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충무로 영화가의 최대 화제작은 <킹덤 designtimesp=8392>이었다. 덴마크의스타일리스트 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가 만든 TV시리즈를 극장용으로 묶은 공포영화다.KJ엔터테인먼트가 단돈 2만달러(한화 2천6백만원)에 수입한 이 영화에 대한 충무로의 첫 반응은 한마디로 「흥행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국내에선 공포물이 성공한 사례가 드문데다 상영시간이 4시간40분에 달했기 때문이다.그러나 <킹덤 designtimesp=8395>은 이러한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폭발적인 인기를끌었다. 7월 중순 막을 내린 이 영화의 관객수는 서울에서만 13만명. 흥행을 자신할 수 없어 충분한 복사본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겨우 3개 극장에서만 상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이타닉 designtimesp=8396>에 못지않은 성공이다.올들어 충무로에 공포영화 제작바람이 분 것이나 심야상영이 인기있는 관극형태로 자리잡은 것도 <킹덤 designtimesp=8397>의 영향이 컸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당연히 영화사의 수입도 짭짤했다. KJ엔터테인먼트는 극장에서만 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비디오판권도 따로 챙겼다. 영화 한편으로투자액의 10배 이상을 번 것이다.이처럼 한번 「대박」(흥행성공작)이 터져주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버는게 영화산업의 매력이다. <쥬라기공원 designtimesp=8400> 한편이 벌어들인 수익이 국산자동차 1백50만대를 판 것보다 많다거나 「IMF이후 금팔아 모은 달러를 배로 다시 실어내간다」는 질시를 받은<타이타닉 designtimesp=8401>의 성공사례가 그것이다. 대작들만 돈을 버는게 아니다.지난해 2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쇼킹아시아 designtimesp=8402>같은 3류 다큐멘터리나 비디오용 에로영화들도 가끔 「히트」를 쳐준다.◆ 금융자본 속속 충무로행영화산업의 이런 속성 때문에 지금도 충무로에는 새로운 투자처를찾는 자금들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국내 영화시장은 97년말 현재 2천7백68억원을 형성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집계) 그러나 비디오와 애니메이션 등 연관시장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영화시장에서 한몫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충무로에서영화를 제작하는 집단은 크게 세부류로 나뉜다. 태흥 동아수출 씨네2000 시네마서비스 등 전통적인 영화사를 중심으로 삼성 대우 현대 등 대기업과 일신창투 동양창투 삼부파이낸스 한국기술금융 등금융자본이 양대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서로 협력과 경쟁을벌여가며 한국영화를 이끌어가는 삼두마차라고 부를 수 있다.이가운데 두드러지는 현상은 금융자본의 영화산업 진출이 눈부시다. IMF이후 구조조정과 한계사업정리라는 과제를 맞은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충무로를 떠나며 생긴 빈자리를 창투사들이 매워가고있는 것이다.금융자본이 영화제작에 참여한 것은 지난 95년 신보창투가 <아마겟돈 designtimesp=8409>에 2억원을 투자한 것이 처음. 그러나 일신창투와 장은창투가<은행나무침대 designtimesp=8410>에 각각 10억원씩을 투자해 성공을 거둔게 금융사들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은행나무침대 designtimesp=8411>는 96년 서울에서만 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에서 세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이후 동양창투 장은창투 삼부파이낸스 한국기술금융 등 10여개에이르는 금융회사들이 영화산업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었다. 창업투자사는 사업성은 있으나 자금력과 담보력이 미약한 창업자에게 무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회사다. 이들이 영화에 눈을 돌렸다는 것은 영화산업을 이른바 「벤처비즈니스」로 대접한다는 증거다.특히 일신창투는 「흥행작 뒤에는 일신창투가 있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투자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며 한국영화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이 회사가 연간 영화산업에 투자하는 자금은 30여억원으로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것은 뛰어난 작품선별력 때문이다. 일본 와세다대 MBA 출신인 김승범 수석심사역이 진두지휘하는 일신창투가 지난해말까지 투자한 작품은 <은행나무침대 designtimesp=8416> <할렐루야 designtimesp=8417> 등 10여편. 이중 개봉돼서 관객동원이 10만명을 넘지못한 영화는 두편뿐이다.올해에도 <조용한가족 designtimesp=8418> <8월의 크리스마스> <퇴마록 designtimesp=8419> 등이 「대박」을 기록했다.일신창투는 영화산업 투자강화를 위해 자회사로 한국영상투자개발을 설립했으며 영화홍보사인 R&I커뮤니케이션즈에도 합작투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영화산업은 비디오판권 지방판권 등을 통한 원금회수율이 높고 자금회수 기간이 빨라 매력이 많다』며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도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삼부파이낸스 한국기술금융 미래창투 등도 일신창투의 「성공」에자극받아 영화제작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삼부파이낸스는 신승수감독의 신작 <엑스트라 designtimesp=8424>에 참여,총 12억원의 제작비중 4억여원을지원했다. 이 영화는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삼부는 가칭 삼부시네마라는 회사를 설립,영화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하고지난 8월부터 관련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기술금융은 최근 영화제작을 위한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고 20억원의 사업기금을 마련했다. 한 작품당 5억원 이내에서 제작비를투자키로 하고 4~5편의 대상작품을 선정중이다.미래창투도 신씨네의 압구정동 사무실 마련에 도움을 준데 이어1~2편의 영화제작에 참여키로 했으며 청구파이낸스 등도 영화사업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대기업은 구조조정 여파로 철수금융사들의 활발한 투자와는 달리 대기업들의 활동은 상대적으로침체된 상태다. 