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주눅들게 하는 경제악화 분위기는 아랑곳없이 이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도 있다. 미국 라스베이가스의흥청거림은 끝간 데를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스테판 와인이 소유한 미라지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자화자찬하는 벨라지오(Bellagio)호텔을 개장할 예정이었다. 짓는데18억달러가 소요된 이 호텔은 이탈리아 북부 코모호(湖) 근처의벨라지오마을을 본따 지어진 것이다. 포플라나무가 늘어서 있고8에이커 넓이의 호수 옆으로는 이탈리아풍 빌라들이 자리잡고 있다. 모조품이 오리지널보다 더 인상적인 경우가 많듯이 이 호텔은 3천개의 객실과 8천6백명의 임직원, 2백50명의 요리사가 있다. 미술전시관에는 고호 세잔 피카소 등의 그림을 비롯, 3억달러어치에 달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요즘같은 경제분위기 속에서 이처럼 거대한 호텔 하나를 개장한다는 것은 고무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라스베이가스에서는이와 비슷한 규모의 호텔 몇개가 서로 지척간에서 한창 올라가고있다. 벨라지오의 바로 맞은 편에는 에펠탑과 개선문이 기초공사위에 막 올라가고 있다. 힐튼그룹의 7억6천만달러짜리 호텔 파리(Paris)가 막 지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여기서 길을 따라 곧바로내려가면 서커스서커스가 운영할 9억5천만달러짜리 맨덜레이베이(Mandalay Bay)호텔의 마감공사가 한창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또다른 방향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무려 22억5천만달러가 들어가는 샌드의 비니시언(Venetian)호텔 공사에 열중하고 있다. 이 밖에도 MGM그랜드호텔은 확장과 시설개선을 위해 7억5천만달러를투자하고 있고 리오호텔과 카지노도 역시 2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상황을 종합해 보면 현재 10만6천개의 객실이 있는 라스베이가스에는 앞으로 2년반동안 2만개가 넘는 새로운 객실이 생기게 된다. 살로몬스미스바니의 전문가 브루스 터너는 똑같은 기간동안이 도시의 상장된 도박회사에 투자될 자본의 양은 지금의1백10억달러에서 2백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우려할 일은 이 지역의 호텔경기가 이미 내리막 조짐을 보이고있다는 것이다. 객실판매율은 90%가 넘던 2년전과 달리 86%로 떨어졌다. 다른 곳의 평균적 호텔업자 대부분이 볼 때는 부러운 수치이긴 하지만 객실을 1백% 판매하는 것을 가정하고 영업을 하는라스베이가스에서는 이런 상황은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호텔들이 가격인하 경쟁에 나선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다.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특실의 주중 1일숙박료가 2백달러 정도인데반해 이곳에서는 79달러면 된다. 올 1월말 서커스서커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재작년의 1억달러보다 줄어든 9천만달러라고 발표했다. 터너는 카지노의 주가가 지난 2년동안 하향국면을 보이고있다고 주장한다.◆ 도박 합법화주 10여개 달해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이쪽 사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아시아 사람들에게 특히인기가 있어 카지노 수입의 10배를 벌어들일 수 있는 바카라 게임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이익은 계속 감소추세다. 미라지리조트를포함한 몇몇 회사들은 「큰 손님」들에 제공했던 외상을 대폭 감축하는 사상 유례없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많은 고객의 재정상태도 다시 조사되고 있다. 경기하강은 미국인 도박꾼들에게도 타격을 입힐 것이다.세계적 경기침체 상황이 아니더라도 라스베이가스는 여러 가지문제를 안고 있다. 10여년전만 해도 합법화된 도박사업을 할 수있는 곳은 라스베이거스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내에서 도박을 합법화한 주가 10여개나 된다. 지난 87년 미국 카지노의 순익이 65억달러이던 것이 97년에는 2백55억달러로 껑충 뛰었다.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달에 있을 캘리포니아주 주민투표에 회부된 법안은 캘리포니아주에서의 도박사업에 대한 제한완화를 명문화해 놓고 있다. 라스베이가스가 있는네바다주의 카지노들을 비롯한 이 법안 반대론자들은 자신들의반대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1천5백만달러가 넘는 돈을 쓰고 있다. 