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하신지 2개월이 지났습니다. 하루일과를 어떻게 보내시는지.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청에 보통 7시30분까지 출근하는데 이때부터 분주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출근하자마자 하루의 일과를점검하고 언론에서 지적한 사항을 점검합니다.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국실장급 회의를갖는데 회의시간은 보통 1시간에서 1시간반 정도 걸리지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이같은 일과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행정1부시장의 업무는 무엇입니까.서울시의 살림을 챙기는 일입니다. 서울시의 살림살이가다양한만큼 여러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부시장은각종 위원회에 참석, 회의내용을 점검하고 대책을 구상하는 자리입니다. 최근에는 구조조정위원회의 공동의장으로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매일 결제해야할 사항도많습니다. 지하철 등 서울시가 투자한 사업체가 많은데이에 관련된 주요사항을 점검하고 결제해야 합니다.▶ 시장과의 역할 분담은.시장과의 역할 분담이란 말은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부시장의 임무는 시장의 업무를보조 지원하는 것입니다. 시장의 업무를 실천에 옮기는역할을 하는 것이 부시장의본연의 임무라 할수 있지요.물론 이러한 업무를 추진하는데는 시장의 적극적인 지원이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고건시장께서 시정경험이 많아 이러한 점을 잘 배려해주고 있습니다.▶ 부시장 취임전에 생각한 서울시의 문제점은.서울시에 들어오기전에 서울시청 직원과 조직에 대한 많은 문제점을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조직의 비대화」입니다. 조직의 공룡화로인한 의사결정 지연과 직원들의 복지부동 등 부정적인 인상이 깊었던게 사실입니다.그러나 실제로 시청에 들어와서 보니 생각보다 조직은 비대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도상당히 바삐 움직이고 있음을느꼈습니다. 지금은 시청의모든 직원들이 매우 고생하고있다는 생각입니다. 나름대로감찰과 견제기구들이 활발히활동하고 있어 「복마전」 말이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구상한대로 업무를 원활히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시장께서 정식으로 취임하기전에 이미 많은 개혁구상을마련해놓은 것 같습니다. 시장 재직 4년 동안 추진할 업무는 물론 인사정책 투자회사의 경영방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정책이 수립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부시장에 취임하자마자 구체적인 업무를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시정의 방향은 시정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각종 사회단체와 대학교수 및 경영인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서수렴하는 각계각층의 민의를반영하는데 시정의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조직에 대한 개혁을 별다른 잡음없이 추진할 수 있는 것도 각계각층의 여론을 중시한 결과라 할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개혁은 어느 정도진행되고 있습니까.서울시 본청은 이미 인사와조직 등 모든 개혁을 완료한상태입니다. 본청내 유사조직을 통폐합하고 지원부서는 대폭 축소했습니다. 본청의 모든 계가 없어지고 7개의 국실이 축소됐습니다. 30여개의과도 줄어들었습니다. 현장대민서비스부서는 업무량에맞게 재배치했습니다. 이는정원의 12%의 감축을 의미합니다. 타자수 등 일반직은 전직훈련을 통해 취업알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남는 인원은인력풀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시가 투자한투자회사나 사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간전문가들과의 협의가 끝나는대로 개혁방향이조만간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앞으로 3개월간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한 뒤 오는 11월말이나 12월초부터 개혁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입니다.구조개혁은 독자적으로 추진하되 그 방식은 서울시본청과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전에도 개혁의 구호는 높았습니다. 이전의 개혁방식과다른 점은 무엇입니까.공직사회의 근간은 인사권입니다. 이러한 인사권을 각 실국장들에게 과감히 넘겼습니다. 실국장들로 하여금 같이일할 사람들을 스스로 고르도록 한 것입니다. 실이나 국별정원만 정해주고 실국장이 알아서 사람을 뽑는 방식입니다. 인사권뿐만 아니라 예산에 대한 집행권도 이들에게넘겨 주었습니다.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는 대신 그에대한 책임도 철저히 묻는 방식입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사업소도 민간기업의 기법을과감히 도입하거나 민간에 이양할 방침입니다. 민간에 이양하기 어려운 사업소는 민간기관에 그 업무를 위탁하는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개혁방식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책임행정에 대한 철저한 평가입니다. 현재 평가방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 평가기준에의해 책임을 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시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것입니다. 책임행정은 내년초부터 본격 시행할계획입니다. 따라서 실효성이가시화되려면 1~2년이 걸릴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평가의 실효성은 인사를 통해구현할 것입니다.시정개혁이 조용히 진행되고있는데 이것도 민간기업서 쌓은 경험이 도움이 됐습니까.반발이 크지 않다는 얘기는국실에 그 권한을 대폭 이양해 가능한한 합리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그 비결이라고 봅니다. 기준도 명확한데다 시대적 상황이 불가피함을 모든직원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특히 지난 84년 민간기업의경영자로 활동할 때 창안한팀제의 도입이 크게 도움이되고 있습니다. 팀제의 도입으로 서울시의 조직은 슬림화되고 있습니다. 5~6단계의 서울시 조직을 3단계로 대폭 축소시켜 웬만한 사항은 팀장인실국장이 결정해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팀제를 도입하면 조직이 유연해져 변화에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민간기업과 시정에서 리더십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사람들간의 관계 속에서 리더십이 발휘된다는 면에서 똑같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르다고 해도 리더는 본래의 가지고 있는 성격을 바꿀 수도 없고 일부러 바꾸어서도 안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성격을 그대로 보이면 그것이 결국 장점으로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아직도 서울시라는 공무원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요.아무래도 공무원사회에 적응하는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여기서 적응이란 기업에서 익힌 경영방식을 서울시의 행정에 접목시키는 것을가리킵니다. 행정1부시장으로선임된 것은 아마도 기업경영을 행정에 접목시키라는 주문일 것입니다.▶ 서울시의 경쟁력을 평가한다면.다른 도시에 대해 잘 몰라 아직 경쟁력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환경 교통 등여러 분야에서 다른 도시들과비교 분석해 해당분야의 우수한 도시를 벤치마킹할 계획입니다. 현재 각분야에서 벤치마킹할 도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의 가장 큰 문제라면.환경과 교통문제를 가장 주요한 과제로 꼽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합니다.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열린 행정」을 펼치려 합니다. 민원시스템을개편하는 동시에 신문고 등민원청취 창구를 늘리려 합니다. 시와 시민들의 접점에 서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부시장에 임명된 배경을 소개해주시죠.부시장 임명 소식은 지난 6월말 중국 북경에서 전화로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정부측과전혀 접촉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민간기업에서 활동한 경영수완을 높이평가한 결과로 생각합니다.오랜 조직생활을 해온 까닭에조직의 최고책임자인 시장을보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나의 경험을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봉사할 각오로 부시장직을 받아들였습니다.▶ 두주불사로 소문이 자자한데요즘에도 술을 자주 드시는지.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합니다. 술을 많이 마셔도 얼굴색이 별로 변하지 않아 술에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같습니다.그동안 업무에 바빠 직원들과술자리도 자주 갖지 못했습니다. 시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대로 직원들과도 술자리를마련할 계획입니다. 우선 내마음을 열어야 직원들이 마음을 열고, 직원들이 마음을 열어야만 업무를 원만히 추진할수 있을 것입니다.▶ 공직을 떠난 뒤 하고싶은 일은.30년간의 사회생활에서 얻은경험과 지식을 필요한 곳에전수하는 길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기업경영은 물론 어린아이들을 위한 사업도 구상할계획입니다. 사회복지분야에대한 관심도 큽니다.정리·이종준 기자 사진·김기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