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삼성의 움직임에 재계의 시선이쏠리고 있다. 현대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그룹으로 꼽히는데다 기아자동차 인수 실패 후 삼성자동차의 향방을 놓고 갖가지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그룹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 내부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해 보인다. 외부 환경이야 어떻게 변하든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에 힘을 쏟아 그룹의면모를 일신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또 라이벌인 현대의 행보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모습이다.일단 삼성은 현재 진행중인 재계의 구조조정 작업에 적극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업종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꾼다는 전략이다. 최근 들어 그룹구조를 금융과 전자의 양대축으로 재편할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먼저 금융은 요즘 삼성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분야다. 기존의생명, 화재, 증권, 카드, 할부금융에 이어 신규로 은행업에 진출해 종합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히삼성은 지난 1년 사이에도 동양투신과 영남종금을 인수하는 등금융업 보강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전자는 전관, 전기, 코닝 등 계열사들을 수직계열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특히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반도체 부분의 흑자가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심감을 갖는 모습이다.금융이나 전자와는 반대로 이건희 회장이 지난 10여년간 강화를적극 모색해온 제조업 분야는 위축이 불가피한 상태다. 중공업이이미 발전설비와 선박용엔진을 한국중공업에 이관했고, 건설중장비는 볼보사에 매각했다. 석유화학은 현대석유화학과 통합해 외자를 유치해야 할 입장이고, 항공은 국내 항공3사가 통합해 단일법인으로 출발하게 된다.삼성의 구조조정에서 최대의 관심업종인 자동차에 대해서는 이회장 등 삼성 경영진이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기아자동차 인수실패로 업계에서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육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삼성자동차 관계자들은 내수부진 등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강한 회사’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재계와 정치권의 일부 인사들이 자동차 업종의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삼성의 자동차 사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전망이다.이밖에 물산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중심으로 사업규모를줄여나갈 것으로 보이고, 공익성이 강한 에버랜드와 에스원, 신라호텔 등은 당분간 지금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