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인출 가속 요인될듯...국내수출에도 심한 타격

그동안 말도 많던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90일간의 모라토리엄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80년대에는 82년의 멕시코에 이어칠레 브라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국가들이 줄줄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90년대에 들어서는 러시아가 처음이다. 러시아를 계기로 앞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나라가 줄을 잇지 않을까 걱정이다.모라토리엄은 외환보유고가 바닥나고 신용까지 붕괴돼 차입을 통해서 채무이행을 할수 없게 되었을 때 취해지는 조치다. 러시아는 엔화약세와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에 의한 주가 폭락과 신인도하락 등으로 국제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 어려움을 맞았다.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함으로써 러시아 경제는 향후 심한 어려움에 봉착할 전망이다. 서방국가들이 옐친정부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서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옐친 정부의 경제 수습능력에 대해 회의적인데다 이미 러시아 경제가 수습될 단계를 넘어선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이는 과거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국가의 경우에 잘 나타나고 있다.멕시코와 브라질(87년), 아르헨티나(87년)의 3개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국가는 외자도입의 어려움과해외로부터의 물자조달 곤란으로 공장가동률이 하락했다. 성장은급감했으며 물가와 금리는 급등했다. 수입감소로 인해 경상수지는감소했으며 이는 성장기반을 잠식하여 경기침체를 장기화시켰다.이들 3개국의 경우 유예선언이 있었던 해의 성장률은 그 직전 연도에 비해 5~9% 포인트 하락했다. 그 다음해에는 전부 마이너스 성장으로 주저앉았다. 아르헨티나의 성장률 회복속도는 브라질이나멕시코에 비해 빠른 편이어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지 4년후 선언직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반면 맥시코와 브라질의 경우 성장회복에6~7년이나 걸렸다.지불유예를 선언한 나라는 모두 극심한 인플레를 겪는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는 지불유예선언으로 수입중간재의 조달이 어려워 생산에 차질이 발생, 물자부족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브라질이나아르헨티나의 경우 치약 비누와 같은 기초 생필품조차 한때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금리 또한 이와 같은 높은 인플레와 통화긴축으로 초고금리를 면치 못했다.반면 경상수지는 지불유예선언 후 4~5년 동안은 개선추세를 보였다. 맥시코의 경상수지는 지불유예선언이 나오기 바로 전 해인 81년에 1백39억달러의 적자에서 82년에는 63억달러의 적자로 전환되었다. 83년에는 54억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이와같은 경상수지 개선은 수입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맥시코의 경우 82년과 83년에 수입이 각각 36.3%와 38.9% 감소했다.자명한 이야기이지만 지불유예가 선언되면 해외로부터 증권투자자금유입은 급격히 줄어들고 투자자금이탈은 크게 늘어난다. 멕시코의 경우 지불유예 선언 이후 자본수지 중 증권투자부분이 순유입으로 바뀌는데 9년이 걸렸다. 아르헨티나는6년, 브라질은 4년이 소요되었다.러시아도 이와 유사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기초 생필품을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향후 극심한 물자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물자부족과 루블화의 평가절하로 물가는 급등할 것이다.또한 외자유입과 수입의 급격한 감소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급격히위축시킬 것이며, 이는 러시아의 잠재생산능력을 감소시킴으로써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것이다.또 이번의 사태가 러시아의 재정고갈에서 발생한만큼 재정의 초긴축운용도 불가피하다. 재정긴축과 물가급등에 따른 초고금리 그리고 초고금리와 물자부족에 따른 공장가동률 급감, 기업의 도산, 실업자 양산을 면치못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결국 옐친의 실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이는 중남미 3개국가에서 이미 공통적으로 일어난 현상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핵을 보유한 러시아의 특성을 고려, 서방 선진국들이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나 그 같은 예상은 부질없는 것처럼보인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국가는 무엇보다 자신의 수습능력이제일 중요한데 러시아정부(야당을 포함)는 현재까지의 경제상황으로 볼 때 이미 위기수습능력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다.◆ 러시아사태 장기화되면 세계경제 위협따라서 러시아사태는 단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진정되고 있으나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러시아 사태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상승. 동유럽 아시아 중남미 개도국들의 시장은 모라토리엄 발표후 하루 하락했으나 이튿날 반등)중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의 경우처럼 두고두고 국제금융시장과우리증시를 괴롭힐 것으로 생각된다. 러시아의 경우 핵을 보유하고있다는 사실과 공산당의 재대두 가능성 때문에 인도네시아 보다 파급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문제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단순히 러시아 국내의 문제로그치면 다행이지만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아시아 3개국의 IMF 관리 편입, 홍콩의 페그제 붕괴와 중국위안화평가절하 가능성, 일본의 경제개혁부진 등 일련의 사태와 함께 러시아 사태가 세계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 경제는 유럽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 혹은 경착륙 단계에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전문기관들은 세계경제 전망치를하향조정하고 있다. 러시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세계경제의 추락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CIS국가와 동유럽그리고 일부 유럽국가들의 경기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아시아 동유럽 중남미 등 개도국으로부터 선진국들의 자금이탈을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러시아사태는 한국경제와 증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단기적으로는 우리 증시가 하루 폭락후 회복되었지만 러시아가 단시일 내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많아 두고두고 속을 썩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증시에서 선진국들의 개도국에대한 자금인출을 촉진시켜 외국인들의 매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할 것이란 점이다. 특히 러시아와 같은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 외국인 자금인출은 두드러질 것으로 분석된다.둘째 러시아 사태는 현재 급감하고 있는 국내 수출을 더욱 감소시켜 경기의 바닥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국내수출은 97년에 16억3천만달러, 올해 6월까지 7억2천만달러로 그다지 크지는 않으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보따리 수출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크다. 품목별로 보면 섬유 자동차 전자의 비중이높다. 우리나라의 7월 전체수출은 6월보다 17억달러나 감소했고 8월에 들어서도 15일까지 전월보다 6억6천만달러나 감소했다.이러한 수출감소세가 이번 러시아사태에 따른 러시아와 CIS,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수출감소로 이어져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경기의 위축은 상반기에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던 기업실적을 하반기에 더 나쁘게 만들어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