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량실업과 더불어 임금이 상당한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고용과 임금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나, 올 하반기 들어 임금의 하락 폭이 심화됨에 따라 임금근로자들은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지난 8월말 전산업 누계평균임금은 우리 나라 임금 통계 집계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 1년전에 비하여 1.9% 감소한 1백40만3천원으로 나타났으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10% 정도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근로자들은 자신의 임금하락폭이 이보다 더 크다고 느끼기 때문에 올들어 임금의 하락폭이 평균 2% 정도라는 점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임금하락 정도의 체감치와 통계치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다름아닌 시차 때문이다.그래프에서 알수 있듯이 올해의 월별 총액임금상승률은 5월 이전에는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으나, 6월부터는 지난해에 비하여 약6% 정도로 하락하고 있고 9월 이후에는 그 하락폭이 더욱 커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각 기업별로 임금교섭의 시기가 5월에 집중되어 있어 98년에 새로 체결된 임금교섭의 결과는 5월 이후에 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의 평균임금은 약4%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추이는 99년 상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1년간의 명목임금 하락은 최소한 7%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물가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임금의 하락률은 13%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한편 임금상승률의 추이를 내역별로 살펴보면 최근 임금하락의주원인이 경기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우리 나라 임금통계의 집계 내역은 정액급여 초과급여 특별급여(상여금)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8월 한달에 있어 정액급여는 지난해 8월에 비하여 2.7% 상승한데 불과한 반면 초과급여와 특별급여는 각각 19.6%와 28.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액급여의 상승은 임금을 동결하였더라도 호봉승급이나 승진에 기인한 것이다. 초과급여는 정규근무시간 이상의 일을 한 경우 지급되는 임금을 의미하는데, 최근 경기상황이 좋지 않음에따라 잔업이 지난해에 비하여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전산업에 있어 20%정도의 하락을 보이고 있다. 초과급여의 하락폭은 산업별로 약간의 다른 추이를 나타내고 있는데 광업과 건설업, 제조업의 초과급여 하락폭은 20∼30%를 넘고 있다.내년의 임금전망 역시 경제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데 경기의 저점을 내년 상반기말로 본다면 하반기 이후에는 경제가 좋아짐에따라 초과급여와 특별급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의 임금교섭결과 시차를 두고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내년의 임금인상률전망도 밝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의 임금상승률은상반기에는 올 하반기의 추이가 연장되는 상황에서 마이너스8%정도로 예상되며, 하반기에는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3~4% 정도의상승이 예상되어 99년 전체로 볼 때 약 2% 정도의 하락이 예상된다.임금하락은 경제회복과 관련하여 양날의 칼을 가지고 있다. 그한쪽은 인건비 하락을 통하여 경쟁력을 높여 경기 침체를 벗어날수 있게 해 주는 측면이며, 다른 한쪽은 소득의 감소로 내수시장을 위축시켜 경제회복을 더디게 하고 소득분배를 악화시켜 사회적 갈등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이 양날의 칼에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인건비 하락을 유도하고, 한편으로는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억제해 실질소득이 큰 폭으로 저하되는 것을 경계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