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가 다리도 나오기 전에 배만 불린 당연한 결과다.』한국 자동차산업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는데 대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90년대이후 자본력, 경영력등 전반적인 기초체력이 버거운 상태에서 대마불사신화에 사로잡혀 양적인 팽창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양적 팽창의 논리적 근거는 규모의경제였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연간 2백만대 생산체제는 갖춰야 하고 그렇게 될 때 제반 코스트가낮춰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 논리는 한국 자동차산업을 지탱해주는 바이블이나 다름없었다.정부관계자나 학계전문가들 또한 이 논리에 적극적인 동조를 펴 업계의 양적 팽창을 측면에서 부추겼다.그러나 기아가 좌초되면서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논리는 재검증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 자동차산업의 정신적 지주였던 규모의 경제논리는 개별회사의 시너지 극대화 차원보다는「덩치를 키우면 망하지 않고 경쟁업체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동원된 감이 짙기 때문이다.그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자동차 진입을 전후한 기존업체의 몸집불리기이다. 93년들어 삼성그룹이 일본 닛산과 기술제휴를 맺고 자동차시장진입을 가시화해 나가자 현대 대우등 기존업체들은 공급과잉을 내세워 삼성차진입을 반대했다. 세계적인 조사기관의 자료를 인용했음은 물론이다.그러면서 기존업체들은 대대적인 공장 신증설을 단행했다. 현대자동차는 아산공장(연산 30만대)과 전주공장(연산 5만대), 대우자동차는 군산공장(연산 30만대)을 새로 지었다. 기아자동차도 이에 질세라 아산공장의 생산규모를 15만대에서 20만대로 늘렸고 쌍용자동차는 대형승용차라인을 신설했다.덩치키우기는 개별 자동차회사의 능력보다는 재벌간의 자존심차원에서 더욱 가열됐다. 이에따라 기존업체의 생산규모는 94년 3백5만여대에서 96년 3백55만대로 50만여대가 늘어났고 97년에는 다시 40만여대가 증가, 총 생산규모는 3백95만대로 늘어났다.공급과잉을 걱정하면서 정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셈이다. 기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기존업체의 대대적인 공장 신증설은 규모의 경제보다는 삼성차가 진입했을 경우를 대비, 격차를 크게 벌리기 위해 진행됐다』며 지금의 한국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이때 잉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당시 기존업체들은 공장신증설을 하면서 필요자금을 내부보다는 외부 차입금을 빌어 충당했다. 95년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업계 전체자본금합계는 4조3천여억원인데 반해 부채총계는 무려 19조9천여억원에 달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할 때 경쟁업체 진출을 막기 위해 생산량늘리는데만 혈안이 된 셈이다. 그후유증은 곧바로 나타났다. 쌍용자동차가 엄청난 금융비용을 견디다 못해 결국에는 대우자동차로 경영권이 넘어간데 이어 기아는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는 신세로 전락했다.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잘못된 규모의 경제논리가 엄청난후유증을 가져 왔음에도 이에대한 반성문을 쓰고 나선 회사는 찾아볼수 없다. 오히려 삼성차진입을 전후한 덩치키우기 논리가 슬그머니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아자동차입찰을 둘러싼 기존업체들의 움직임에서 그런 징후는 여실히 나타난다. 현대 대우자동차 등 기존 업체들은 세계적인 업체와 경쟁을 위해서는 자신들이기아를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제경쟁입찰에 뛰어들었다.내수시장의 극심한 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부실덩어리 기아를 먹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될 경우 부실기업이또다른 부실기업을 먹는 결과를 초래 자칫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가공멸할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덩치키우기보다는 기술개발등 경영내실화를 펴라고 기존업체들에 조언한다.구체적인 사례로 일본 닛산과 혼다를 들었다. 닛산은 연산 1백80만대 생산체제를 갖춘 회사로 96년 3조7천여억엔 매출에 순이익 5백13억엔을 기록했다. 닛산보다 적은 1백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혼다는 같은 기간 2조8천억엔 매출에 순이익 9백3억엔을 올렸다. 생산규모가 작음에도 순이익은 2배가량 많이 올린 셈이다. 97년에는 그 갭이 더 커졌다. 닛산이 적자상태로 돌아선데 비해 혼다는2천6백여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닛산과 혼다의 이같은 경영실적표는 덩치가 크다고 해서 경쟁력있고 좋은 회사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자동차회사의 경쟁력은 총체적인 생산규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차종 생산라인에서 어느 정도를 생산해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특정모델의 차를 한 라인에서 연 약 20여만대를 생산해내면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규모의 경제는 논의돼야하나 국내업체들은 이를 무시한채 총체적인 몸집불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대마불사신화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업체들은 산업연구원의한 연구원이 한 이 충고를 과연 어떻게 받아 들일까.★ 해외 전문기관 한국 자동차시장 전망2003년 1백90만대 공급과잉세계적인 자동차수요예측전문기관인 DRI, EIU는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두 조사기간은 국내시장의 급속한 증가에 힘입어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자동차산업은 내수기반 붕괴로 성장이 정체현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내수시장은 앞으로 5~6년이내에 지난 96년 수준으로의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고 수출또한 품질경쟁력이 낮아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두 조사기관은 특히 한국 자동차산업의 공급과잉문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먼저 EIU는 올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공급능력이 삼성의 신규진입으로 4백40만대에 이르고 있지만 실제 총생산량은 2백10만대에 머물러 가동률이 50%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지난해 70%대 가동률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EIU는 2000년이돼도 50%대의 낮은 가동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DRI는 2003년 한국 자동차 수요를 1백30만대 수준으로 예상하고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업체의 총 생산능력은 4백20여만대이다. 이생산능력을 그대로 둔다고 하더라도 2003년에는 약 1백90만대의 과잉생산분이 발생한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출하는 수밖에 없으나 두 조사기관은 한국차의 수출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저가를 무기로 한수출전략이 먹혀들고 있으나 2000년이후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것이다. 또한 수출주력시장이 몇년뒤 포화상태에 돌입, 지금까지의수출증가세를 유지못할 것으로 보았다.한국 자동차산업의 전망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세계자 동차시장의 공급과잉도 빼놓을 수 없다. 96년 전세계 자동차 생산능력은 6천8백만대이다. 이 기간중 판매대수는 4천9백여만대에 불과했다. 이에따라 세계 자동차산업의 가동률은 72.9%에 머물렀다. 적정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가동률이 80%에 달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것이다.문제는 2000년이 돼도 더욱 악화된다는 점이다. 두 조사기관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과잉공급능력은 계속 확대돼 2001년에는 2천만대이상의 과잉생산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판매경쟁이 가열될수밖에 없고 수익성은 떨어질 것은 물어보나 마나다. 세계적인 업체들이 앞다퉈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인수합병을 단행한 것은 다이런 위기극복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