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와 빌 게이츠가 공존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서적거래분야에서 이런 생각은 회의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서적박람회에서 이것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이 행사는 이 분야 최대의 국제이벤트로 1백5개국 6천7백58곳에서36만6천3백36종의 책을 출품했다.인터넷과 CD롬은 일반적으로 작가나 출판업자 편집자 서적판매상들의 동지라기보다는 적으로 여겨져 왔다. 서적거래 사업쪽 사람들은전자매체가 발전하면 자신들의 매출과 이익 인세 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크게 우려해 왔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점차 변하고 있다. 세계 출판업계의 주요인사인 바이덴펠트 경은 10월초 프랑크푸르트서적박람회 5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구텐베르크의 세계와 게이츠의 세계는 공존하면서 함께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을 했다.그러나 사이버공간의 전자서적과 메잉크로 찍은」서적이 서로 경쟁대상이 아니라 협력적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번 박람회에서 바이덴펠트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상당한 공감대가형성돼 있다. 서적거래 사업종사자들은 한때 심각한 도전이라고 여겼던 CD롬이 자신들의 사업영역과 별로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안도하고 있다. CD롬은 지금은 지도나 사전, 연감,백과사전류 등 참고서적 부문에서만 인쇄물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있을 뿐이다. 그 밖의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전자출판업과 또 그중에서도 특히 인터넷의 온라인 사이트가 내놓고 있는 출판제품은 메진짜책?에 위협을 주는 대체물이라기 보다는 서적거래에 도움을주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이번 박람회 기간중 유럽 최대의 미디어 및 출판전문 그룹인 독일의 베털즈만(Bertelsmann)이 barnesandnoble.com이라는 사이트를운영하는 반즈노블(Barnes & Noble)의 온라인 계열사 지분의 50%를2억달러에 사들였다고 발표한 사실도 이런 추세가 보편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털즈만은 이에 앞서 올 3월에도 랜덤하우스(RandomHouse)를 14억달러에 인수했다. 밴텀 더블데이 델(BantomDoubleday Dell)을 이미 갖고 있던 베털즈만은 랜덤하우스 인수로인해 세계최대의 영문서적 출판기업이 됐다.이 거래를 통해 서적사업에서 수직적 통합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의심하는 반독점 당국의 조사만 통과한다면 반즈노블 인수로 인해 베털즈만은 손해를 보고는 있지만 최대 인터넷 서적판매기업이라는명성을 가진 아마존(Amazon.com)에 도전할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독일과 영국에서 새로운 온라인 서점개설을 준비 중인 아마존을 따라잡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들기는 하겠지만 베털즈만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베털즈만은 2010년까지 인터넷 판매를 자체 서적판매량의 20%까지 늘릴 계획이다.그렇지만 베털즈만의 경우처럼 이런 식의 통합을 통해 모든 서적사업이 똑같이 이익을 볼수 있을지, 혹은 모든 업체가 수지를 맞출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가상공간과 실제공간의 통합추세 때문에출판업체들이 소수 그룹으로 통합되며 점차 업체의 수가 줄어들자한때 메신사들의 직업?으로 불렸던 출판업의 변화도 가속화되고있다.◆ 편집자 회사 옮기는 일 잦아져근래들어 출판편집자들이 마치 프로축구선수가 팀을 옮기는 것처럼수시로 출판사를 옮기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독립업체나 비교적 독립성을 가진 출판사의 숫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최고로 대접받는 편집인들이 이제는 판매대리인으로 변하고 있다. 해미시 해밀턴(Hamish Hamilton)의 전 편집장 알렉산드라 프링글이 그 대표적 사례다. 비교적 평판이 좋은 편집자들중 평생을 한출판사에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몇몇 내로라 하는 출판사 사장들의 경우도 비슷하다. 출판사를 직접 경영했던 크리스토퍼 싱클레어 스티븐슨이나 조너선케이프(Jonathan Cape)의 사장을 지낸 데이비드 갓윈 등이 대표적인데, 갓윈은 지금 지난해 부커 프라이즈(Booker prize) 수상작품을 펴낸 애런다티 로이(Arundhati Roy)의 판매대리인으로 일하고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얼마전 작가 벤 오크리와 그의 편집파트너매기 매커넌이 랜덤하우스를 떠나 어라이언(Orion)으로 옮겼을 때상당한 관심거리가 된 예외적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식의 이동은 여간해서는 이 분야에서 별로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않는다. 이번 박람회를 전후해 작가가 출판사를 옮기거나 편집자가회사를 바꾸는 일이 비교적 많이 알려졌다. 워너(Warner)에서 밸런타인(Ballantyne)으로 옮긴 하드보일드 작가 피터 에이브럼즈, 책세권에 1백30만달러를 받고 델라코트(Delacorte)에서 SMP로 옮긴추리작가 제임스 홀, 바이덴펠트가 경영하는 바이덴펠트니콜슨(Weidenfeld & Nicolson)에서 어라이언으로 옮긴 마이클 팰린 등이 이 사례에 포함된다.인기작가나 편집자들이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커져가면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축은 소위 메중간층 작가군?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재는 출판사가 미리 지급한 선인세(先印稅)도 벌어들이지 못하지만 아주 형편없는 것은 아니어서 어느날갑자기 히트를 칠 가능성도 있는 그런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출판사로서는 달갑지 않은 존재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개별 책의 판매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되면서부터 특정 서적이 재래식 서점의 판매대에 진열되는 시간주기는 계속 짧아지고 있다. 서적거래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슈퍼마켓에서는 별로 안팔리는 책은 쌓아두지 않는다.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Tesco)는 슈퍼마켓에다 최대 40종의 베스트셀러와 요리책, 아동용 책들만을 진열하면서 어느 정도 팔리지 않는 책은 서슴없이 빼버린다.인터넷의 책판매 사이트는 아무 곳이나 제한없이 검색해 볼수 있게돼 있어 서점이나 슈퍼마켓보다 훨씬 유리하다. 운영자든 구매자든책의 목록이 들어있는 사이트에 들어가기만 하면 필요한 책을 구할수 있다. 책을 쌓아둘 공간에 대한 제약도 전혀 없고 인쇄된 책이남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사이버 진열대에 그 책의 이름이 그대로남아 있다.인터넷을 통한 가격경쟁은 작가가 받는 인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출판업자들은 인세가 책의 액면가가 아니라 실제로 팔리는 가격에 따라 산정, 더 적게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이런 차이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수입에 큰 영향을 줄 뿐 중간작가들은 우선 많은 책이 팔리는 기회가 더 반가울 것이다. 대부분의작가들은 실제세계에서보다 마음대로 조회되는 인터넷에서 돈을 더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은 대부분의 작가들에게도안성맞춤인 셈이다.「Twinning Mainz and Seattle」 Oct. 17,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