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올해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37.8%로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저축률은 지난88년 39.4%를 기록한 이후 소비가 늘면서 떨어지기 시작, 지난해에는 34.6%로 낮아졌었다.일반적으로 개인들의 저축률을 얘기할 때 소득중에서 소비하고남는 부분을 의미한다. 이같은 저축률의 개념을 국민경제 전체로확대한 것이 총저축률이다. 여기에서의 저축은 비단 금융기관에예금한 금융저축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집을 사거나 공장을짓는 등 소비가 아닌 투자지출까지를 포함한다. 반면 총투자율은국민경제가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쏟아부은 총투자를 총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이론적으로 총저축과 총투자는 일치한다. 다만 총투자를 국내저축만으로 충당하지 못했을 때 해외저축, 즉 외자도입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우리나라의 저축률은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이후 줄곧 투자율을밑돌았었으나 80년대 후반들어 3저호황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늘어나면서 총저축률이 총투자율을 앞지르게 됐다. 그러나 90년에 저축률이 35.9%로 하락한 반면 투자율이 37.1%로 치솟아 저축률을 앞지르기 시작한 이후 그같은 추세가 지속돼 왔다. 결국외채가 쌓이고 외환위기의 빌미가 된 셈이다.올해 총저축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현상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올해의 저축률 상승은 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소비가 더욱 큰 폭으로 위축돼 나타난 것이어서 액면그대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총저축률의 상승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6%를 기록할 것으로예측된 반면 최종소비 증가율은 마이너스 11.9%에 달한다는 전제하에서 계산된 것이다. 말하자면 극심한 소비위축의 결과라고볼수 있다. 따라서 투자재원의 자립도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전체적인 경제위축을 감안한다면 결코 환영할만한지는신중히 검토해 볼일이다.일부에서는 우리 경제의 위기원인이 과소비 때문이라는 견해가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평균적으로 35%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저축이 낮아서가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가 국민경제의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지나친 과속성장에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그러나 우리나라의 저축률이 높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따져보면꼭 그렇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도 없지 않다. 개인의 금융자산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금융자산 보유비율은 96년을 기준으로우리나라는 2.12배에 머물고 있다. 반면 미국은 4.06배, 일본3.53배, 대만 3.90배 등으로 우리보다 2배 가까이에 달한다. 이는 우리의 저축중 금융저축의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부채비율은 높아 투자재원으로 활용 가능한 금융저축은 그리 많지 않다는 설명도 가능하다.어쨌든 총저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경제 건전화라는 측면에서바람직하지만 소비축소보다 소득증가와 함께 이뤄지는 것이 더욱소망스럽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성장의 회복이 오히려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투자율이 급격히 저하된상태이기 때문에 저축률제고 보다는 소비촉진과 투자율 제고가더 시급한 과제라 할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