삼성 대우 현대 제일제당 등 대기업은 88년 할리우드영화의 직배가 허용된 이래 고사해가는 충무로를 지탱해준 영양분이었다. 그러나 IMF를 전후로 벽산 LG 해태 미원 등이 하나둘씩 충무로에서 철수하고 소수정예 중심으로 재편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도영화사 등을 통해 비디오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발휘해온 SKC도 <티벳에서의 7년 designtimesp=8431> 등 대형 수입영화들의 부진으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대기업이 영화제작에 참여한 것은 지난 92년 삼성이 김의석 감독의데뷔작 <결혼이야기 designtimesp=8434>에 2억7천만원을 투자한 것이 처음이다. <결혼이야기 designtimesp=8435>는 서울에서만 5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거뒀고 이후 대우가 <미스터맘마 designtimesp=8436>에 참여하면서 영화계에도 본격적인그룹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영화산업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거창한 이름이 붙여진 것도 이때 쯤이다.문제는 이러한 과열투자가 거품이었다는 사실은 금방 드러났다. 한두편의 영화제작에서 대형 적자를 기록한 대기업들은 추가투자를감행할 엄두를 못내고 쉽사리 사업을 정리했다. 지난해말 불어닥친IMF는 구조조정과 한계사업의 정리라는 과제를 던져주며 대기업의충무로 철수를 더욱 부채질했다.대신 영화산업을 계속하려는 회사들은 멀티플렉스 같은 대형극장에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등 보다 세련돼가는 모습이다. 삼성은 올해한국영화제작에 총 1백80억원을 들이는 등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몇몇 대기업들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에 대한 대기업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올상반기 제작된 한국영화는 17편이다. 이중 충무로 토착영화사의 1~2편,창투사의 5~6편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기업의 전액 또는 일부투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대기업들은또 극장 비디오 등 연관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어 영향력을 더해가는추세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영화는 대표적인 흥행산업이다. 수익이 큰 만큼 위험성도 많아「투기산업」,심지어 「도박산업」으로까지 불린다.10~2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본전도 못건지는 영화가수두룩하다.<킹덤2 designtimesp=8445>가 대표적. 1편이 대성공을 거둔데 비해 지난 7월 개봉된2편은 큰 재미를 못본 상태. KJ엔터테인먼트의 이강오 사장이 『흥행여부는 신만이 알 수 있다』고 푸념할 정도다.결국 투자자들에게는 「어떻게 흥행을 시키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위험을 피해가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기술금융 윤정석 영화팀장은 『그동안 대기업과 창투사의 투자는 흥행작 한편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무모함이 있었다』며 『마케팅이나배우 감독의 기용 못지않게 지속적으로 영화를 제작해 평균수익을내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다행히 최근 한국영화의 투자여건은 좋아지는 편이다. 올상반기 개봉된 한국영화의 흥행특징은 「모 아니면 도」라는 것. 흥행이 좀된다 싶으면 20만 관객동원은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대우시네마의서상원 한국영화담당 과장은 『한국영화는 기본적인 관객층이 있다』며 『IMF이후 한국영화의 제작편수가 줄어든 것이 오히려 편당 관객수를 늘리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인터뷰 / 박현주 미래창업투자 사장"영상산업 투자가치 충분"『아래아 한글은 국내에서만 판매되지만 영화는 전세계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회사설립이후 오랜 검토끝에 내린 결론입니다.』박현주 미래창업투자사장이 밝히는 영상산업 진출의 동기다. 박사장은 영화기획사 「신씨네」(대표 신철)와 제휴를 맺고 영상산업에본격적으로 투자한다. 박사장측은 자금조달을, 신씨네는 영화기획과제작을 맡는다. 극장상영과 비디오판권계약 등은 한맥엔터테인먼트사가 담당한다. 지난해 7월1일 자본금 1백40억원으로 회사를 설립한지 1년만에 내린 결단이다.박사장이 영상산업전문창투사에 승부수를 거는 동기는 간단하다.현재의 인력이나 자금여력으로는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다방면에걸쳐 투자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했다. 기존 창투사의 실패원인을 분석한 결론이다. 또 영상산업의 사업가능성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VOD(주문형 비디오)가 대중화될 경우 우수영화를 확보하면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특히 박사장은 제휴를 맺은 「신씨네」의 기획력을 높이 평가한다.자신이 효율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면 「대박」을 터트릴 잠재력이크다고 들려준다. 이 회사는 이미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은「편지」 「결혼이야기」 「은행나무침대」 등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았다. 궁극적으로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제작에도 직접 나설 계획이다. 현재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 이같은 사업구상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라고 자신한다.박사장은 이같은 사업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9월중순 자본금 50억원규모의 「영화벤처투자조합」을 만든다. 일반투자자들의 여유자금을 조성해서 3년에서 5년까지 투자하는 방식이다. 실패의 위험을분산하기 위해 일반공모방식을 채택했다.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으로투자해 온 기존 창투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박사장은 강조했다. 투자자들에게 제시할 목표수익률은 연25% 수준. 증권업계에서나름대로 자산운용실력을 인정받아 왔기 때문에 충분히 달성할 수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