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쓰러진 기업들이 워낙 많으니 밀려들어가는 수 밖에요.별 도리 있습니까.』내년에 새로 30대 그룹에 들어갈 예상후보들의 공통된 반응이다.내키진 않지만 할수 없지 않느냐는 심드렁한 대답이다. 재계에서30대 그룹 진입을 좋아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한국의 간판기업이 됐다는 「영광」보다는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만 잔뜩 생기는게 요즘의 30대그룹이기 때문이다.올해는 특히 그렇다. 그동안은 덩치 큰 기업이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IMF이후로는 1백80도 달라졌다. 덩치가 클수록 부실이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더욱이 30대 그룹으로 지정되면 갖가지 규제를 받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계열사간 채무보증 금지다. 30대그룹에 지정되면 그때부터 계열사간 신규 채무보증이 금지된다. 2000년3월까지는 기존채무보증도 완전 해소해야 한다. 단, 올해나 내년도에 신규진입하는 그룹의 경우 1년간 유예된다. 99사업연도분부터 결합재무제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는 규제도 새로 생겼다.상호출자도 안된다. 이런 공정거래법상 규제 외에도 종합유선방송 주식 취득금지,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창투사 소유제한등 각종 법에서 30대그룹의 사업 내용을 제한하고 있다. 30대에 신규진입하면 제아무리 작은 규모의 계열사라도 중소기업으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중소기업 기본법상 30대그룹의 계열사는 무조건 중소기업이 아닌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IMF 아래서 대출금만기연장 등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이 만만찮은만큼 아쉬울 수도 있다. 이밖에도 축산법, 정기간행물등록법 등각종 법에서 30대 그룹을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가시적인 규제외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경영활동에 나서기전에 외부시선을 보다 의식해야하는 부담도 있다.올해 30대그룹의 자산 커트라인은 2조6천5백90억원(새한그룹,30위)이었다. 작년(신호그룹 2조1천5백80억원)보다 약 5천억원 높아진 액수다. 지금까지 30대그룹 자산의 커트라인은 매년상승했다.◆ 자산 2조원대면 30위 진입 가능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구조조정 여파로 자산을 매각하고 부채를 줄이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에 커트라인이 오히려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올해는 2조원대의 기업이면 30위권에 들어갈 전망이다.30대그룹행 티켓이 2개 생긴다면 주인은 삼양사와 제일제당이 될가능성이 크다. 삼양사는 2조3천4백50억원, 제일제당이 2조3천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그뒤를 잇는 기업이 동양화학으로2조2천5백6억원. 신세계도 2조원을 약간 넘어 30대그룹에 진입할강력한 후보다. 그 뒤로 1조9천억원 전후의 자산을 보유한 한국타이어와 대한전선, 1조8천억원을 갖고 있는 데이콤 등의 순이다. 경우에 따라 이들 그룹들이 모두 30대그룹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 30대 그룹의 자산감축 속도가 빨라질수록 랭킹이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30대그룹 후보기업들은 매년 이맘때면 「몸집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짜기 시작한다. 골치아픈 규제망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30대그룹에 들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르다.별로 노력하는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30대 그룹에 들어가서좋을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빠지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제일제당)는게 일반적인 얘기. 이들 후보기업 대부분이 IMF에도비교적 굳건한 내실기업이란 특색을 갖고 있는 탓이다.『계열사래야 몇개 있나요. 화섬과 설탕, 밀가루가 사업의 거의전부인데요. 그러니 결합재무제표나 상호지급보증 등의 문제도거의 없습니다.』(삼양사)여러 사업을 벌이지 않고 비교적 주력업종에 매달려온 단일업종중심의 기업들이란 점도 올해 후보기업들이 30대그룹에 빠지려는노력을 하지 않는 이유중 하나란 얘기다. 재계 자산순위에 워낙변수가 많아 어느정도 몸집을 줄이면 30대그룹에서 빠질수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에 있다.『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에 맞추려면 상호지급보증 해소나 결합재무제표 작성 등은 어차피 해야할 일입니다. 꼭 정부가 시켜서가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국제적 수준의 재무구조와 경영관행을 갖춰야죠. 30대 그룹이다, 아니다하는 경계가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신세계 백화점)30대그룹 선배들을 능가하는 신입생들의 당찬 경영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