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부스안에 근무하는 사람은 얼마나 매연에 시달릴까. 차가 섰다가 출발하면 주행중일 때보다 매연이 몇배 많이 나오는게 당연하다. 게다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하루에도 수만대의 차량이 빠져 나간다. 수금원은 문을 닫고 일할 수도 없다. 걱정을 할만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부스에는 몇가지 시설이 설치돼 있다. 우선 차량이 출발할 때 힘차게 뒤로 바람을 내뿜는 비산송풍장치가 부스 외부에 부착돼 있다. 차량 출발과 동시에 매연을 뒤쪽으로 날려보낸다. 창에는 에어커튼이 설치돼 있다. 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바람이 내려온다. 보이지 않는 커튼을 형성, 외부와 내부공기를 차단한다. 천장에는 굴뚝처럼 생긴 환기통이 있다. 높이 솟은 환기통을 통해공중의 비교적 맑은 공기가 안으로 유입된다. 중간에 필터가 설치돼 공기를 여과시킨다. 상당히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배려돼 있다.이들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에이에이에프코리아(대표 유한익·48). 에어컨으로 유명한 센추리와 미국의 세계적인 공조기기및 필터업체인 AAF의 합작회사다.유사장의 친구들은 유사장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골려주기도 한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김선달이나 공기를 파는 유사장이 흡사하기 때문. 공기를 파는 것은 불과 20여년전까지만 해도 상상이 안가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그가 공급하는 공기의 청정도는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 반도체를 만드는 곳 수준의 환경을 만들 정도다. 반도체공장은 클래스라는 단위로 공기속의 먼지를 나타낸다. 예컨대 클래스 10만이면1입방피트 속에 0.3미크론이하의 미세먼지가 10만개 이하가 있음을 나타낸다. 사람이 옷을 한번 툭하고 털기만 해도 1백만개의먼지가 쏟아져 나온다. 담배를 피우면 1백50만개의 먼지가 날아오른다. 클래스 10만이면 반도체공장의 일반 공정에서의 먼지 수준이다.◆ 먼지 잡는 설비 곳곳에 납품에이에이에프코리아가 만드는 제품중 이동통신용 에어컨장비가이 정도의 청정도를 유지시키는 장비다. 이동통신의 기지국은 먼지와는 상극이다. 먼지가 들어가면 중계효율이 떨어져 통화감도가 나빠진다. 동시에 기지국은 온도에도 민감, 1년내내 내부를섭씨 25도 플러스 마이너스 2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대부분의 기지국이 온도에만 신경을 쓰고 먼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이 회사는 온도는 물론 먼지까지 잡아주는 설비를 개발, 신세기통신에 납품하고 있다.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이처럼 맑은 공기와 관련된 제품들이다. 터널의 내부먼지를 잡아주는 설비도 한 예다. 길이가 짧은터널은 차가 달릴 때 일어나는 바람에 의해 저절로 환풍이 된다.하지만 1㎞가 넘는 장대터널은 자연환풍이 되질 않는다. 환풍기를 달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를 전기집진방식에 의해 해결하는 장비도 만든다. 앞으로 2010년까지 전국에 뚫릴 길이 1㎞ 이상의 장대터널은 무려 6백개에 이른다.이 회사가 만드는 장비중엔 화생방전에 대비한 공기청정기도 있다. 화학 생물학전은 어떤 전쟁보다도 무섭다. 독가스는 불과 몇초만에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따라서 군 벙커와 같은 군사시설에는 적의 화생방 공격에 견딜 수 있는 안전공간을만드는게 필수다. 이런 설비도 제작한다.이같은 첨단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은 AAF의 뛰어난 기술력에자체 연구개발능력이 결합된데 따른 것. 지분 40%를 갖고 있는AAF는 아폴로 우주선 계획에도 참여한 기업. 우주인이 달에 착륙할 때 입는 우주복에는 목주위에 공기정화장치가 달려 있다. 우주인이 내뿜는 공기 속에 있는 미생물이 달을 오염시키지 않도록배려한 것. 이 장치를 만들어 공급하는 기업이 바로 AAF다.유사장은 AAF라는 첨단기술력을 가진 업체와 기술제휴로 95년 에이에이에프코리아를 발족시킨 장본인이다. 영남대 전기과를 나와센추리에서만 20년동안 근무했다. 에어컨 등 공조기기 분야의 한우물을 판 베테랑이다. 센추리가 벤처기업 형태로 공조사업을 분리할 때 회사창업을 주도했다. 자신도 에이에이에프코리아 주식의 20%를 갖고 있어 전문경영인겸 오너인 셈이다.AAF와 합작하면서도 동시에 자체 기술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종업원 90명중 27%인 24명을 기술개발인력으로 활용하고 있을정도다. 이중 연구소에 18명을 배치하고 6명은 기술영업에서 뛰도록 하고 있다. 기술영업직원들은 현장을 다니면서 제품의 사용결과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빠짐없이 챙겨 연구소에 넘겨준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현장중심의 연구개발을 실천하기 위한것.이런 노력은 창업한지 3년만에 20건의 특허를 출원할 수 있게 했다. 또 10건의 특허를 연내 출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국산신기술마크와 각종 외국규격도 속속 획득했다. 에이에이에프코리아의 올해 매출예상액은 2백억원. 이중 50억원은 수출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키운다’에이에이에프코리아가 만드는 제품에는 조선소용 스포트쿨러와원자력발전소용 설비 등 재미있는게 많다. 이중 조선소용 스포트쿨러는 국부적으로 공기를 정화하고 냉방을 시켜주는 장치. 여름에 건조하는 배의 실내 온도는 섭씨 50도까지 올라간다. 게다가페인트와 각종 화공약품 냄새까지 섞여 작업환경은 최악이다. 이런 작업장에 찬바람을 불어넣고 공기를 정화시켜 쾌적한 환경을만들어 주는게 바로 스포트쿨러다. 또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을걸러주는 여과장치도 생산한다.유사장은 현재 영종도신공항 자문위원을 비롯, 환경관련 5개단체의 임원이나 자문역을 맡아 왕성하게 뛰고 있다. 게다가 영업 자금 관리 등 회사 내부에서 챙겨야 할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떤 중소기업 경영인보다 바쁘다. 그럼에도 그가 가장 관심을 쏟는 부분은 역시 기술개발. 시간의 50%는 언제나 기술개발에 투입한다. 공대출신 쟁이의 기질을 속일 수 없기 때문.에이에이에프코리아의 사무실에는 「깨끗한 공기가 우리의 사업(Better air is our business)」이라는 경영방침이 큰 글씨로씌어 있다. 회사의 팸플릿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또 유사장의 일관된 최대 경영초점이기도 하다.『갈수록 공기는 오염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건강에 어떤것보다 나쁜 영향을 미치지요. 이를 개선하는데 미력을 다하겠습니다.』유사장은 한국이 경제위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면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이 생겨나야 하며 각자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작지만 강한 기업이 많이 출범할때 비로소 경제의 뿌리가 튼튼해진다며 에이에이에프코리아를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키울 작정이라고 말한다. (02)319-6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