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는 참으로 어렵다. 이리저리알아보아 대출자격이 주어질 것같은 은행창구를 찾더라도 넘어야할 산이 한둘이 아님을 깨닫고 낙담하기 일쑤다. 은행들이 요구하는 서류가 일반인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복잡하고 많기때문이다. 게다가 대출담당자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을 보증인으로 내세우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다반사다. 은행으로서도 돈을 떼이지 않으려면 안전한 회수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내부 사정이 깔려 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돈이 필요하다는 고객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하여 은행들이해야할 개인의 신용상태 파악을 고객들에 떠넘기는 일종의 불공정행위에 다름아니다.이같은 은행들의 잘못된 관행에 쐐기를 박을 제도적인 장치가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이 6개월간의 시범운영을 거쳐11월초부터 전면도입한 CSS(Credit Scoring System)이 바로 그것. CSS는 고객이 내점했을 때 고객의 대출가능여부 한도 신용카드 발급여부 등을 즉석에서 결정해주는 일종의 「개인신용평가시스템」이다.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여 신청서를 기재하면 대출담당자는 신청내용을 컴퓨터에 입력, 대출의 여부 및 대출가능금액까지도 즉석에서 알려준다.다만 컴퓨터가 즉석에서 판단내리기 어려운 일부 고객에 대해서는 본점의 전문심사역이 사전에 정해놓은 기준에 의해 신속히 심사를 해 영업점과 고객에게 결과를 통보해준다. 지금까지는 같은은행이라도 영업점에 따라 혹은 담당직원에 따라 대출여부 및 담보나 보증요구가 서로 달랐다. CSS의 도입으로 개인의 신용상태를 대출담당자의 「감」이나 「임의」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면서도 정확히 신용평가를 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진국선 40년전 이미 실용화 시도CSS는 외국에서 이미 40여년전부터 실용화가 시도되었으며 현재대부분의 선진금융기관들이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시스템. 신한은행은 외국금융기관들의 CSS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선진이론과 첨단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그동안 영업을 통해 얻은 자료를토대로 통계화하였다.또한 외부의 공개정보를 최대한 흡수하는 한편 기존의 금융권내모든 자료를 분석, 체계화시켰다. 이런 점에서 고객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놓는다는 개념의 기존 정보시스템과는 질적으로 다르다.신한은행이 CSS의 구축에 든 기간과 비용은 2년간 총 30억원. 정보기술(IT)전문가는 물론 대출심사역 신용카드전문가 통계전문가전략개발전문가 외국어전공자 등 모든 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신한은행은 CSS도입으로 예상되는 부실률을 정확히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 리스크관리와 자산의 건전화에도 크게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고객의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어 고객으로서는 큰 만족을 얻을 것으로 분석한다. 우선 담당직원에 따라 대출여부와 담보조건 등이 달라 불만이 컸으나 이제는 어느 영업점을 방문하더라도 상담직원의 질문에 정확히 답변만하면 대출여부는 물론 무보증신용대출한도를 즉시 알 수 있다.둘째, 대출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신용에 의한 무보증 신용대출이가능하며, 이보다 많은 대출을 원하면 그에 합당한 보증인이나담보를 제공하면 된다. 셋째, 그동안 은행의 대손율에 따라 일률적으로 대출이자가 정해졌으나 CSS에 따른 적합한 이자율이 적용된다.넷째, 본인의 신용이 대출의 최우선요인으로 거래가 없는 고객들도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은행들은 거래실적이나 기여도를 대출여부와 한도산정의 중요자료로 삼아왔다. 따라서 신한은행의 CSS도입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금융권에 대한 불만도 대폭 감소시키면서 다른 은행들에 대해서도 대출관행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