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경기부양 본격 착수, '9월 바닥칠 것' 호언...민간에선 회의적

정부는 최근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선언하고 나섰다. 9월말까지 금융산업의 1단계 구조조정을 완료한 뒤 10월부터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측은 경기저점을 오는 9월로 지목했다.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수해피해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온통 비관일색인 분위기 속에서 나온 정부의 발표는 놀랍기까지 하다.물론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들고나온 것은 갈수록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의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산업기반이 급속히 붕괴될 경우 세수기반도 동시에 무너져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릴지도 모른다고우려하고 있다. 경기를 살려야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도 살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다.이에 대해 각 경제연구소등 민간부문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 7월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합의한 올해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4%는 「도저히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비관적인 의견을내놓고 있다.최근에는 국내 경제연구소들 뿐만 아니라 해외연구소들까지 동조하고있다.따라서 경기저점의 도래시기는 「빨라야 내년상반기」라는 주장이다.정부와 민간은 그러나 불황이 오래 지속되면 체질이 극도로 약해진우리 경제가 견디기 어렵다고 보고 경기부양조치를 신속히 취해야한다는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정부의 경기부양 시나리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은 최근 『다음달중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매입과 증자지원 등을 실시해 1단계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10월부터는 경제회생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국민회의의 김원길 정책위의장도 『10월부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확대 등 통해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경기를 살리겠다고 말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경제사정이 안좋을 때마다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흘려오곤 했다.그럴 때마다 민간에서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대부분 「으레 그러려니」하고 넘겼다.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다른 것 같다.재정경제부의 정재룡 차관보는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먹히면 경기는 오는 9월에 바닥을 치고10월부터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말한다. 경기부양의 시차를감안하더라도 올 4/4분기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갖고 있는 경기회복 시나리오는 어떤 것인가.우선 정부가 경제회생책으로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추경예산이다. 실업과 경기부양대책으로 잡아놓은 6조원의 추가재정자금을 최대한 활용해 고사위기에 처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복안이다 . 6조원의 자금은 대부분 중소기업살리기에 배정된다.이를위해 신용보증기금에 정부재정 5천억원을 추가 출연할 예정이다.신용보증기금은 자산의 최대20배까지 보증을 해줄 수 있어 보증여력이 10조원 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또 연내 들어올 세계은행(IBRD)차입금 10억달러(1조3천억원)도 신용보증기금에 전액 출연한다는 방침이어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은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신용보증외에 돈이 집중투입되는 분야는 SOC 확충. 정부는 우선순위가 높고 고용유발 효과가 큰 공항 고속도로 철도 댐 항만 등의사업을 뽑아 1조2천억원을 연내 투입할 계획이다. SOC사업 확대는고용효과가 크고 경기부양의 직접적인 촉매제가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여기에다 금융구조조정에 지원키로 돼 있는 50조원과 기업구조조정기금 1조6천억원,수출활성화를 위한 53억달러의 무역금융 등을 차질없이 집행하면 성장잠재력의 훼손을 상당부분 막을 수있다는 판단이다.정부는 특히 수출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2차 추경에서 수출보험기금 지원금 2천억원을 포함해 3천1백억원을 수출지원자금으로 배정됐다. 재정자금 외에도 정부는 외환보유고 20억달러,IBRD자금 10억달러등 총 53억달러를 수출입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다. 자금지원의 조건을 보다 간소화하고 대상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그러나 경기활성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방책은 다름아닌 금융경색의 완화이다. 재정경제부의 정건용 금융정책국장은 『구조조정을마친 은행들이 기업들에게 충분히 자금을 공급할 수있도록 여건을조성하겠다』며 『이를 위해 다음달 은행들에 대한 증자지원 과정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기준(8%)을 여유있게 맞춰줄 것』이라고 강조했다.나아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와 증자지원을 위해 책정된 50조원의 지원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정부는 또추가적인 금리인하나 환율의 하향안정 등을 통해 경기가 가시적으로 살아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단기간의 경기회복은 가능한가: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최근 하반기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향조정했다. 