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의 원인중엔 남성의 정자가 제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자의 생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전체 남성 불임의 80~90%가 정자가 제기능을 못하는 경우라고 한다. 정자가 아예생성되지 않는 무정자증이 대표적이다. 또한 정자가 생성되더라도수가 적거나 운동성이 약해도 임신이 안된다. 모양이 기형인 경우도 마찬가지다.정자가 난자와 결합해 임신이 되려면 정액 1cc당 정자가 4천만마리가 있어야 한다. 그중 50%가 정상적인 모양이어야 하고 운동성이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정자의 모양 수 운동성 등 모두 정상적인데도 임신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생명의 신비로만여기고 하늘의 뜻으로만 돌렸던 부분이다.그런데 최근 UC데이비스대학의 조정희(분자생물학 전공 박사후 과정의 한국인), 다이아나 마일즈, 폴 프리마코프 연구팀이 정자표면에 있는 PH-20, PH-30 등 두종류의 단백질이 문제해결의 열쇠를쥐고 있다고 발표했다. 돼지와 쥐 등 동물실험에서 이 단백질들이정자가 난자와 결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정자의 모양 수 운동성 등이 정상이라도 이 두종류의 단백질이 없으면 임신이 안된다. PH-20단백질은 정자세포가 난자의 외부층을 뚫고 들어갈 때 핵심역할을 한다. PH-30(퍼틸린베타;fertilin-beta)은 정자가 난자와 결합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단백질이다.PH-20이 없으면 정자들이 아예 난자표피를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PH-30이 없으면 설사 정자가 난자표피를 뚫고 들어갔다 하더라도난자와 결합하지 못한다. 심지어 자궁에서 난자들이 저장돼 있는수란관으로 이동하지도 못한다.조정희박사팀은 퍼틸린베타 유전자가 없는 돌연변이 쥐를 만들어정자의 운동을 연구했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쥐의 정자는 운동을정상적으로 하지만 대부분 난자와 결합하는데 실패했다. 이 정자들은 정상적인 쥐의 정자들이 난자의 원형질막과 융합되는 경우의 절반에 불과하다. 더구나 퍼틸린베타가 없는 정자는 자궁에서 난자들이 저장돼 있는 수란관으로 이동하지도 못했다.『쥐 등 동물들을 대상으로 퍼틸린베타와 관련 단백질의 연구를 진행하면 남성 불임치료뿐 아니라 새로운 남성용 피임약이나 백신을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정희 박사는 전망했다. 조박사팀은 『PH-20과 PH-30단백질을 이용해 피임백신을 만들어 여성과 남성에 주사한 결과 1백% 피임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연구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9월 18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