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자원관리(MRP:Materials Resources Planning)는 컴퓨터나 애플리케이션 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공장 운영과 관련해서는 널리 사용되는 개념이다. 전세계 공장의 80% 정도가 MRP를 도입한 적이 있을 정도다. MRP는 제조공정의 흐름을 관리, 제어하기 위해 구축된 시스템이다. 언뜻 듣기에는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MRP에 대해 깊이 연구하다 보면 상당히 흥미있는 부분이 많다.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물건이 필요할 때마다 상점의 진열대에 전시돼 있거나 창고에 보관돼 있는 것을 그냥 구입하면 되기 때문에 그제품을 제조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 잘 모를 것이다. 그러나 제조 공장에 직접 주문을 내야 하는 도매업자나 소매업자의 경우 물건을 주문한 뒤부터 배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른 봄에 대형 에어컨을 주문하면 여름에 배달되고 가구 제작에 3∼4개월씩 걸리는이유는 무엇일까. 생산 공정을 살펴보면 실제로 물건을 만드는데드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품을 주문한 뒤부터 배달받기까지는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산업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제조 공정은 배치(Batch:제조 공정에서 한 묶음으로 간주되는 작업 단위) 사이클과재고 수준을 최적화함으로써 경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에서 결정된다.플라스틱 장난감 공장을 생각해보자. 플라스틱을 가열, 성형하는 과정을 첫번째 공정이라고 하고 10㎥를 한 배치라고 하면 10㎥가 채워질만큼 주문이 들어와야 기계를 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무조건 생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모양을 갖춘 플라스틱 제품에 색을 칠하는 도장 공정을 생각해보자. 칠해야 하는 색이 모두 같을 경우에는 바로 공정에 들어갈 수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같은 색상의 주문이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정양이 됐을 때야 공정에 들어갈 수 있다.특이한 색상을 생산해야할 경우에는 기계를 다시 세팅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 색상의 기본 단위(배치)가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이런 제조 공정이 1백개 정도 있다고 생각해보라. 이 공정 중 어떤것은 서로 동시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공정은 순차적으로 이뤄져야할 것이다. 결국 어떤 주문이 처리되는 순서와 시간은제조 공정 자체보다는 함께 들어온 다른 주문의 유형과 시점 등에의해 결정된다고 할수 있다.제조업체라면 이런 공정 과정을 매일 매일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한다. 더욱이 전자제품과 같이 모델이 조금씩 자주 바뀌는 경우에는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공정 일정을 다시 잡아야할 것이다.물론 생산 공정을 관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주문을 고려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모든 공정에 착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엄청난 비용과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들어 녹색 장난감을 생산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와 일단 기본 단위(배치)인 10㎥를 생산했다고 하자. 그러나 녹색 장난감을 찾는 소비자가 별로 없어 대부분이 재고로 쌓였다고 한다면 재고 관리비가크게 올라갈 것이다. 특히 계절에 따라 판매량이 심하게 변하거나유행을 타는 제품일 경우 적절한 때에 팔지 못하면 제품을 폐기 처분해야 할수도 있다.주문 처리 속도와 생산의 효율성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없다는데생산 공정의 딜레마가 있다. MRP는 이 딜레마를 풀수 있는 열쇠가 된다. MRP는 여러 컴퓨터회사가 적정량의 재고와 공정의 진행속도를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생산 계획 수립을 위해 개발한프로그램이다.공장이나 조립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면 미처 인식하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MRP시스템이나 개념을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sunny_yi@atk-earney.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