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성장하는데는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매출액을늘리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등 내부적인 방법을 통해 규모를 늘리는, 이른바 유기적 성장이다. 한국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가 대부분이런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두번째는 외부적인 방법, 즉 다른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규모를 키워나가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유기적인성장보다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릴 뿐만 아니라 제대로만 하면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매력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실제로 서구에서는 M&A(기업 인수 합병)가 흔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지극히 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아직도 M&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며 기업을 사들이는 측은 승자로, 인수되는 측은 패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M&A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만치중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M&A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두 기업의 합병 이전 가치와 합병 이후 가치를 비교, 가치가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합병 실패 사례가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더 많다는 것이다. 굳이 외국 기업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최근에있었던 국내 대기업들의 국내외 합병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합병이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알수 있다. 합병이 잘못된 선택이었을 경우 기업이 입는 손해는 손익계산서나 주가에서 나타나는 것이상으로 크다. 얼마전에 합병을 단행한 대기업의 한 임원은 대부분의 자금이 인수된 기업에 흘러들어가 주력 사업에 투자되지 못하고 있다고 필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합병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클수 있다는 얘기다.A.T.커니가 최근에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합병 후에 총 주주이익이 상승한 기업은 32%였고 나머지 68%는 합병 전보다 총 주주 이익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표 designtimesp=17744> 이런 조사 결과는 합병이곧 최선의 성장 전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있다.그렇다면 합병이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합병 후의 통합과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통합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병이 실패로 돌아가는것이라고 볼수 있다. 두 기업을 합병한다는 것은 단순히 두 기업의자산을 합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합병한다는 것은 서로다른 두 기업의 문화와 정책, 절차 등을 포함한 모든 것을 통합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그러한 것을 통합하기 위한 작업이 적절히 수반돼야 함을 의미한다.한국 기업은 특히 이와같은 합병 후 통합 작업(PMI:Post MergerIntegration)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합병의 양 당사자가 각자 자기 방식만 고집한다면 진정한 통합은 이뤄질 수 없다.특히 노동조합 관련 문제는 M&A에 있어서 중대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합병의 성패를 결정짓는 PMI에서 성공하려면 다음의 네가지 요소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시너지 효과를 통해 달성하고자하는 목표를 명확한 숫자로 설정해둬야 한다는 점이다. 목표 이익을 수치로 산정한다는 것은 조직이나 프로세스 측면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직원뿐만이 아니라 고객과 공급업체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함께 합병의 의미와 합병으로 인한 효과, 합병 후 통합을 위한 계획 및 목표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셋째는 상세한 계획이다. 세부적인 사항이 포함된 계획안을 수립하지 않으면 시행착오가 너무 많이 발생해 통합 작업이 실패로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넷째는 새로운 조직 구조이다. 대부분의 임원들은 합병된 기업에계속 남아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합병 기업은 이들을 흡수할만한자리를 만드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임원이 있으면 임원이 관리하는조직이 그 밑에 따르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프로세스나 활동 등이 중복되게 된다. 결과적으로 합병으로 인한 통합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때문에 합병된 기업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조직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sunny_yi@atkearn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