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사람의 생명과 관계되는 서비스를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의료 기술에 대해서는 특별히「인술」이라는 용어를 붙여 특별 대우를 해준다. 병원에 「경영」이나 「마케팅」과 같은, 뭔가 자본주의적이고 돈 냄새가 나는용어를 붙이는 것조차 「불경스런 일」처럼 여겨질 정도다. 실제로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의사들은 지금까지 병원을 개업하기만하면 고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별 다른 노력없이 찾아오는환자만 받아도 사회 상류층의 일원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IMF의 마수가 병원만을 피해가지는 않는다.◆ 의사·병원수 증가 ‘경쟁 극심’병원들은 현재 극심한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의사와 병원 수가 증가하면서 경쟁이 극심해진데다 IMF의 영향으로 환자 수는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최신 의료장비나 의약품 등 기본적인 「설비」와 「원자재」에 들어가는 「원가」 부담도 만만찮다. 자연히 병원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의사들은 「인술」을 갖추는데만 노력을 기울였지 수익률이나마케팅, 경영 등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갑작스런 의료 환경 변화에 직면해 많은 병원들이 경영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적지 않은 개인 병원들이 이미 쌓이는 적자로폐업했거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에도 「마케팅」과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이 점차 지지를 얻고 있다.실제로 메디컬 마케팅(Medical Marketing)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해주는 마케팅회사도 등장했다. 올 7월1일에 설립된 마케이션 전략연구소(02-3443-3666)가 그 주인공. 마케이션의 이효성 소장은오리콤과 동방기획 등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면서 전문직종에도 마케팅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는 사실에 눈을 떠 마케이션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힌다. 이소장은 『전문직 중에서도 의사들이 마케팅의 필요성을 가장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병원 마케팅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다. 현재 마케이션은 서울외과클리닉(내년 4월에 새 건물로 이사, 대항병원이란 이름으로 바뀔 예정)과 사랑의 클리닉 등 6개 병원에 대해 마케팅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병원이 마케팅 자문을 의뢰하면 마케이션은 우선 시장 조사부터착수한다. 기존 환자와 병원 인근의 주민, 혹은 잠재 환자들을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들이 그 병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 시장을 세분화하고 해당 병원은 어떤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결정한다. 이후 목표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동시에 병원 내부 혁신에 들어간다. 마케팅 수법으로는 고객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기존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확보한다든지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광고를 내보내는 등의 활동이 있다. 내부 혁신은 병원 시설과 접수, 투약, 정산, 진료 등 환자와 병원이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서비스와 고객 편의를 높이는 실천에 들어가는 것을의미한다. 이런 마케팅 전략과 내부 혁신을 실천하면서 평가 작업도 함께 수행,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수시로 점검하면서 보완한다.이소장은 『메디컬 마케팅도 기본적으로는 일반적인 마케팅과 똑같은 개념에서 출발하며 단지 의료계라는 업계 특징을 고려해야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의료도 일종의서비스인만큼 서비스 향상에 눈을 돌려야 하며 다른 업종에서와마찬가지로 병원도 「고객만족」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고덧붙인다.또한 환자들이 방문하기만을 앉아서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병원들도 데이터베이스 마케팅과 인터액티브(Interactive)마케팅 등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되는 마케팅 기법들을 다양하게 이용해야 한다. 예를들어 마케이션은 해당 병원의 기존고객은 물론 잠재 고객들의 정보까지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수시로 이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잠재 고객으로 확보해둔다. 또 병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해주며 병원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개발,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의사들에게 부족한 경영 마인드를 마케이션이 완벽하게 보완해준다는개념이다.◆ 미국, 메디컬 마케팅 회사 활동 활발마케이션의 메디컬 마케팅 서비스를 받으려면 처음에 설문 조사와 전략 수립을 위해 8백만∼1천2백만원의 비용이 필요하고 이후마케팅 및 서비스 유지와 관리를 위해 매월 3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마케이션은 앞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회비 4백80만원을 내면 마케팅과 PR(홍보), 서비스 교육 등을 일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메디컬 마케팅 회원제를 운영할계획이다.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메디컬 마케팅이란 개념이 생소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메디컬 마케팅이 활발하게 연구, 활용되고 있다.많은 경영대학원에서 건강관리(Healthcare) 마케팅 혹은 메디컬마케팅을 학문의 한 분야로 가르치고 있을 정도다. 또 메디컬 마케팅 협회(MMA:Medi-cal Marketing Association)가 조직돼 있어회원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마케팅 기법들을 교육하며 마케팅과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메디컬 마케팅만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만도 수십개에 달한다.예를들어 TVC헬스케어란 회사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교육용 비디오 테이프를 판매하는 회사로 출발했다가 1993년부터 본격적인메디컬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병원의서비스 향상 프로그램과 병원의 비용 절감을 위한 운영 방법 등을 책자나 비디오 테이프, 소프트웨어 등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의사들과 잠재 고객이 적접 만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1984년에 병원과 제약회사, 의료 관련 협회 등의 텔레마케팅을서비스하는 콜센터로 출발했던 베릴이란 회사는 현재 의료기관에대한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등의 인터액티브 마케팅 및 의료기관컨설팅 서비스로 업무 영역을 확장했다.일종의 의료 전문 PR(홍보)대행사인 K-B 메디컬이란 회사도 활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제약회사와 병원 등에 의료 관련 논문과기사 등을 정리해 제공하고 있으며 제약회사와 병원 등이 언론을대상으로 홍보를 하거나 광고를 제작할 때, 또는 홈페이지를 구축할 때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이들 메디컬 마케팅 전문 회사들은 의료산업이 기본적으로 다른산업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는데 착안, 전문 마케팅 및 PR회사로 승부를 건 회사들이다. 의약품이나 의료 서비스는 사람의 생명과 관계가 있어 민감한데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다가가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메디컬 마케팅 회사들은의학 전문가들과 일반인들 사이를 연결하는 일종의 다리로서 의료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와 만족도도향상시킨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의료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메디컬 마케팅은 병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부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전문 틈새시장을 창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