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 단지 움직인다거나 심장이 뛰는 것만으로 설명할수 없다. 무생물인 파도나 전기도 규칙적으로 변하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소리를 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종류의 움직임은 배터리로 움직이는 장난감이 모두 할수있는 것이다.「살아 있다」의 가장 본질적인 요인은 자율적인 행동패턴과 상황에 대한 처리과정에 있다. 생명체는 무생물과 달리 임의로 변화하는 상황에 독자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의 척도를 「행동」으로 볼때 다소 혼란스런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생명의 본질이 단백질 등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과는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바로 생명을 생물체가 아닌 행동과 연결짓는게 최근 급속하게 성장하는 분야인 인공생명연구의 이론적 근거다. 따라서 인공생명은 생물체의 세포를 복제하기 보다는 생물체의 행동특성을 찾아내 이를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즉 누군가가 지시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스스로 움직이고 먹고 짝짓고 싸우고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다.이제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생명은 몇줄의 프로그램코드와 픽셀과 데이터셋으로 이뤄진 화면상의 지형에 나타나는 수준이다. 그러나 실리콘반도체를 근간으로 한 인공동물군들은 단백질을 근간으로한 「생물선조」와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인공생명을 비버나 서울시민처럼 똑같이 살아있는 생명으로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인공생명의 행동원리는 이렇다. 가장 고전적인 형태는 디지털동물들끼리 모이는 규칙은 세가지만 정해놓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한것이다. 실험결과 이 디지털동물은 새들이 무리를 짓는 것과 거의똑같은 행동을 한다고 한다. 인공생명분야의 권위자인 톰 레이박사가 만든 인공생명 티에라는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디지털동물이 스스로 자체의 프로그램코드를 수정하는 것이다.이 경우 대부분의 변종 디지털생물들은 버그로 「사망」했는데 일부는 프로그램 코드를 더 좋게 개선했다. 진화한 디지털동물은 다른 종류보다 빠르게 번식했다.인공생명은 여러모로 실용적이다. 우선 인류의 과거를 이해하는데사용할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데도 마찬가지다. 40억년전의 지구상황을 만들어 놓고 인공생명이 어떻게 생기는지 볼수 있다.인공생명은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도 유용하다. 인공생명으로 인공의 사회를 만들어 시뮬레이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사회는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한 예로 정책결정을 하기전에 해당 정책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비행기조종사들이 실제 비행에 들어가기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충분하게 훈련하는 것처럼 정치가들이실제 정치행동에 들어가기전 인공사회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훈련하는 것이다.파산직전의 경제상황에서 탈출하는 프로그램, 위기를 모면한 다음경제를 회생시키는 프로그램, 대량해고 이후의 사회변화 등 인공사회를 통해 미리 사회상황을 시뮬레이션 할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인공생명을 이용하면 5천만명의 사람들을 실제 파산상황으로 몰지않으면서 정치가들이나 관료들이 정책결정을 연습할 수 있는 경제회생시뮬레이션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