실물부문의 붕괴속도가 예상보다빠른데 따른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당초 마이너스 5.6%로 발표했던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7%대로 조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이 연구소의 권순우 수석연구위원은 『반도체 선박을 제외한 모든업종에서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고 수출증가세도 현저하게둔화돼 하반기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마이너스 3.1%에서 마이너스 6.4%로 떨어뜨렸다.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조치가 당장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과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산업연구원(KIET)의 온기운 동향분석실장은 『경기를 부양한다고당장 경기저점이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7월이후 수출이 두자리 수의 감소율을 나타내고있어 오히려 경기부양효과를 상쇄시킬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그는 경기저점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예측했다.실질소득의 감소에 따른 심각한 소비위축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을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있다. 하반기 민간소비동향과 관련, 대우는 마이너스 13.6%,LG는 마이너스 12.6%, 삼성은 마이너스10.3%, 한국경제연구원은 마이너스 10.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 및 기업구조 조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앞으로 실업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내수위축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게 이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생산현장의 가동률 더떨어지고 재고율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신용경색 완화도 말처럼 쉽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의 오문석박사는『금융구조조정 비용에 많은 부담을 느끼는 정부가 금융기관을 무한대로 지원해줄 수는 없다. 특히 리스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단행될 경우 모은행들의 부실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은행들의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설령 은행들이 풍부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해도 높은 기업부도율등으로 인한 신용리스크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 역시 올하반기를 경기바닥으로 보지않았다.그러나 경기저점 시기를 내년으로 예상하는 시각에도 다소 문제가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가 최악의 상황이기때문에 내년에는 다소 나아질 것이다』라는 식의 전망을 하고있다.즉 별도로 경제가 좋아질 여건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올해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내년에도 모든 것이 불확실한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전국경제인 연합회가 30대그룹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9개그룹은 2000년이후에야 경기가 회복세를 띨 것으로 대답하기도 했다.여기에다 경기저점을 섣불리 점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다. 이미 인도네시아와 러시아가 사실상 모라토리엄(국가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한 상태에서 동아시아의 금융위기는좀처럼 해소되지 않고있다. 대우경제연구소의 한상춘박사는 『이제구조조정의 성패는 국제금융의 움직임과 밀접히 관련돼있다』면서『올해든,내년이든 경기저점을 우리끼리 점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게릴라성 집중호우'업친데 덮친격' 성장률 악영향8월들어 열흘이상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게릴라성 집중호우」도우리경제에 짙은 주름살을 남길 전망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올여름 홍수피해로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은0.5~1% 포인트 낮아지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2%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연구소측은 『집중호우로 인한 농산물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냉해 병충해등의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어 농산물 생산이 20% 가량감소할 전망』이라며 이 경우 경제성장률은 0.56% 포인트 하락할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수해지역내 산업시설의 생산중단 및 축소로인한 성장률 하락률은 0.31% 포인트로 추정되며 곡물류 수입증가에 따라 추가적으로 0.13% 포인트의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농작물 생산 감소는 곧바로 물가불안을 야기,소비자물가가 2% 포인트 추가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위축을 심화시켜 0.24% 포인트의 성장률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현대경제연구소측도 수해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0.2∼0.4% 떨어지고소비자물가는 1.5∼2.0%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농업생산 및제조업의 조업차질,수출 선적의 지연,도로 제방등 사회간접자본의침수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치보다 하락한 마이너스4.9∼5.1%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제조업체가밀집해 있는 서울 경기지역의 피해가 심해 생산이 0.5∼0.9%,수출이 5∼7억달러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다. 이에 반해 피해복구를 위한 건설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경우 성장률 하락을 어느정도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한국은행 관계자는 『수해복구를 위해 2조원 규모의 수해복구투자를 단행할 경우 약 0.72% 포인트의 성장률 상승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