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대북비즈니스」가 본궤도에 올랐다. 현대 정주영명예회장의 지난달말 4박5일동안의 제2차 북한방문을 통해서다. 정명예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을 국내 인사로는처음으로 만나 평생숙원사업이던 대북프로젝트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보장도 얻어냈다.이로써 현대의 대북비즈니스는 밑그림단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채색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른 기업들을 제치고 대북경협의 주도권을 확보했음은 물론이다. 현대내부에서도 굳이 이런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정몽헌현대전자회장이 방북결산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대북사업은 능력있는 국내외 기업들에도 문호를 개방할방침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잘 입증한다.현대가 이번에 북한측과 잠정합의한 대북비즈니스는 모두 12개.금강산관광 및 개발사업, 고선박해체사업,평양화력발전소건설,광천수개발, 자동차조립공장, 자동차오디오조립공장, 통신사업,제3국 해외건설공사 공동진출, 서해안공단개발사업,석유공동개발사업등이다.이 모든 프로젝트가 곧바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금강산관광등몇몇 사업은 실행단계에 들어간 것도 있지만 일부사업은 남북한당국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도 있다.돌발적인 상황도 대북비즈니스 추진에 장애물이 될수 있다. 현대는 지난 6월 정명예회장의 1차방북때 대북사업에 대한 큰줄기를잡았다가 북한잠수함침투사건이라는 악재를 만나 애간장을 태웠다. 이 사건은 대북프로젝트가 현대의 의지대로만 추진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이에따라 현대는 대북비즈니스를 단계별로 추진한다는 전략을 마련해놓고 있다. 열매를 빨리 따 먹을수 있는 사업부터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래야만 돌발악재를 피할 수 있고 효과 또한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현대가 18일 첫배가 떠나는 금강산관광사업을 제외하고 12개 프로젝트중 제1순위로 추진중인 사업은 제3국 해외건설공사 공동진출이다. 현대 PR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경우 해외사업장에서 제3국 인력을 쓰고 있다』며 이들 해외현장에 북한인력을 데려다 쓰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외 기업에도 문호 개방우선 독립국가연합 투르크메니스탄 석유화학시설공사에 북한 근로자 5백여명을 내년초 투입키로 하고 북한측과 협의를 진행중이다. 이 공사는 이미 계약이 끝난 상태로 북한측도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투르크메니스탄 석유화학공장 북한근로자진출은 현대가 추진중인 대북프로젝트의 첫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는 이와함께 리비아 송유관공사도 낙찰받을 경우 북한근로자를 진출시킬 방침이다.제2순위로 계약을 추진중인 사업은 자동차오디오조립공장건설.현대전자는 현재 경기도 이천공장에 연간 2백만대 규모의 카오디오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그러나 이 설비는 국내 자동차시장의 침체로 풀가동되지 못하고있다. 정상가동되지 못하는 일부 설비를 북한으로 이전만 하면돼 연간 24만대 생산규모의 자동차오디오공장 건설에는 별문제가없다는 것이다. 몇차례 실무자 방문을 통해 부지도 확보해 놓았다.이 사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 노동력의 확보. 현대측은 이 문제와 관련, 『부품을 북한으로 가져가 조립만 하면 돼고도의 기술력은 필요치 않다』며 내년초쯤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금강산 광천수개발도 당장 실현이 가능한 사업이다. 광천수개발사업은 국내 모 중소기업이 추진하다 자금여력이 달려 중도에 포기한 상태이다. 현대는 이를 인수, 몇가지 시설만 추가로 설치한뒤 유람선과 금강산지구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 반입, 판매는 아직 고려치 않고 있다.그 다음 작품으로 추진할 사업은 서해안공단개발사업이다. 현대종합상사가 추진하게 되는 이 사업은 해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북한 서해안지역 2천만평 부지를 공단으로 조성, 국내외업체에 분양하는 매머드 사업이다.이 공사는 10여년에 걸쳐 추진되게 되는데 현대는 일단 올 연말까지 타당성조사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는 공단개발에 들어갈방침이다. 1차연도에는 30만평 정도를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종합상사는 현재 사내 중소기업팀을 통해 2백여개 중소기업의 입주신청을 받아 놓은 상태다. 입주업체 선정은 초기에는 북한 노동력을 이용해 단기간 사업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공업중심으로하게 된다.자동차조립공장,발전소건설,고선박해체사업,석유개발사업은 현대가 이런 사업을 하겠다는 의사를 북한측에 전달한 수준이다. 이사업들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자동차조립공장건설의 경우 현재 현대자동차가 기아를 인수, 이를 정상화시키는데 힘을 쏟아야 할 상황이어서 가속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수출할당과 관세문제등 조립공장건설에 앞서 협의를 해야할 과제가 또한 많다. 화력발전소건설은 북한당국의 지불보증이 확보되었을 때 투자키로 한만큼 실현까지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광천수 개발도 실현 가능성 높아석유개발사업은 정명예회장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업. 현대는 탐사결과 원유가 나오면 남한으로 들여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이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북한내 유전에 대한매장량이나 경제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데다 다른 사업과 달리석유개발사업은 초기투자비가 많이 들어 가장 후순위로 추진될가능성이 크다.어떤 과정과 절차를 통해 추진되건간에 현대의 대북비즈니스는정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 마침내 이뤄질 수 있게 됐다는데 재계관계자들은 후한 평점을 주고 있다. 대북비즈니스는 또 정명예회장의 공격경영 완결편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런탓에 현대의 대북사업은 추진과정에서 다소간의 「시련」은 있겠지만 「실패」는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