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당국이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통화공급 증대를 통한 금리 끌어내리기에 나섰다. 한은은 최근 발표된 4/4분기 통화정책방향에서IMF와 합의한 연말 본원통화 목표치인 25조6천4백억원 한도까지통화를 최대한 공급하여 시중실세금리의 하락을 유도하기로 했다.9월25일 현재 본원통화가 18조7천억원이므로 6조9천억원 정도의 추가 공급여력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은은 최근 RP금리를 7%대까지 인하하는 등 시중 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동안 인위적인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한은이 통화공급 확대와 금리인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 경기상황이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지난 1/4분기중 마이너스 3.9%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4분기중에는 마이너스 6.6%로 감소폭이 확대된데 이어 하반기 들어서도 생산 및 소비, 투자 관련 지표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그렇다면 통화공급 확대와 금리인하 정책이 얼마나 경기부양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인가. 한은의 통화공급 확대와 정책금리 인하는 회사채 수익률 등 시중실세금리를 떨어뜨려 기업의 금융비융 부담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그동안 자금조달조차 어려웠던 일부 한계기업들은 시중금리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금난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금리하락의 혜택이 일부우량 대기업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만 비우량 기업들의 경우에도 높은 가산금리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기준금리의 역할을 하는 은행 우대금리 등이 하락하면 이전보다 금융비용 부담이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높은 금리 부담으로 인해 가뜩이나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이자 지급에급급한 실정이었음을 감안하면 금리하락만으로도 기업실적 개선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통화공급 확대와 금리인하가 본격적인 경기부양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과 가계의 위축된 투자 및 소비가 회복되어야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늘어난 통화가 기업이나 가계로 흘러 들어갈 만큼 금융중개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질 것인가이다. 신용위험에 따른 은행권의 대출 기피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실채권 매입으로 인해은행권의 BIS비율이 전반적으로 8% 이상으로 높아진 상태이므로은행권의 부담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용위험이 여전한상태에서 은행권은 늘어난 여유자금을 신규 대출보다는 국공채 매입이나 투신사 예치 등으로 운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또 하나의 문제는 신용경색 현상이 다소 풀린다 하더라도 기업이나가계가 저금리를 이용하여 대출을 늘리거나 저축을 줄여서 투자와소비를 늘릴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아무리 금리가 낮아져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이나 가계가 투자와 소비 증대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의 경우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경기전망이 밝아지지 않는한 신규 투자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임금이 대폭 삭감된데다 실업에 대한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가낮아지더라도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결론적으로 통화공급 확대와 금리인하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완화시키고 추가적인 경기침체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것이나, 이것만으로 당장 가시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직접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재정지출 확대와 어우러져 모든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해소되어야만비로소 본격적인 경기부양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