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정리 주장 불구, 일 정부 소프트랜딩 정책 강력 추진

「일본열도는 총체적 불황이다」. 인기작가출신인 사카이야 다이치경제기획청장관이 평가한 일본 경제 상황이다. 경제 주무장관마저일본 경제가 중증에 걸렸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어려운 관료적표현으로 진실을 호도해온 지난날의 관행을 깨트린 것이다. 「마지노선인 1만5천엔대가 무너져내린 증권시장, 잇단 시장개입발언에도 달러당 1백45엔대에서 헤매고 있는 엔화환율, 4.3%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실업률 …」.오부치 신정부가 전임총리출신 대장상을 앞장세워 배수의 진을 치고 있지만 나아지는게 없다. 오히려 비난만 쏟아지고 있다. 「10월위기설」 「오부치정권 1백일 단명」 「일본 최악의 무능정부」「오부치마저 총리로」 …. 언론들이 신정부를 심하게 매질해대고있다. 오부치 정부로는 최대현안인 「경제회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일본경제가 왜 이처럼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가. 오부치 정부의 경제처방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그 핵심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부실금융기관 정리문제다.불량채권정리를 통한 금융기관정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76조엔에 이르는 불량채권을 안고 있는 은행을 대수술하지 않고는 일본경제가 되살아날 수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미국이 부실은행을 과감하게 정리할 것을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일본 정부도 금융시스템 회복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임시국회에 브리지뱅크(가교은행)제 도입 등 금융재생관련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참의원의 과반수 이상을 확보한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이번 회기중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당측 요구를 대폭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대형은행 파산은 큰 충격 ‘막아라’문제는 법안에 포함될 알맹이다. 금융재생법이 일본금융산업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정부측 대응전략의 문제를 첫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미야자와대장상은 은행의 불량채권처리와 관련, 소프트랜딩을 고집하고 있다. 적극 재정을 통해 금융을 소프트랜딩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야미일본은행총재도 대형은행을 브리지뱅크법안의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신 합병 영업양도를 통해 대형은행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은행파산이 미칠 충격을 감안, 파산을 전제로 하는 가교은행 적용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일은측은 『은행당 1백30조엔 규모의 금융파생상품을 거래하고 있는 대형은행의 파산은 일본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히노 금융감독청 장관도 『합병이나 영업양도 등을 생각할 수 있지않느냐』며 대형은행의 브리지뱅크제 적용에 부정적이다. 그는 한술 더떠 대형은행의 검사결과 공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있다.그러나 이같은 소트프랜딩 정책으로는 금융시스템을 회복시킬 수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기리시마 가즈타카 스미토모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은행의 불량채권처리는 하드랜딩 정책을 써야 한다.일본의 금융은 오버뱅킹상황으로 기업의 차입이 지나치게 많다』며『이 부분을 없애지 않고는 본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미즈노 가즈오 국제증권 금융시장조사부장도 『은행의 불량채권은이미 소프트랜딩이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났다』며 미야자와대장상의 처방은 불량채권처리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사사지마 가쓰히토 닛코리서치센터 주임연구원도 마찬가지다. 『은행은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실패할 경우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소프트랜딩 시나리오를 목표로 할 경우 은행의 불량채권 뿐만 아니라 불량차입자 처리방향 등도 제시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시장이 외면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가는 이미 지난 1년동안 충분하게 검증됐다』는게 그의 지적이다.야당측의 정치공세도 걸림돌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국회는 이달하순부터 최대 초점인 불량채권처리법안의 심의에 들어간다. 오부치총리측은 9월21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에 앞서 관련법을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금융재생관련법안들이 정부측 의도대로 통과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관계자들은 참의원의 과반이상을 확보한야당의 공세로 법안의 내용이 대폭 수정될 것이지만 10월7일까지로예정된 이번 임시국회 기간중에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관심사인 일본의 금융개혁을 야당이 반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간 나오토 민주당 대표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을것』이라고 밝혔다.관심의 초점은 법안내용이 어떻게 변질될수 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평화개혁 자유당등 3개 야당은 정부의 금융재생관련법안의 대안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파산처리를 둘러싼 입장차이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대의 난제는 파산금융기관의 불량채권처리방법. 자유당은 『파산금융기관은 예외없이 청산해야한다. 국영은행을설립하는 것보다는 정부의 브리지뱅크쪽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민주당이 제시한 「일시적 국유화방식」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것이다. 이로인해 △일시적 국유화방식과 금융관재인을 두고 처리하는 방식등 2안중 선택 △처리방식 결정을 위한 준사법적 기관의설립등 실무선 합의사항이 공중에 떠버리고 말았다. 야당간 협의가이처럼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정국전개를 둘러싼 입장차이 때문. 자유당은 대형금융기관도 예외없이 청산토록 함으로써 정부안과 확실히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민당이 야당공동안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오부치정권에 타격을 주겠다는 것이다.이에대해 평화개혁은 여야당의 전면대립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을우려하고 있다. 여야당간의 법안수정협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전략이다.민주당은 자민당에 대응하기 위해 야당간 공조체제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정책책임자간 협의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간사장회의로돌파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금융재생관련법안을 둘러싸고 이처럼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정부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 일본은행은 대형은행의 파산을 막기위해 부실은행에 대해 공적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대형은행이 파산할 경우 최종적인 대응수단으로 일은특융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공적자금으로 은행경영을 지원한 다음 구제합병으로 금융기관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미야자와 대장상은 중의원예산위원회에서 『예금보험기구에 30조엔이 확보돼 있다』며 대형은행의 파산방지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임을 내비쳤다. 미야자와 대장상은 또 대형은행의 경영이 위기에 몰릴 경우 최종대응수단의 하나로 일본은행 특별융자를 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하야미 일은총재도 『대형은행이 파산하지 않도록 필요한 자본을투입하거나 구제합병을 할수 있다』고 밝혔다.이같은 방침에 따라 스미토모은행과 일본장기신용은행간 합병을 지원할 움직임이다. 정부는 △일은특융실시 △5천억∼1조엔규모의 공적자금투입 △공동채권매입기구의 차입에 대한 정부보증 등을 통해장은의 불량채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부와 일은은 대형은행이 위기에 빠질 경우 장은처리해법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대형은행을 파산시키지 않으면서 불량채권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을까. 불량채권 정리없이 일본경제가 과연 회생될 수 있을까. 일본경제의 사활이 걸린 은행정리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