환사채치고는 파격적이었던 셈이다.하림은 지난 7월 또 한차례 「깜짝쇼」를 연출했다. 다른 기업들이외국의 투자자를 찾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던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리아펀드를 앞세워 40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성공했다. 역시 지난 1월의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무보증이었고 금리는 약간 높은 5%였다. 결국 하림은 IMF 사태 이후 2차례에 걸쳐 총 90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특히 모두 무보증으로 외국 돈을꾸어왔다는 사실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먼저 하림의 탄탄한 경영을 들수 있다. 지난 90년 닭고기 가공 전문업체로 출발한 하림은 업계에서는 아주 실속있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의 경우 순이익만 3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그 성장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아주 빠르다. 지난 96년 1천6백억원대였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2천3백억원대로 무려 50% 가까이늘어났다. 올해는 약 2천5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먼저 투자의사를 밝혀온 것도 이렇듯 하림의 경영상태가 좋기 때문이다.◆ 금리조건 3~5% … 3차 유치도 확정적하림은 업계에서 훌륭한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도유명하다. 익산에 동양최대를 자랑하는 2만여평 규모의 닭고기 처리시설과 닭사육 농장을 갖추고 기존의 농장-시장-공장으로 연결되던 닭고기 공급라인을 하나로 결합시켰다. 이는 전체 공정을 단순화시켜 시간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비용절감 면에서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하림은 지난해 기준으로 28%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과 중동 등지에 수출도 한다. 어찌보면 이런좋은 시설이 있었기에 뛰어난 경영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할수있다.외자유치 성공의 이면에는 전라북도의 막후지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전라북도는 김대중 대통령 경제고문을 겸하고 있는 유종근지사를 중심으로 재정경제부에 사모전환사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을 완화해달라고 건의,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잡고 외국인 투자유치에 힘을 쏟았던 셈이다. 이런방식은 앞으로 외자유치의 좋은 선례로 남을만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하림은 요즘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3차 외자유치에 나서고있다. 하나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추천을 받아 외국의 투자자로부터 2천만달러(2백60억원)규모의 외화를 유치하는 문제를 거의 확정지었다. 이미 대략적인 조건에 대해서도 합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