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는 아직 두드러진 성과는 없다. 지난7월에 발표된 공기업 민영화 방안에 따라 오는 2000년 민영화를 목표로 실무 작업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정중동(靜中動)이라고나할까. 물밑에서는 민영화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이 한창이다. 일단 7월에 발표된 민영화 안을 살펴보자. 기획예산위원회는 담배인삼공사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1인당 소유지분한도 7% 내에서정부지분 25%를 내외국인에 매각하기로 했다. 2000년에는 1인당소유지분한도와 담배제조 독점권을 아예 폐지하고 나머지 정부지분10.3%와 산업 수출입 기업은행이 갖고 있는 지분 51.8%를 모두매각해 완전 민영화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담배경작 4만가구 및 인삼경작 1만5천가구를 보호하는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이중 현재까지 끝난 작업은 외국인이 담배인삼공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친 것 뿐이다. 나머지 일들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특별히 늦어진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사천리로진행되고 있지도 않다. 민영화 추진 주체간 껄끄러운 관계가 곳곳에서 암초처럼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최근 담배인삼공사 민영화와 관련된 몇가지 사건을 보면 이같은 불협화음이 무엇 때문인지를 대충 가늠할 수 있다. 한 예로 담배인삼공사 주식 5백억원어치(2.1%)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기로 한 방침이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자.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재정경제부가 담배인삼공사 민영화를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 관계자는 『공사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나면 나중에는 컨트롤할 장치가 없다』며 『그나마 민영화를 주도하기 위해 고삐를 잡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간 갈등이 잠복돼 있는 것이다.주식소유한도에 대한 입장차이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재정경제부는 담배인삼공사의 정관을 개정, 외국인들이 주식의 25%까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외국인을 거부했던 빗장을 푼 것이다. 그러나 1인당 동일인 지분한도는 여전히 7%대로 묶어놨다. 이에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에선 과감한 민영화를위해 1인당 지분 한도를 15%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있다.이쯤되면 방향과 원칙이 정해졌음에도 불구, 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가 여전히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핵심은 역시 민영화의 수위와 속도이다.◆ 외국인 주식취득 규정만 고친 상태이같은 논란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라 할수 있다. 연간 당기순이익이 2천3백억원에 이르는 알짜배기 기업을 민영화한다는 것이쉬운 일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따라서 비록 방안이 확정됐더라도 추진과정에 따라 구체적인 부분은 끊임없이 재조정돼야 한다는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민간전문가들은 담배인삼공사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지배구조에 대해 확실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가장 성공적인 담배산업 민영화 사례로 평가되는 프랑스담배공사(SEITA)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가 12.5%의 지분을유지하고 있다. 일본전매공사(JT)는 아직도 정부 지분이 66%나된다. 이와함께 담배제조 독점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많이 제기된다. 독점을 유지함으로써 거대 다국적기업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적정한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자국 담배산업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준다는 면에서 한시적인 독점 유지는 타당성이 있다는얘기다.이재윤 교수(중앙대)는 『담배인삼공사의 효율적인 민영화를 위해선 7%의 동일인 지분한도를 둬야 한다』며 『국내 잎담배생산농가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담배제조독점권을 10년간 더 유지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한편 이같은 내부 사정과는 무관하게 외국담배기업들은 담배인삼공사를 보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 최근 미국 필립 모리스사는 공사측에 전략적 제휴를 공식 제의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을 비롯해 일본의 JT사, 영국의 BAT사 등도 담배인삼공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