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M&A(기업인수·합병)시장에 진출한 배경을 들려주십시오.한국은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큽니다. 다른 동남아국가들에서는찾기 힘든 산업과 금융기반을갖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대국이 구조조정을 하기 때문에재무금융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회사로서는 새로운사업기회를 발견하는 셈이죠.우리가 제공하는 M&A 기업금융 리스터럭처링 민영화 등의 서비스는 일정한 경제수준에 도달해야 수요가 발생하기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은일본 다음으로 M&A시장의성장속도가 빠릅니다. 저는 2월에 한국에 왔지만 이미 동료들로부터 한국시장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얘기를들었습니다. 3년동안 머물면서 한국기업들의 구조조정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모두 몇건의 M&A를 성사시켰습니까.현재 40여건의 M&A를 추진중입니다. 서너건은 이미 완료됐지만 규모가 적어 밝히기곤란합니다. 대부분은 현재진행중입니다. 상당히 많이진척된 기업도 있고 계속 협의중인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추진하는 협상은 일단거래규모가 최소 5백억원을넘는 것들입니다.▶ 얼마나 많은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기업에 관심을 보입니까.엄청나게 많습니다. 미국과유럽기업 등이 한국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관심분야도 제철 정유 전력 제강 부동산 금융업 등 다양합니다. 그렇다고 이들이무작정 M&A를 추진하는 것은 아닙니다. 2가지 관점에서접근하고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경영전략에 도움이 되는가를 따집니다. 회사의 글로벌 마케팅전략이나 구매전략에 맞는 기업을 선정합니다.본사와 계열화하는데 적합한지 검토합니다. 예를들면 코카콜라가 두산그룹으로부터현지생산업체를 사들여 직영체제를 갖춘 것도 전세계 생산전략의 연장선상입니다.포드자동차가 기아자동차의입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같은 범주에 속합니다. 그다음 가격을 검토합니다. 외국기업들은 경영전략에 부합된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맞지않으면 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정한 가치를 산정하는데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국내시장에서의 가치와세계시장에서의 가치를 철저히 따져봅니다. 그런다음 인수가격을 제시합니다. 이같은외국인들의 투자패턴에 비춰볼 때 한국기업의 경영자들도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IMF체제 이전의 투자금액과시장가치에만 집착해서는 외국인투자자본을 유치하기 힘듭니다. 변화된 현실을 수용하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외국인들이 M&A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실제로성사된 경우는 많지 않은 것같습니다. 언제쯤 활발해질것으로 봅니까.외국인투자자들은 기아자동차의 입찰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원리원칙에 맞게 성공적으로 입찰이 끝난다면 한국기업에 대한 M&A는 활성화될 것입니다. 정부의 제일은행 매각 방침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아자동차와 제일은행의 처리여부에 따라 외국인투자자들의 M&A속도가 결정될 것입니다. 그런만큼 한국정부의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이밖에도 노사문제 처리방향과 금융시스템의 복원속도도M&A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봅니다. 정리해고에 대한노사정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고 마비상태에 있는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외국인투자자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같은 환경이 갖춰진다면 내년부터 외국인들의 M&A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기업들보다 유럽계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보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개인적으로 이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즉 유럽기업들이 미국업체들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기업들도 한국기업에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다만 세계시장에서의 경험으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따름입니다. 미국기업들은 달러가치의 하락과 정치적인 불안정을 우려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할 뿐입니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이같은 불안감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습니까. 이런 이유로 신중하게 처신합니다.또 유럽계 기업들이 비록 수적으로는 많을지라도 규모면에서는 미국기업들이 더 큽니다.▶ 외국기업들이 국내기업을 M&A하면 한국경제에 어떤도움을 줍니까. 한국인들은이성적으로는 「이로울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한국기업이 다 외국인손에 넘어간다」고 불안하게 생각합니다.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외국기업들이 한국기업들을 M&A하면 한국경제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선진기업들의기술력 상품판매력 재무능력등이 도입돼 한국기업의 경쟁력은 한단계 높아질 것입니다. 단기간에 세계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여기다 한국인들의 근면성이결합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추진해온개혁정책을 더욱 강력히 밀고나가야 합니다.▶ 최근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합병유도 등 한국정부가 「슈퍼뱅크」를 탄생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체이스은행과 맨해턴은행의 M&A를성사시킨 당사자로서 한말씀해주시죠.우리회사는 수많은 초대형은행들의 M&A를 성사시켜 오면서 몇가지 원칙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은행은 결코덩치가 크다고 좋지 않다는것입니다. 특히 부실은행끼리결합하거나 부실은행과 우량은행을 합칠 경우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다는게경험에서 얻은 결론입니다.이같은 교훈은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원칙하게 덩치를 키우려고 해서는 효과를 볼수 없습니다.합병효과를 기대하려면 먼저한국은행들은여신정책(CreditPolicy)을 강화해야 합니다.어느 기업에 대출을 줄 것인지 그리고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부실여신을 줄이는 원칙이 정립돼야 슈퍼은행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있습니다. 슈퍼은행의 최대장점은 중복되는 지점과 인원을줄여 간접비용을 절약하는데있습니다. 또 상호 취약한 업무영역을 보완할 수 있죠. 그렇지만 조직통폐합과 인원정리라는 고통은 불가피합니다.미국에서도 이같은 진통은 있었습니다. 이를 적극적으로받아들여야만 은행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거듭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외국언론은 현대자동차의 노사문제 처리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매우 어렵고도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입니다. 미국에서는노동자들이 해고당할 경우 사회보장제도가 잘돼 있어 적어도 생계걱정은 안합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기업경영자들도 쉽게 해고할 수 있고 노동자들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한국은 이같은 사회보장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미국의 노동자해고방식을 주문하기가쉽지 않습니다.한국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들은 노사분쟁으로 기업가치가 감소하는 극단적인상황을 원치 않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조원 가까운손실을 입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험도 참조할만합니다. 80년대초 미국도구조조정의 후유증으로 극심한 실업난에 시달렸습니다.하지만 과감히 구조조정을 밀고나가 당시 해고된 노동자들중 상당수가 새로운 일자리를찾았습니다. 또 젊은세대들에게 새로운 직장을 제공하여일시적인 고통을 감내한 성과를 얻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있습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어떤 회사며 M&A서비스에서 기존 투자은행과 차별화됩니까.『우리회사는 세계최대의 재무금융서비스 제공업체입니다. 회계 기업금융 자금조달민영화 등 다방면에 걸친FAS(재무금융서비스Financial Advisory Services)를 제공합니다. 지난해 3백50여건의 M&A(4백억달러 규모)를 성사시켰습니다.현재전세계 1백50여개국에 15만여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중 FAS전문요원들즉 공인회계사 변호사 법무사등을 6천여명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50여명의FAS전문요원들이 활동중입니다. 우리회사의 M&A서비스가 투자은행과 다른 것은M&A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점입니다.즉 M&A를 준비하는 단계에서의 재무적 법리적 회계적서비스는 물론 통합후 두 업체가 단일한 조직으로 발전하는데 필요한 서비스까지 제공합니다. 이것이 바로 다른 업체와 구별되는 점입니다.』정리·박영암 기자 사진·황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