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태국과 중국의 관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자국내 정치권과 언론들로부터 『이웃나라 한국의 관료들은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저토록 열심히 뛰고 있는데 당신들은 도대체 뭐하느냐』는 질책을 받기 때문이란다. 「울며 겨자먹기」로 한국정부의 IR 전략과 노하우를 배우기위한 문의도 인터넷으로 들어온다고 한다.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들이 스스로 「공치사」로 하는 얘기이겠지만, 사실 올해만큼 정부의 IR 활동이 두드러진 해도 없다. 지난2월 뉴욕에서 성공적으로 끝난 국내금융기관의 단기외채 만기연장협상을 필두로 4월에는 외평채발행 로드쇼가 벌어졌고, 최근에는 세계 17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코리아 포럼」까지 개최됐다. 재정경제부의 변양호 국제금융과장은 『올해 개인적인비행거리는 약 20만마일로 지구를 두바퀴 돈 거리』라고 혀를 내둘렀다.현재 정부의 IR 활동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해외자본유치를 위해서이고, 나머지 하나는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두 분야 모두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사정과 그 변화의 양상을 해외에 알리고홍보하는데는 크게 일조했다는 평이다. 이에따라 우리측의 IR 노하우도 갈수록 발달해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해외투자자들에게정기적으로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코리아 포럼 전개과정9월29일부터 10월16일까지 8개국 17개도시에서 열린 코리아 포럼은 올해 정부부문 IR의 결정판이었다.정부는 지난 8월만 해도 각 기관별로 독자적인 IR 활동을 전개할계획이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성업공사 등이 해외채권발행이나 신용등급개선을 위해 로드쇼를 준비하고 있었고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 금융감독위원회 기획예산위원회 등은 외국인직접투자의 유치 및 대외신인도 개선을 위해 해외에 나갈 참이었다.그러나 시기가 9월로 집중된데다 특별히 거래가 수반되지않은(Non-Deal) 로드쇼였기 때문에 개별적인 홍보 수요를 하나로묶어 일관된 흐름을 갖도록 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실 각 기관들이 일제히 해외에 나가 로드쇼를 벌일 경우 외국인들도 혼란을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재경부 금감위 기획예산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코리아 포럼」이라고 명명된 로드쇼에공동으로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홍보전략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개혁의 진척상황과 성과를 알림으로써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확실히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구체적으로 △재경부는 거시경제현황 및 전망, 외국인 투자제도,외환사정 및 전망, 뮤추얼 펀드설립 △금감위는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진척상황 △기획예산위는 공기업 민영화 △산은과 수은은자체 구조조정 진척상황 및 재무구조 개선노력 등에 대한 홍보작업을 각각 떠맡았다. 자문기관으로 선정된 JP모건과 CSFB는 투자설명회 장소 선정, 초청대상 선정, 호텔 및 항공편 확보, 초청장 발송 등의 세부적인 업무를 맡았다. 이들은 뉴욕 런던 등에서는 그 지역 언론매체들을 상대로 로비도 벌였다.순회 대상지역은 홍콩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도쿄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보스턴 위싱턴 뉴욕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등이 선정됐다. 워싱턴에서의 포럼행사는 국제경제연구소(IIE)와 공동으로 개최했으며 디트로이트에서는 크라이슬러 델파이 아메리칸 엑슬 등의 업체들이 참석하기도 했다.IR 진행방식은 다중들을 모아놓고 투자설명회를 벌이는 「그룹프레젠테이션」과 개별투자자들과의 1대1 미팅인 「원-온-원 미팅」으로 대별됐다. 약 2시간동안 진행된 그룹 프레젠테이션은30분간의 오찬을 거쳐 △인사말 10분 △비디오 상영 10분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 30분 △질의 및 응답 30∼45분으로 진행됐다.또 「원-온-원 미팅」은 자세한 현황설명과 함께 질의 및 응답이자유롭게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무디스 S&P등 국제신용평가기관관계자들과도 회합을 가졌으며 해외 금융기관 및 기업들과의 투자상담도 이뤄졌다. 이 기간동안 국내에서는 9월25일 주한 외국금융기관 대표와의 간담회가 열렸다. 10월2일에는 암참 및 유러참 대표와의 간담회도 열었다. 방식은 코리아 포럼과 동일했다.도쿄 등지에서 IR 활동을 벌이고 돌아온 재경부의 정덕구 차관은『외국인들은 우리의 금융개혁에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이해하게 됐으며 구조조정을 주도할 만큼 재정능력도 충분하다는점을 인정했다』고 자평했다.그러나 정차관은 『다만 기업부문의 많은 개혁에도 불구, 재벌기업들이 여전히 선단식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데 불만을 표시했으며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이 2백%로 낮아질까에 대해서도 의구심을표시했다』고 말해 아직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의 불안감이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음을 우려했다.◆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전자우편 송수신정부는 지난 7월말 외국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의견을 국내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외국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E-메일 통신을 시작했다. 일차적인 송수신 대상은 일반 외국인투자자를 비롯해 외국금융기관 신용평가기관 국제기구 등의 한국담당자 2백여명으로 구성됐다.그동안 외국인들은 국내의 외국인투자 촉진법과 국내예금은행 외화자산의 유동성비율등을 문의해왔고 정부는 이에 대한 관련부처의 답변자료를 받아 보내주었다. 현재 메일링 리스트에 오른 대상은 초창기의 네배가 넘는 8백90명에 달하고 있다. 재경부의 임병일 사무관은 『해외투자자들에게 E-메일을 통해 정기적으로(일주일에 두번씩) 개혁진척상황을 설명해주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정부는 올들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수요자중심으로 손질하면서관련 IR행사를 여러차례 열었다. 각 지역별로 투자유치단을 파견하는가 하면 김대중 대통령의 정상회담등을 통해 현지에서 투자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제프리 존스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장은최근 『11월중 외국인투자 촉진법이 시행될 경우 내년이 한국투자의 적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개별 기관들의 IR 사례들을 살펴보면 우선 한국토지공사가 지난달초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한국부동산에 대한 투자설명회를개최했다. 투자유치팀은 이향열 건설교통부 차관을 단장으로13개 부동산 관련업체들로 구성됐다. 특히 재력있는 재일교포들을 대상으로 제주 연동택지지구에 대한 투자설명회를 곁들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이다.또 전남도는 「독일 전용공단」을 대불공단에 유치하기 위해9월중순께 우리나라를 찾은 독일 경제사절단을 대상으로 물밑 접촉을 벌였다. 「독일 전용공단」은 지난 7월 박태영 산자부장관이 한국투자유치 사절단을 이끌고 독일을 방문했을 때, 독일재건은행 보그트총재가 자국기업의 전용공단 조성을 요청한 적이 있어 성사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한편 전재경원 장관을 지냈던 임창렬 경기도지사는 최근 지역내우량중소기업 1천여개를 선발, 이들 기업에 외자를 유치하는 작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임지사는 취임때부터 경기도에 투자유치센터를 건립해 투자정보제공, 합작파트너 물색, 세금과 금융에 대한 자문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