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목표, 금전 외에 경영기법 도입도 포함시켜야...경영권 집착도장애요인

현재 많은 한국 기업이 외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의현실은 한국 투자에 관심을 보였던 적지 않은 외국 기업이 속속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IMF 이후 6∼10개월간 한국 기업과접촉해왔던 많은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과의 협상이 「성공적이지못하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한국 투자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지대한 반면 실질적인 성과는별볼일 없는 현실 속에는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여러 가지근본적인 장애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제 전망에 대한불확실성, 불안정한 노사관계,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인 시각, 은근히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는 분위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이런 전반적인 장애 외에 개별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 역시 적지않다.한마디로 「일단 돈을 끌어들이고 보자」는 생각에 사로잡혀 외국파트너와 협상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외국인과 외자 유치 협상에 성공하기 위해 개별 기업은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소개한다.외자를 유치하려는 기업은 우선 협상 단계별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고려,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로 결정한 이후부터 계약을 마무리짓기까지의 과정은 준비 ? 협상 ? 완성 등의 3단계로 구성되며 이 과정에서 외국 파트너와 대략 15∼20회 정도의 토론이 필요하다.◆ 가격이 성패 가르는 결정적 요소준비단계에서 해야할 일은 외자를 왜 유치하려고 하는지, 외자 유치에서 지켜야할 원칙은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원칙이세워지면 기업내에 협상을 진행할 팀을 구성한 뒤 접촉할만한 외국파트너를 찾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런 준비단계에서부터 외자 유치를 실패로 이끌만한 「씨앗」이 배태된다. 우선 외자를 유치하려는 「의도」 자체가 실패요인이 되는 경우다. 외자 유치의목적을 돈에만 둔다든지 외국인 투자를 부실사업을 처리할 수단으로만 여긴다든지 하는 인식이다. 「나한테 걸레면 남한테도 걸레다」(박용성 두산그룹 부회장).외국 기업이 관심을 가질만한 합리적인 「물건」과 「조건」을 제시하는 한편 협상의 목표도 돈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경영기법이나기술 전수 등으로 넓게 보는 편이 성공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수 있는 비결이다.외국 파트너와 실제 협상에 들어가서는 「가격」이 외자 유치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로 등장한다. 한마디로 한국 기업과 외국 파트너가 기대하는 가격의 수준이 서로 너무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한국 기업이 기대하는 금액은 외국 파트너가제시하는 금액의 3∼5배에 달한다. 물론 외국 파트너가 한국의「급한 사정」을 뻔히 알고 터무니없이 싼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있지만 한국 기업이 국제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원하는 경우도 다반사다.근본적으로 이런 가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자산이다. 이 때문에 「내가 이 사업에 얼마나 투자했는데」라든가 「부채를 갚을만큼은 받아야지」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게 된다.그러나 외국 기업의 가치판단 기준은 철저히 수익 중심이다. 특히DCF(Discounted Cash-Flow)라고 해서 앞으로 10년간의 현금 흐름을 예측, 계산한 뒤 현재 가치로 일정 비율을 할인하는 평가 기준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외자 유치에 성공하려면 외국인과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 DCF에 따라 기업의 정당한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가격 협상시 외국 파트너가 너무 싼 가격을 요구한다는 판단이 들때는 협상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에 대해 되도록 빨리 판단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증을 들어 외국 파트너가 정말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는지 평가한 뒤 외국 파트너가 진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협상을 파기하고 다른 파트너를 찾는 일부터 다시 시작한다.그러나 이때 회사 내부 직원들끼리 가격을 책정하고 협상 과정을평가할 경우 너무 주관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이런 주관적인 판단을 피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요한데 내부 직원들이 최고 경영자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외부 전문가가 지적해주고 어떤 가격이 정당한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또 기업의 부채가 너무 많아 외국 파트너가 투자를 꺼릴 경우에는주거래 은행과 이자율 삭감이나 부채의 일정 부분 탕감, 또는 만기연장 등의 협상도 병행해 외국 파트너의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이필요하다.협상 과정에서 경영권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장애요인이 된다.「너희는 돈만 내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외자 유치에성공할 수 없다. 외국 파트너는 자본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영노하우와 선진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금전 외적인 「지식」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화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것이다.◆ “숨기는 부분 없어야 계약 가능하다”협상 과정에서 또하나 주의해야할 점은 「양보」에 대한 개념이다.「내가 반 양보하니까 너도 반 양보하라」는 식의 태도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외국 파트너를 설득하려면 왜 그런 가격을 원하는지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의 장기 전망에 대한 전망이엇갈려 가격차가 생겼다면 앞으로 이럴 것이라는 식의 막연한 추측보다 전문기관의 구체적인 경기전망 데이터를 보여주며 설득해야한다.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계약서에 사인한 이후 자산 실사와 자산 이전 단계를거치면서 계약이 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투자가 결정된 이후에계약이 결렬되는 주요한 원인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 기업측이 숨겼던 부분이 드러나는 경우다.어떻게든 협상을 성공시키려고 부채나 자본, 매출액 등을 거짓으로밝혔다가 실사 단계에서 이 사실이 드러나면 계약 자체가 수포로돌아갈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리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만한 기준에 따라 회계를 정리하고 처음부터 사실대로 밝히는편이 낫다.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끝까지 비밀로 숨길 수있는 회계 숫자란 없다. 뛰어난 협상 기술로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할 수는 있지만 「숫자」 자체를 끝까지 속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도움말〓맥킨지의 쿠앙 도 파트너·이상훈 시니어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