카지노 고객의 1/4이상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오는 사람들이기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는 법안통과 가능성이 큰 것으로나타나 라스베이가스를 실망시키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항공사들도 라스베이거스행 비행편을 줄이는 대신 다른 노선을 계속늘려가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도박사업에 대한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빌딩을 마구 짓고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는 일은 외상얻기도 쉽고경제도 한창 호황이던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계속 규모를키우면서 보다 화려하게 보이는 것이 도박사업에서 경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카지노업자들의 믿음이기도 했다. 업자들은 판돈도 무한정 높게 올려 여간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대부분게임에서 손을 털고 일어서도록 밀어붙였고 돈도 그만큼 많이 벌었다. 카지노는 계속 커지고 화려해져야 장사가 된다는 얘기가 있다.3천2백76개의 객실을 가진 맨덜레이베이는 10에이커에 이르는 열대 소택지(沼澤地)와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을 갖춘 것을 특색으로 홍보할 것이다. 3천36개의 스위트룸이 있는 비니시언은 진짜베니스에서처럼 1천2백피트의 운하와 세레나데를 부르는 뱃사공,아치형 다리, 산마르코 광장을 그대로 모방한 광장 등을 자랑거리로 내세울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도박사업을 이런 식으로 운영하기에는 몇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그 첫째는 카지노에 투자해도 웬만큼 이익을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6년전만 해도 3억달러정도를 투자하면 라스베이가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자본에대한 이익도 25%는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진출을위해 10억달러대의 돈이 필요하다. 그나마 그 돈에서 챙길 수 있는 이익도 15%대로 떨어졌다.두 번째로는 시장이 불황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카지노들이 서로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 도박시설들은 항상 새로운 인기거리가 생기면 전체 도박시장의 규모도 커진다는 가정아래 만들어져 왔다. 그래서 카지노업자들은 서로 대부를 해줘가며 공생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새로운 리조트가 들어서면 기존사업자 중 몇몇은 업계에서 퇴출되고 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심지어 시저즈팰리스처럼 아주 높은 명성을 자랑해 오던 업소마저경영위기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보면 둘 다 이탈리아 양식을 내세우고 있는 벨라지오와 비니시언 두 개가 다 살아남을 지는 의문이다.◆ 라스베이가스 몰락 예언 항상 대두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도박과 다른 종류의 오락이 서로 뭉뚱그려질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90년대 초 카지노들은 자신들의장래 사업이 디즈니랜드와 「소돔과 고모라」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가족오락의 한 형태로 될 수 있을 것으로 봤었다. 하지만 가족단위의 고객들을 끌어들이지는 못했고 지금은 오히려 카지노들이 이전보다 더욱 분수없이 흥청망청 돈을 써대는 사람들을 주요고객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고객들이 벨라지오의 모조품을 원래 마을보다 더 선호할 것인지는 미지수다.지난 40년대 사막 가운데 있는 작은 마을이 도박의 메카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이후 「라스베이거스의 종언」을 예고하는 주장들은 언제나 제기돼 왔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는 도박에 대한독점적 지위를 잃게 된 뒤에도 10여년간 번영을 누려왔다. 사실그동안 라스베이거스에는 빌딩을 지금처럼 경쟁적으로 올리던 시기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거대한 규모로 빌딩을 지었던적은 없었다. 더구나 경제사정이 이토록 좋지 않을 때 이런 일이벌어진 적은 결코 없었다. 따라서 라스베이거스의 미래에 대한관심이 이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Casino capitalism」 Oct. 17,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