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외화를 끌어들이는 방법밖에 없다』.김대중대통령이 지난 1월18일에 가진 「국민과의 TV 대화」에서밝힌 말이다. 외자 유치는 김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강조해온 핵심 사안중의 하나다. 「앞으로 외국인들이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여러번 밝혔다. 외자 유치를외환 위기 극복과 경제 회생의 필수적인 요소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실제 우리의 현실이 「외화」에 목말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총 대외지불 부담(외채)은 올 6월말 현재 1천5백38억달러. 평균 8%로 계산해 이자로만 연간 1백30억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쿠앙 도 컨설턴트는 『이자부담을 감안해매년 2백억달러씩 갚아도 족히 10년은 걸릴만한 규모』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매년 수백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최대한 외자를 끌어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자유치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다.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외화에는 두가지가 있다. 한가지는 해외에서 빌려오는 것이고 다른 한가지는 외국인이 국내에 직접 투자하는것이다. 이 두가지 외화 조달 방법중에서 현재 우리에게 더 절실하고 필요한 것은 또다른 외채로 쌓이는 「외화 빚」보다는 외국인의직접 투자다. 김대통령도 지난 1월18일 「국민과의 TV대화」에서『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해 빚을 얻기보다는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것이 낫다』고 밝혔다. 결국 외채를 갚기 위해서는 연간 1백억∼1백50억달러 정도의 외국인 직접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계산이다.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올 1월에서 7월까지 신고된 외국인직접 투자는 36억9천6백만달러였다. 연말까지 이와 비슷한 규모가투자된다고 가정, 2를 곱해도 올해 이뤄질 외국인 직접 투자는 80억달러에 불과하다. 쿠앙 도 컨설턴트는 『아직 금융기관에 신고되지 않은 직접 투자까지 합해 올해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총외국인 투자규모는 86억달러 가량』이라며 『현실적으로 너무 적은수준』이라고 지적한다.그렇다면 외국인 투자가 이렇게 부진한 이유는 왜일까. 우선 짚고넘어가야할 점은 우리나라가 외국 투자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 지역이라는 점이다. 컨설팅회사인 타워스페린의 박광서 한국지사장은 『싼 맛에 이끌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에 투자했던 외국기업들조차 우리나라가 노동력이 비싸기는 하지만 생산성이 높아투자 효율성으로 봤을 때 더 유리하다고 인정한다』고 말한다.◆ 생산성 높아 외국 기업들 시선집중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칼 스턴 회장도 『아직 투자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많은기업들이 한국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그럼에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실제 이뤄지는 외국인 투자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광서 지사장은 『불안정한 노사문제』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승진 연구위원은『외국 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글로벌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못미치는 기업의 회계 및 경영방식도문제점으로 꼽힌다. 김승진위원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기업이나국민이나 할 것없이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너무 민감하게 느끼는게 문제』라고 말한다.외국인 투자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다음의 두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경제주권이 흔들린다는 것이고 둘째는 외국 기업이 국내 생산 기반을 장악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도 위험에 몰린기업을 살리자는 「OO기업 살리기 운동」 등도 외국 기업에 경제주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발생한다고 김위원은 설명한다.그러나 국가간의 장벽이 점점더 낮아지고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이동하는 상황에서 이런 부정적인 요소는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위원은 『외국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고 국내 기업이해외에 투자하는 현실에서 경제주권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외국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가 갑자기 철수할 경우 산업 공동화가 일어나 국내 산업기반이 무너진다는 식의 우려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외국 기업이 다 떠날 정도라면 국내 기업도 국내에서 생산하기어려운 환경이라는 말이 된다. 국내외 기업에 관계없이 세계에서가장 유리한 곳에 투자, 생산하는게 일반적인 기업의 경영방식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보다 우리나라를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김승진 위원)물론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보다 훨씬 뛰어난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과점화, 독점화할 우려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잘 정비, 대비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된다는게김위원의 지적이다.이외에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기를 이용, 국내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시장가치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우리의 사정이 너무 급한게 현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자 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의 시장가치가 오를 수 있을지조차, 즉 경제가 회생될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결국 외자 유치 외에는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별로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외국인 투자라면 이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외자 유치는 △국내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며 △기업의 부도를 막아 고용을 유지해주고 어떤경우에는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자금을 제공하고 부실기업 정리를 촉진,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며△선진 경영기법이나 기술 등을 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이제 결론은 나왔다. 우리가 지향해야할 방향도 정해졌다. 지금 고민해야할 문제는 「외자를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일 뿐이다.★ 외자의 종류빌려 오느냐·자본으로 만드느냐외자는 외국에서 돈을 빌려 오는 차입(Loan)과 자본(Equity)으로끌어들이는 직접 투자로 크게 나눠진다. 대차대조표상에 언젠가 갚아야할 부채로 들어오느냐, 갚을 필요는 없지만 경영권과 연결되는자본으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두가지로 구분되는 것이다. 차입은 외국 은행으로부터 직접 대출을 받든가 해외에서 기업 자체의 신용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의 형태로 이뤄진다.수주계약서를 담보로 캐나다 CIBC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삼성항공의 PO(Purchase Order)론이나 외상매출채권이나 판매계약서 등을 담보로 달러를 끌어들이는 방식 등이 차입에 포함된다.직접 투자는 기존의 주식을 획득하는 구주취득(M&A) 방식과 증자나 합병 등으로 주식을 새로 발행하는 신주발행 방식으로 크게 나눠진다. 사업부 매각이나 합작 투자 등이 모두 외국인 직접 투자에속한다. 독일 코메르츠은행이 외환은행의 지분 29.8%를 확보한 것이나 미국계 연기금 투자회사가 이랜드 계열사의 자본 증자분을 4천만달러에 인수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최근에는 국내 경제 위기로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져 국내 기업이외국으로부터 돈을 차입하기는 힘들어졌다. 또 차입은 달러로 돈을빌린 후 다시 달러로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환차손이 생길 우려가 있어 외환이 불안정한 현 상태에서는 기업이 섣불리 시도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최근에는 외국 투자자의 직접 투자에 의한 외자 도입이 선호되고있다.특히 최근에는 기업의 부채 규모가 투자 유치에 장애가 될 경우 외국 파트너에 부채를 넘기지 않고 영업권 등만 넘기는 M&A 방식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경우 외국 파트너는 부채 부담을떠안을 필요가 없고 국내 기업은 영업권 등의 매각 대금으로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유리하다.OB맥주의 경우 맥주사업 부문을 따로 떼내 세계 4위의 맥주기업인벨기에의 인터브루사와 50:50으로 합작, 두산맥주라는 회사를 새로세우는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한 영업권 양도방식을 선보였다. 맥주사업을 제외한 OB맥주의 다른 사업 부문은 올 9월1일부터 (주)두산에 합병될 예정이다.한라그룹 계열의 한라펄프제지의 경우 국내 채권기관이 보유하고있는 대출 채권을 미국 보워터사가 매입한 후 이를 기업 인수자금과 상계 처리하는 부실채권 정리를 통한 인수 방식으로 처리됐다.이외에 차입과 직접 투자의 중간 형태로 전환사채(CB:ConvertibleBonds)나 교환사채(EB:Exchangeable Bonds), 신주인수권부채권(BW) 발행 등이 있다. CB나 EB 등은 처음에는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하는 채권으로 발행되지만 후에 자본화할 수 있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 투자회사인 캐피털그룹에 무의결권 우선주식 전환사채 3천만달러어치를 매각한 하이트맥주나 3천만달러의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한 메디슨 등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도움말=김시범·대우증권 M&A팀 차장/ 성효국·국제본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