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쇼핑센터 애물단지로 전략...월마트·까르푸 등 공략 가속화랜드마크는 홍콩 상업중심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주 산뜻한 쇼핑센터다. 한창 쇼핑객이 몰릴 시간인데도 사람이 거의 없다. 이 곳의구치 매장은 텅텅 빈 채로다. 4개나 되는 베르사체 매장도 파리를날린다. 위고보스, 허미즈, 돌체&가바나 매장 역시 텅텅 비기는 마찬가지다. 길 맞은 편에는 아주 호화로운 엠포리오아르나미의 2층매장이 있다. 이곳에는 구경만 하고 있는 단 한명의 고객이 서성거리고 있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이것도 고마운 일이다. 도너캐런의 지역본점은 고대중국 도자기들로 호화롭게 꾸며놨지만 쥐죽은듯고요해 마치 명나라의 무덤을 보는 듯하다.1년전만 해도 이들 쇼핑스토어들은 돈을 물쓰듯 하는 지역주민들과관광객들로 붐볐었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팽창하는 유통시장이었다. 특히 디자이너들의 부띠끄와 고급상품 판매업자들은가장 큰 이득을 봤다. 아시아는 LVMH 뫼뜨 헤네시 루이뷔똥 등패션과 고급 소비재 회사들에 전세계 매출의 절반을 올려주는 시장이었다. 최고급브랜드를 선호하는 아시아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아시아의 유통업자들은 위험할 정도로까지 사업확장을 거듭했다. 이윤보다는 주차문제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야오한, 다이무라, 다카시마야 같은 백화점들은 일본의 소비자문화를 대규모로 싱가포르 베이징 등에 수출했다. 홍콩의 조이스부띠끄나 딕슨컨셉 등 중간 규모의 회사들도 지역들을 오가며 쇼핑지구내에 고급품 전문백화점을 세우면서 이 지역의 거대유통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대열에 뛰어들었다. 여러 가지가 얼마동안은 잘 돼나갔다. 대부분 많은 돈을 벌어들였고 딕슨컨셉은 예리한 안목으로 유통업계의 예언자라는 갈채를 받았고 <포브스 designtimesp=8364>지는 조이스를 지난해 비 미국기업중 가장 경영을 잘한 회사로 선정했다.그러나 대리석과 유리로 으리으리하게 장식된 콸라품푸르와 자카르타, 서울과 홍콩 등의 매장은 이제는 아시아 경제를 붕괴시킨 상징물로 전락해버렸다. 지나친 투자로 거치장스러운 존재가 돼버린 쇼핑몰 옆으로 물건을 살 여유가 전혀 없는 소비자들이 진열된 상품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쳐 버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돈을 마구 써댔던 행동의 결과는 무섭게 나타났다. 야오한은 10여개 이상 점포의 문을 닫으면서 해외영업파산을 선언했다. 다이무라와 마쓰자카야는 8월말 홍콩의 슈퍼스토어를 폐쇄했다. 다카시마야는 싱가포르에서 파산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고 조이스는 태국필리핀 한국에서 영업을 중지했고 다른 곳의 활동도 현저하게 줄였다.아시아지역 쇼핑객들이 선호하는 곳이었던 홍콩에서는 관광객의 급감과 계속되는 불황으로 유통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올들어 5월까지 이 부문의 매출은 거의 30%나 감소했고 올해 전체매출도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고급품 판매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호화로운 고급수입품의 가격이 치솟았고 무분별한 소비행태가 지역의 정서와도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 할인판매 체인들도 고객이 많이 감소했고 잦은 바겐세일을 하고 있지만 어려운 실정이기는 마찬가지다.한때 전문직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의류체인 씸인터내셔널은8월초 홍콩 매장 대부분을 폐쇄했다. 엄청난 투자를 해대던 이 회사 사장이 회사를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로 만들겠다며 자신있게 말했던 것이 불과 3년전이었다. 대부분의 다른 의류 판매업체들도 영업실적이 저조한 매장을 폐쇄하면서 규모를 축소하고 종업원과 재고량을 줄이고 있다. 지역의 많은 소규모 시장들에서도 사정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아시아에서 유통업을 하기에는 확실히 시기가 좋지 않다. 그렇지만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희망의 한끝자락이 보이기도 한다. 매장임대료는 큰폭으로 떨어졌다. 퍼스트퍼시픽데이비스라는 부동산컨설팅사에 따르면 홍콩이나 콸라룸푸르 방콕 등에서는 중심가 목좋은 점포의 임대료가 30% 정도 떨어졌다. 업체들이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주요상권에 있는 점포들이 대거 매물로 나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해고됐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숙련된 경력자들을 쉽게 써먹을 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 광고비도 점점 싸지고있다.경기악화 때문에 대부분의 아시아 유통업자들은 이익을 낼 전망이별로 없다. 하지만 성장할 기회를 찾고 있는 건실한 서구 업체들은아시아의 불행을 자신들이 이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미국의 월마트를 보자. 지난 7월 월마트는 외국 소매업자들에게는별로 좋은 시장이 아니라는 한국에서 네개의 할인매장과 6개의 매장부지를 사들였다. 월마트는 지금은 매장의 원래 이름이었던 매크로란 간판을 달고 있지만 이미 「날마다 할인가격」이라는 익숙한전략으로 현지 업계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경제가 조금이라도나아지면 월마트는 자기 이름을 당당히 내세우면서 나머지 점포와부지들에도 매장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6월 월마트는 앞으로 2년동안 중국에 지금의 세배인 6개의 점포를 더 지을 것이라고발표했다.영국의 거대슈퍼마켓 체인 테스코도 지난 4월 경영난에 시달리는태국 최대재벌 CP그룹으로부터 13개의 슈퍼스토어를 사들임으로써비슷한 방법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테스코도 월마트처럼 당분간은 현지업체 이름을 쓰고 있지만 자금이 더 모이고 경영이 잘될 경우 대만과 한국에까지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프랑스의 하이퍼마켓 까르푸는 아시아에 오래전부터 진출했지만 경제대란 속에서도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까르푸는 아시아에 46개의 거대 점포를 갖고 있는데 이중 20개가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문을 연 곳이다. 채소에서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기본상품들을 값싸고 친절하게 판매한다는 것이 이 업체의 전략. 경기불황 때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지만 먹고 입는 것은 언제나 필요하므로 대형 매장들은 불황속에서도 이익을 남기고 있다.IKEA의 장기적 전망도 역시 밝다. 한정된 공간에 맞게 설계된 멋있고 값싼 가구는 아시아의 상류지향적인 전문인들로부터 항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IKEA도 지금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사를 하는 사람들이 주고객인데 지금같은 경제사정에서 돈을들여 집을 옮기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KEA는 당초 계획했던 대로 올들어 기존 7개 점포에서 세개를더 추가하며 사업을 계속 확장시키고 있다.외국업체들은 사업확장 계획을 밀어붙일 수 있는 재원이 충분한 반면 아시아업체들은 계속 비용을 줄여나가야 할 형편이다. 시장의혼란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아시아 유통시장은 서구의 다국적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과도한 확장을 지속해온 현지업체들은 몰락한형태로 변화돼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치와 베르사체의 부띠끄에도 다시 사람들이 붐빌 것이다. 일본의 슈퍼마켓이었던 자리에는유럽과 미국의 여러 도시들에서 지금 한창 성업중인 서구 거대 유통업체들의 이름이 붙은 간판이 걸려 있을 것이다.「Going cheap」 Aug. 15,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