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현대그룹 페이스다. 정주영명예회장의 정계진출로한때 시련기가 있었던 현대그룹은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특유의공격경영을 펼치며 재계 리더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다른 그룹들이 IMF체제이후 구조조정한다며 몸을 움츠리고 있는사이 현대는 기아자동차와 한화에너지, 한남투신을 잇따라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현대의 상승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말 정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북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을 만나 대북사업에 대한 주도권도 확보했다. 이같은 밀어붙이기 경영으로 현대의 자산규모는 올 4월 73조원대에서 약 90조원대로 대폭 증가했다. 재계 1위 자리를 놓고그동안 삼성그룹과 앞서거니 뒤서니 했으나 이젠 부동의 1위로자리매김한 셈이다.현대 상승세의 하이라이트는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 인수. 현대는기아자동차 3차입찰에서 과감하게 베팅,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현대자동차는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1위 자리를 확실히 굳힘과 동시에 세계 「톱10 메이커」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했다. 기아인수를 통해 생산능력은 연 1백80만대에서 2백85만대(승용 및 상용포함)로 증가했고 내수 시장점유율(승용차기준) 또한 39.8%에서 60.7%로 껑충 뛰었다. 현대의 기아인수는 경쟁그룹인 삼성을 따돌리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는 자동차산업의 성공적 진입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던 삼성에 맞서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기아 인수라는 대어를 낚았다. 1차 입찰에 참가할 당시만해도 삼성 견제용이라는시각이 없지 않았으나 이를 과감히 불식한 것이다.정명예회장이 앞장을 선 대북비즈니스도 현대 상승세에 기폭제역할을 했다. 사실 지난 6월 정명예회장이 방북하기전까지만 해도 현대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현대자동차가 정리해고를단행하는 과정에서 파업이라는 돌발상황을 맞아 휘청하기도 했고이로인해 그룹 분위기는 가라 앉았다.현대는 이를 「소떼 방북」이라는 세계적 이벤트를 통해 치고 나갔다. 정명예회장은 지난 6월 소 5백마리를 수십대의 트럭에 나눠싣고 북한을 방문, 금강산관광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며대북비즈니스의 물꼬를 텄다.북한 잠수함의 동해안 침투사건이 발생, 현대 대북경협사업은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말 정명예회장은 소 5백1마리를 몰고 북한을 재방문, 김정일국방위원장을 만나 지지부진하던대북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놓았다.현재 추진키로 합의한 현대의 대북경협사업은 18일 첫 배가 떠난금강산관광사업을 비롯, 금강산개발사업 고선박해체사업 서해안공단건설 자동차조립공장건설 등 모두 12개이다. 이들 대북경협사업은 사실 삼성 대우등 다른 그룹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삼성 대우 등 다른 대기업들이 앞으로 현대의 상승세를따라 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할 전망이다. 최고권력자의 결정이 곧바로 법인 북한사회에서 현대는 국내기업으로는처음으로 최고권력자인 김정일국방위원장을 면담, 「얼굴도장」을 찍어 놓았기 때문이다.◆ 상승세, 반도체 경영권 향방이 변수빅딜과정에서도 현대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현대정유의 한화에너지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정유는 그룹 계열사로는 정유업에 마지막으로 진출한 탓에 점유율이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이번 빅딜과정에서 자산규모 3조2천억원대의 한화에너지를 인수해 3위업체로 사세를 키웠다.김대중정부가 들어선 이후 다른 기업에 비해 취약한 금융부문의보강이 이뤄진 것도 눈길을 끈다. 국민투자신탁을 계열사로 편입시킨데 이어 한남투자신탁도 인수했다. 지금까지 현대는 삼성에비해 금융부문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올해 들어 이 부문에 대한 보강작업을 무리없이 추진한 셈이다.현대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거릴 소지는 있다. 반도체 경영권 향방이 변수이다. 현대는 현재 반도체사업 경영권을 놓고 LG와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는데 승부는 예측불허이다. LG를 제치고 반도체단일회사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에는 상승분위기는 최정점에 달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땐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반도체 단일회사 경영권확보과정에서 현대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재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양보론이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기아자동차를 인수한데 이어 대북비즈니스 주도권을 확보하자재계 일각에서는 반도체경영권을 양보해도 되지 않느냐는 시각이없지 않다』며 반도체 경영권은 그런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인수와 대북비즈니스는 공개경쟁입찰과 정명예회장의 도전적 경영의 산물이지 정부 특혜와는 무관한것이라며 반도체 경영권 문제는 공정한 룰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