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미수출 3만대도 안돼... 동남아·동유럽 등 주력시장 붕괴조짐

아시아 금융위기의 확산은 자동차 수출에도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가 원화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해외시장에서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국산차 가격이 일본차보다 높아지는 현상도나타나고 있다.이에반해 정리해고등 국내사들의 구조조정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고비용-저효율」구조를 쉽게 타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8월말까지 31만7천대를 수출해 작년 같은 기간(36만6천9백대)보다14.8%가 줄어든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상반기 미국시장에서 「농사」를 망쳤다. 이 회사관계자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미국시장에7만대에 가까운 차를 팔았으나 올해는 3만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근로자들의 장기파업도 영향을 미쳤다. 월별로 5만대 이상을 수출했던 이 회사는 7월과 8월 두달동안2만대도 팔지 못했다. 현대는 이에따라 최근 사장단을 포함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 서유럽시장을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수출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다.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기아자동차는 그 어느때보다 해외에서 고전하고 있다. 8월까지 수출량은 26만1천7백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15.7% 줄어들었다.이 회사의 팽창희과장은 『기아그룹이 부도나면서 해외신인도가 크게 악화된데다 국제입찰도 마무리되지 않아 대부분의 해외딜러들이팔짱을 낀 채 관망하고 있다』고 실정을 전했다. 인도네시아의 국민차사업 추진도 답보상태다. 인도네시아의정정과 경제사정이 워낙불투명하기 때문이다.한가지 위안이라면 미국시장에서 수출이 호조를 띠고있다는 것이다. 기아는 7월 한달간 세피아와 스포티지 1만95대를 팔아, 창사이래 처음으로 미국시장에서 월1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대우자동차는 유일하게 수출이 늘고 있는 회사다. 쌍용자동차를 포함해 지난 8월까지 모두 31만7천8백대를 팔아 11.7%의 「플러스」신장률을 보였다. 경승용차(52.2%)와 소형승용차(42.6%) 대형승용차(80.3%)등에서 고르게 약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른 회사와 달리 우리는 철저하게 해외현지법인을 활용해 마케팅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그러나 올 하반기에도 이같은 추세를 이어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못한다. 수출기획팀의 구본홍차장은 『최근 일본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본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남미국가들(수출비중15%)의 경제사정까지 나빠져 수출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연간 수출물량의 30%를 차지하고있는 동구권에도 걱정스런 시선을보내고 있다. 모라토리엄 선언에 이은 러시아의 경제위기가 동구권으로 확산일로에 있기 때문이다.수출채산성의 악화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내수시장이 극심한침체에 빠지자 각 회사는 재고물량을 밀어내기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유일하게 수출이 늘고 있는 대우자동차 관계자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마진폭을 줄일 수밖에 없다. 현지에 재고가 엄청나게 쌓인 상태에서 「손해보는 장사」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