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 내 돈 안 갚을거야.』이웅진 사장의 얼굴위로 주먹이 날아왔다. 별이 번쩍했다. 입술에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씨는 미안하다며 채권자에게 용서를구했다. 시간을 주면 이자까지 전부 갚겠다고 약속했다.이씨는 대학을 중퇴하고 도서체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잘 나간다고 사업을 확장한게 화근이었다. 자금관리 경험도 없이 벌이다가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때가 91년5월. 그의 나이 26세였다.그는 남들보다 4배 이상 열심히 뛰어 가장 빠른 시간안에 빚을 전부 갚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보란듯이 재기하겠다고 결심했다. 하루아침에 도서체인점 사장에서 책영업사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낮에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책을 팔고 밤에는 서울 강남의 룸살롱에서 웨이터로 일했다. 열심히 뛰니 한달에 5백만원은 손에 쥘수있었다. 몇달만에 빚 3천만원을 사그리 갚았다. 수중에 남은 돈은단돈 1만원.그는 이 돈으로 무엇을 할수 있을 것인지를 곰곰 생각했다. 평소에알고 지내던 서울 신설동의 학원선생님을 찾아갔다. 그 선생님은강의실 한칸을 내줄테니 원하는 사업을 하라고 했다. 자본없이 할수 있는 사업은 없을까. 그때 떠오른 것이 결혼정보제공업. 이것은전화와 조그만 사무실만 있으면 가능했다. 게다가 결혼적령기의 남녀들이 주먹구구식 맞선이나 아주 제한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던 터였다.고물상에 들러 5천원을 주고 중고책상과 의자를 샀다. 전화기도 빌렸다. 광고는 외상으로 했다. 그렇다고 당장 돈이 벌릴리 없었다.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이 있어야 수입이 있는데 찾아오는 사람이없었다. 수입이 없자 점심을 때우는 것도 문제였다. 마침 근처에예식장이 있었다. 이곳의 결혼식 하객으로 가장, 갈비탕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자주 찾았어도 식사를 하는 동안은 매번 불안했다.사람들이 자기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조마조마해서 밥알이 목에걸릴 지경이었다.버스안에서 홍보를 하기로 했다. 좌석버스를 탄뒤 운전기사에게 먼저 꾸뻑 인사했다. 이어 연설을 시작했다. 『차 안에 계신 신사숙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결혼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이 이웅진입니다. 혹시 주위에 미혼남녀가 있으면 제게 연락을주십시오. 꼭 좋은 사람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번 부도후 ‘불량률 제로 경영’ 도입차안에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연설을 마치고 내리면 조용히 뒤따라 내리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이들을 하나둘씩 회원으로영입했다. 처음엔 학력과 직업 등에 제한을 두지않고 회원을 받았다. 초등학교졸, 중졸도 있었다. 사업은 점차 번창했다. 94년엔 직원 30명에 1백평에 이르는 사무실을 사용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이런 식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비전이 없었다. 결혼정보회사로서의공신력을 높일 수 없었고 연줄연줄 소개를 받을 수도 없었다.엄격한 회원접수 기준을 만들었다. 학력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제한했다. 직업도 대기업 공무원 전문직 교사 금융기관종사자 등으로정했다. 하지만 이게 또 발목을 잡았다. 매출이 갑자기 60％나 떨어졌다. 6개월동안 누적적자가 2억원에 달했다. 94년12월31일 또다시 부도를 냈다. 부도금액은 1억5천만원. 그는 부도를 내면 일단 도망을 치는 기업인과는 달랐다. 80명의 채권자를 일일이 만났다. 이들은 이씨에게 20만원에서 2천만원까지의 채권을 갖고 있었다. 이들로부터 뺨을 맞고 멱살도 잡혔지만 그래도 일일이 설득했다. 처벌불원서를 써달라고. 그러면 재기해서 모두 갚겠다고 했다.담당 검사는 깜짝 놀랐다. 이사장이 발행한 수표를 갖고 있는 80명중 무려 79명으로부터 처벌불원서를 받아온 것. 검사는 그렇다면시간을 더 줄테니 나머지 한명으로부터도 처벌불원서를 받아오라고했다. 이사장은 끝내 버티던 나머지 한명으로부터도 이를 받아냈다.간신히 처벌에서 풀려난 이씨는 회사의 직원을 2명으로 줄이고 사무실도 4평으로 축소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대학노트에 채권자이름을 일일이 기록하고 한푼씩 갚아 나갔다. 이 돈은3년만에 모두 갚았다.이상하게도 두번의 부도를 낸 뒤에야 어떻게 사업을 할 것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두가지 경영방침을 정했다. 빚지지 말자, 내실위주로 경영하자.그는 회원자격에 가장 신경을 썼다. 혹시라도 자기소개서를 엉터리로 작성, 회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주의를 기울였다. 이른바 「불량률 제로 경영」을 도입한 것. 거짓으로 소개서를 써냈거나 만남주선뒤 매너불량 등의 연략이 오면 가차없이 자격을 박탈했다. 또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결혼적령기의청춘남녀가 서로를 잘 알수 있도록 했다.월드컵응원미팅 귀성길미팅 헌혈미팅 김장미팅 등이 그것. 이중 헌혈미팅은 헌혈을 하면 미팅을 시켜주는 것. 사회적인 이슈들과 연계된 만남을 통해 어색하지 않게 서로를 알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런 테마미팅을 1백60회나 벌였다.다양한 행사를 통해 회사의 공신력과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IMF전에비해 월평균 매출이 6배나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관리하는 회원은 4천여명.『과학적인 정보로 가장 이상적인 만남을 이룬다는게 경영철학입니다. 또 정직한 비즈니스가 아니면 과감하게 포기해온게 오늘의 선우를 있게 한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이사장은 회원가입이후 소개내용에 중대한 잘못이 있다든지해서 불만사항이 생길 때는 입회비를 반납해준다. 또 확실한 만남이 이뤄질 때까지 지속적인 만남을 주선해주고 있다. 그동안 선우의 주선에 의해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 5백쌍을 돌파했다.『선진국일수록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결혼정보회사의 역할이 커지고 후진국일수록 마담뚜의 역할이 크지요.』이들의 차이는 마치 같은 빵이라도 고급제과점에서 갓 만들어져 나온 것과 무허가 식품업체가 오래전에 만든 빵의 차이만큼 크다고비유한다.◆ 수익금 10% 사회환원이사장은 수익금의 10％는 사회에 환원하는 독특한 경영관을 갖고있다. 예컨대 홀로된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만남의장을 만들어 준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또 나름대로 열심히 살다가고생하는 국내외 유명 한국인을 돕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간첩혐의로 고생하고 있는 재미교포 로보트김을 돕기 시작했고 프로레슬러 김일씨 돕기운동도 벌이기로 했다.이사장은 이제 해외로 시선을 돌려 글로벌 코리안 인터넷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들을 인터넷으로 연결, 미팅을 시켜주는 것이다. 샘솟는 아이디어와 정열로 뛰고 있는 이사장이 그의 목표대로 21세기 선우의 매출을 1천억원대로 올리고 가장대표적인 결혼정보회사로 키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02）747－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