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이후 상승세 ... 반출 품목, 설탕 라면 등 생필품 위주

3년전 국내에서는 난데없이 북한산 샘물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북한에서 최고로 꼽히는 신덕샘물의 상표권 등록을 놓고몇개 업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주목을 집중시켰다. 특히이 과정에서 몇몇 업체들은 자사가 신덕샘물의 진짜 국내 판매업자라며 소송을 불사하기도 했다.국내에서 북한산 샘물을 놓고 논란이 빚어진 것은 품질 면에서 아주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덕샘물의 경우 김일성이 생전에 마셨던 것으로 북한 최고의 샘물로 알려지면서 이를국내로 반입하려는 경쟁이 벌어졌다. 게다가 이를 국내로 들여올경우 상당한 돈을 벌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음은 물론이다.하지만 국내에서의 북한산 샘물 인기도는 무역상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오르지 않았다. 95년 이후 북한산 샘물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수요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의 경우 물량 기준으로 2백44만ℓ, 돈으로 화산하면 55만달러어치가 반입됐을 뿐이다. 특히 물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운반비가 워낙 많이 먹혀 수입상 입장에서 많은 애로를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북 무역상간 반입경쟁 벌이기도북한산 한약재를 놓고 대북 무역상들이 반입경쟁을 벌인 사례도 있다. 역시 3년전인 지난 95년 전국의 한약상들이 북한산 한약재를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무역상들도 덩달아 이를 들여오기위해 바쁘게 움직였던 것이다. 특히 돈에 눈이 먼 일부 무역상들은북한산 한약재를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중국산을 북한산이라고 속여 도입하기도 했다.북한산 한약재가 인기를 끈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가격이고, 다른 하나는 품질이었다. 특히 당시에 밀물처럼 몰려들던 중국산 한약재에 비해 품질이 더 우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런 움직임은 가속화됐다. 이 바람에 대북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무역상들이 졸지에 막대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요를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도입하면서부작용도 생겨났다. 지난 96년 한해동안만 무려 6백60만달러어치가반입되는 등 수요를 훨씬 초과했다. 반입품목 랭킹에서 6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결국 96년이후 북한산 한약재의 반입량이 크게 줄었다. 95년에 워낙 많은 한약재가 들어오다보니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2백60만달러 상당의 한약재가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하지만 북한산 한약재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는 것이 한약상들의설명이다. 이는 북한산의 경우 산에서 직접 채취한 순수 자연산인데다 가격 면에서도 중국산에 비해서는 비싸지만 국내산과 비교하면 오히려 싸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국내의 경기사정으로 대북비즈니스가 주춤하고 있지만전체적으로는 지난 88년 처음 시작된 이후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특히 농수산물이나 약재 가운데 일부 품목의 경우 품질 면에서 국산에 뒤떨어지지 않는데다 가격 면에서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 무역만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분석된다.남북한 교역품목은 본격적으로 거래가 시작된 89년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반입품목의 경우 89년 25개에서 92년 76개, 95년 1백5개로 대폭 늘어났다. 그러다가 지난 96년 1백22개, 지난해에는 1백40개로 다시 소폭증가했다.국내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반출품목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89년단 1개였던 것이 92년 24개, 95년 1백71개로 마침내 1백개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백74개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반입쪽이 약간많지만 그 차는 그리 크지 않음을 알수 있다.교역의 대상이 되는 주요 상품 역시 다양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거래되는 것이 특정 분야 상품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반입물품으로는 북한에서 많이 생산되는 광산물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장 많이 들어온 것 역시광산물인 금괴로 약 4천6백만달러 어치가 반입됐다. 그 다음으로는역시 북한의 주력 수출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아연괴가 많았다. 수량으로 치면 2만4천여t,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천3백만달러에 달했다.일반 소비재 가운데는 재킷, 셔츠, 타월, 바지, 코트 등 섬유류가 단연 많이 반입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대 품목에 무려 5개의상품이 끼여있을 정도다. 반면 우리에게 친숙한 북한산 농수산물은그리 많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무역상들 입장에서 볼 때 그리 수지가 맞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냉동문어가 유일하게 10대 교역품목에 들어있을 뿐이다. 이밖에 눈에 띄는 반입품목으로는 지난해2백90만 달러 어치가 들어온 컬러TV를 비롯해 복어 소나무꽃가루깐호두 명태 등이 있다.◆ 상품의 질 향상 시급해국내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상품 가운데는 생활필수품이 주류를이룬다. 이는 북한의 경제가 중공업 중심인데다 경공업은 워낙 뒤떨어져 있어 변변한 생필품이 별로 생산되지 않는 까닭이다. 10대품목 가운데 중유와 경수로물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이런 것들이다.특히 설탕 밀가루 분유 등이 상위권을 차지, 눈길을 끈다. 이밖에라면 식용유 조미료 페트병 채소종자 비료 가구 굴삭기 등도 거래규모는 비록 수십만 달러 수준으로 아주 적지만 꾸준히 북한으로반출되고 있다.교역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어야 이루어진다. 국산이 북한으로 반출되고 북한산이 국내에 반입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수요가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산 상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북한산 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극과 극을 달린다고 할 정도로 편차가 심하다. 일부 품목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반면 일부 품목은질이 너무 떨어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농수산물과 한약재 등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반면 공산품에 대한선호도는 아주 낮다. 북한산 공산품을 주로 취급해온 백화점들이최근 들어 북한산 제품을 아예 진열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이런 흐름을 대변해준다고 할수 있다.사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백화점 업체들은 지난3~4년 전부터 북한산 제품을 팔아왔다. 북한산 물건에 대한 관심이고조되면서 별도의 코너를 마련해 전시, 판매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실향민 고객들을 겨냥해 수시로 북한상품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물론 처음에는 판매 면에서도 썩 괜찮았다.그러나 북한 상품에 대한 호기심이 가시고, 상품의 질이 기대치에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그러다가지난해부터 북한상품을 취급하는 곳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급기야최근 들어서는 상설매장을 운영하는 곳이 한군데도 없을 정도가 됐다. 다만 현대백화점 등 일부에서 특별전 형식으로 이따금씩 북한상품을 파는 정도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3~4년 전만 해도북한상품을 사는 사람이 적지 않았으나 요즘은 극히 드물다』며『이는 상품의 질이 국산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