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세계 각국간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화되고 외부효과(externality)가 현재화되면서 시장원리가 더 이상 공감을 얻지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금융위기로 세계경제에 대공황의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시장경제 체제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이미 지난해 부분적으로 경제활동에 간섭해온 말레이시아가 최근들어 자본이동을 통제한데 이어 고정환율제로 복귀했다. 한동안 시장경제에 대한 기대감에 젖어있던 러시아는 오히려 이것에 대한 부담으로 내년부터는 아예 독점경제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IMF 구제금융 국가들도 외형상으로는 시장원리를 강조하고 있으나경제에 대한 국가의 간섭은 오히려 심화된 느낌이다.과거 1929년에 세계경제가 대공황에 처해 있을 때에도 시장경제 체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세계 각국들이 경제활동에 대폭 간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세계경제가 다시 대공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그러면 시장경제 원리가 최근 들어 왜 이처럼 심각한 도전을 받는것일까.무엇보다 세계경제가 급속히 통합되는 환경하에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시장참여자(세계 각국)들이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는 규칙(rule)이 없는 데다, 설령규칙이 있다 하더라도 공정하게 세워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현재 세계질서를 지배하고 있는 WTO체제도 그렇고, 대부분의 국제협상은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좇아 요리하고 있다.「글로벌 스탠다드」도 알고 보면 선진국 시각에서 정립된 경제활동의 잣대인 것이다. 극단적으로 현재 통용되고 있는 모든 기준을「아메리칸 스탠다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또 다른 문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 공정한 게임을 할수 있는 시장참여자간의 균형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우월적인 힘을 바탕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국가가 있다는 뜻이다. 현재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시장원리를 숙지하거나 이를운영할 수 있는 경험이 축적되어 있지 못하다. 체제전환을 서두른사회주의 국가들은 더욱 그렇다. 설령 이들 국가들이 시장원리를운용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미국과 EU국가들의 독점적지위가 확보된지 오래된 상황에서 시장경제의 이점을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마지막으로 공정한 게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심판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한 국가의 입장에서는 이 기능이정부의 역할로 보이는데 전세계를 대상으로 할 때에는 IMF와IBRD 같은 국제기구들이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불행히도 최근 들어 이들 기구들이 현실을 무시하거나 원칙없는 간섭이 빈번해 지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의 신뢰가 무너지고있다. 또한 재원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경제 안전판으로서의 역할도 떨어지고 있다.이제 세계경제는 개도국의 입장이 보다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이론(New Economics)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만약 1929년처럼대공황에 처해 케인즈 이론과 같은 처방전이 나오지 않을 경우 종국에는 전쟁과 같은 수단을 통해 세계경제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이 모든 것이 우리 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현 정부도 출범 초기부터 DJ 노믹스를 주창했다. 「민주적 시장경제원리」가 골격인 이 슬로건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성숙된 시민의식과 공정한 경쟁기반 및 무엇보다 투명하고 원칙있게 심판할 수 있는 올바른 정부의 역할이 전제돼 있어야 한다.만약 우리 경제의 현실이 DJ 노믹스를 받아 들일 수 있는 여건이안돼 있거나 정부의 원칙없는 간섭이 계속될 경우 갈수록 국민으로부터 많은 도전을 받을 것이다. 또 자생적 시장경제 체제하의 확립없이는 외부의 작은 도전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차제에우리의 현실에 맞고 원칙에 충실한 정부의 역할이 분명히 전제가된 보다 성숙된 DJ 노믹스의 탄생을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