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금을 합성했다면 대단한 성공이라고 알려졌을 겁니다. 금시세가 1kg에 1만달러 정도하니까 1백kg만 합성해도 1백만달러를 벌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화학물질 중에는 금보다 비싼 게수두룩합니다.』화학 벤처기업 씨트리의 김완주(56)사장은 화학산업이 금을 합성하는 것보다 훨씬 고부가가치의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김사장은 항암제 택솔과 황금시세를 비교하며 설명했다.『항암제인 택솔은 kg당 1백만달러나 됩니다. 택솔1kg은 실험실의유리기구 하나에서 나올 수 있는 양입니다. 1년에 10kg만 만들어도1천만달러나 됩니다. 적은 양을 생산하기 때문에 시설투자부담도없습니다.생산량이 적은만큼 공해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다만 우수한 두뇌가 많이 필요합니다.』씨트리 김완주사장은 국내 정밀화학발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를 거쳐 한국화학연구소에 근무하면서지난 93년 퀴놀론계 항생제를 개발, 전임상단계에서 영국 스미스클라인비첨사에 2천1백만달러의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수출했고 96년에는 택솔을 저렴한 가격에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씨트리는 김사장이 그동안 쌓은 정밀화학지식을 직접 산업화하기위해 지난 4월 세운 정밀화학 벤처기업이다. 씨트리의 핵심기술은카이로(CHIRO)기술과 컴비나토리알화학 등 두가지다.이 기술들은신약이나 신물질의 개발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사람은 개발과정을 실행할 수 있는 장치만 만들어 놓으면 된다. 분자끼리 합성하고 신약이나 신물질을 만드는 일은 로봇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너무 많은 신약이 만들어져 검사도 로봇이 해야 할정도다.개발과정을 자동화하면 신물질 혹은 신약 등 짧은 시간에 많은 종류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신약개발성공률이 훨씬 높아진다. 연구개발자는 합성, 검사 등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아이디어를 구상하는데 시간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사람은 아이디어, 개발과정은 로봇이 담당카이로기술은 필요한 약효가 있는 물질을 분리해 내는 기술이다.화학물질 중에는 분자의 크기나 분자구조가 똑같지만 약효는 정반대인 물질이 많다. 크기 분자구조가 똑같아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분리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런 물질은 마치 거울 속의 그림자처럼 서로 반대 방향인 경우가 많다. 분자구조는 똑같은데 방향만 반대인 것이다. 이런 물질을 광학활성분자라고 한다.광학활성분자의 특징은 약효가 정반대라는데 있다. 한쪽이 혈압을높이는 작용을 하면 다른 한쪽은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분자구조와 크기가 똑같아 두 성분을 분리하는게 상당히 어렵다. 이제까지 광학활성분자를 치료제로 사용하기 어려웠던 이유다.따라서 광학활성분자를 정확하게 분리해 내면 좋은 치료제를 만들수 있게 된다.컴비나토리알화학은 최근들어 각광받고 있는 신약개발 방식이다.모든 약품은 분자들의 결합에 의해 이뤄진다. 결합된 분자의 종류와 결합방식에 따라 약효가 결정된다. 컴비니토리알화학을 이용하면 분자의 구성 요소인 각 원자를 원하는 대로 결합해 새로운 약품과 물질을 만들어 낼수 있게 된다. 신약개발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것이다. 분자합성의 기본구조만 잡아 주면 나머지 과정은 로봇이 조금씩 변형하면서 새로운 물질을 합성한다.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합성해 가며 개발하는 과정과는 비교할 수없을 정도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합성된 물질이모두 쓸모 있는 것은 아니다. 이중 가장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적은 것을 골라내야 한다. 합성한 약품이 너무 많아 1차적인 약효검색작업은 로봇이 해야 한다. 사람은 최종적으로 확인만 하면 된다.씨트리는 기술뿐 아니라 경영조직도 벤처스타일이다. 우선 출퇴근관리가 없다. 이익을 많이 내면 많이 낸만큼 보상을 받기 때문에각 개인이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다. 급여는 기본급 성과급 스톡옵션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본급은 임금 하한선으로 의미가 없고 생산성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된다. 각 팀 혹은 개인이 담당한프로젝트가 이익을 많이 내면 그만큼 이익을 나눠 갖는다. 또 연말에 결산해 회사의 이익이 발생하면 전체 이익금의 1/3을 임직원들의 성과급으로 배분한다. 또한 정식직원이 되면 모두 스톡옵션을제공한다.김사장은 『대기업에선 이런 식의 보상체제를 만들 수 없어 직접회사를 차렸다』며 『얀센제약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벨기에의폴 얀센박사처럼 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