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주영명예회장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과 금강산관광사업의 본격 추진으로 대북비즈니스에 한가닥 희망이 보이는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기대가 나오고 있다. 북한 최고권력자가 남한기업이 추진하는 대북경제협력사업에 대해 「보증」을 선 것으로앞으로 대북경협이 보다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다.이를 증명하듯 최근 대북투자상담기관에는 남북경제협력의 방법절차 등을 문의하는 기업인들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KOTRA 북한실의 한 관계자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후 대북경제협력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문의가 예전에 비해 2배가량늘었다』고 말했다.과거와 비교해 농수산물 한약재 등을 중심으로 한 임가공이나 단순물자교역형태의 사업중심에서 최근에는 섬유 건설업종의 중소기업인들로 유휴설비이전이나 장비임대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것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의 한 관계자도 『정회장의 방북이후 중소기업인들의 문의가 많이 오고 있지만 대부분 밖으로 알려지길 꺼린다』고 말했다.이러한 초보적인 「문의」외에도 실제로 전자부품메이커인 C물산, 모형기차제조업체 S사, 노래반주기제조업체 K사 등이 대북투자를 추진중이며 마이크로폰을 생산하는 K음향, 와이셔츠위탁생산업체 S사, 농업용비닐생산업체인 J산업 등은 진행중인 사업을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이처럼 중소기업들의 대북투자 움직임이 활발한데 반해대기업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제까지 많은 기업들이 대북경협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제 사업이 진행된 실적이 극히 미미했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10월말 현재 남북 경제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은 것은 모두 38개기업에 이르며 13개 기업이 사업승인을 얻었다.(표 참조) 그러나 실제 투자가 이뤄져 현지에서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주)대우 뿐이라는 것이 대기업 대북사업 담당자들의 평가다. 대우도 당초 9개 사업을 승인받았으나 지금 진행되는 것은 셔츠 가방 재킷 등 3개 사업에 불과하다.◆ 현대 사업방향이 대북사업 가늠 척도대우의 한 관계자는 『일단 현대가 추진하는 사업이 잘 풀려야남북경협이 활성화된다』며 『그룹차원에서 당분간 추가로 대북사업을 추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의 사업방향이 앞으로 재계의 대북사업방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현대가 남북경협을 촉진시키는 기폭제가 될지 오히려 경색시키는 요인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섬유임가공사업외에는 특별한 사업계획이 없다』고말했다. 아직도 임가공수준을 벗어난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는 리스크가 많다는 것이 이유다.이처럼 대북투자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유는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이 경제논리보다는 남북한간 또는 남북한 내부의 정치상황에 좌우됐다는 점. 『두번의 잠수함사건으로 대북경협이완전히 얼어붙었던 경험을 보면 알수 있다』는 것이 S사에서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박모씨의 말이다.북한의 정치적 불안정과 자본주의식 상거래에 대한 인식부족도원인으로 거론된다. 8년째 대북교역을 해왔다는 C사 유모사장은『기본적으로 북한의 경제개방은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수준에서만 허용되며 신용·약속 등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투자보장·과실송금·이중과세방지·분쟁조정기구 미비 등법적·제도적 장치의 미비는 실제 대북경협을 추진했거나 사업을진행중인 사업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사항이다.과도한 물류비용도 장애물이다. 북한 남포에서 인천항까지 선적하는 비용이 부산-함부르크간의 운송비보다 비쌀 정도다. 그래서『육로수송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대북경협의 사업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지난92년 사업자승인이후 합영계약에 3년, 경영정상화에 2년 등 모두5년이나 걸렸다』며 『어느 사업자가 그런 시간을 기다리겠느냐』고 말했다.★ 대북 비즈니스시 유의사항"돌다리도 두드리며 신중 또 신중"김도경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2실장북한과의 사업을 추진할 때는 개도국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시의투자위험 뿐만 아니라 북한 특유의 사업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개도국과의 비즈니스시에 유의해야 할사항은 정치상황, 시장의 성장성, 환율의 안정성, 노동력의 질,교통의 중심지 및 배후지 도시와의 연계관계, 원자재 조달, 사회간접자본시설, 인맥, 세제 혜택, 외환관리상황 등을 들수 있다.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항들과 관련한 북한의 실정이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다른 개도국들과의 사업시에는 필요할때마다 현지를 방문하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우리가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며, 투자지역도 우리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 주민들과의 접촉도 철저히 통제돼 있어서 사업 추진시의 세부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기가 힘들다.더욱이 남한에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단편적인 수준에 불과하며, 북한측 파트너가 제공하는 정보는 더욱 신뢰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대북 비즈니스시의 물류비용은 다른 개도국들에 비해약 3배 가량 더 소요된다. 육로가 개통되지 않는 한 물류비용에서의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품질관리와 납기일준수도 보장할 수 없다.우리가 북한의 사업환경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더라도 남한 기업들의 진출로 인해 체제가 동요하는 기미가 보일 경우 북한당국은 언제라도 사업을 중단시킬 가능성이 있다. 북한당국이남북경협을 일방적으로 중단할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 따라서 대북투자시에는 대규모 사업부터 시작하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성과를 확인하면서 추진하는 것이 좋다.사업의 성사단계에서 북한과 의향서나 계약서를 체결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문서를 작성할 때는 추상적인 표현을 피하고문구 하나하나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초기 상담에 임할 때는반드시 메모를 해 놓음으로써 차후에 북한측에서 엉뚱한 요구를해 올 경우 상담내용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의향서 및 계약서 서명은 반드시 양측의 책임자가 해야 한다.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측 파트너를 직접 접촉할 수 없기때문에 제3국의 인사들이나 대북투자 경험이 있는 국내기업들이다리를 놓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사업 중개자나 북한측 비즈니스 파트너가 자기의 신분을 과장하거나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대포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측사업 파트너에 대해서는 반드시 우리 당국의 신분확인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보통 개도국에서의 사업 성공확률은 30% 이하에 머무는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북한에서의 사업은 이보다도 실패할 확률이 훨씬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북 비즈니스는 지금이 시작단계에 불과하므로 진행단계에서 우리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속출할지모른다. 대북사업에 지나친 기대를 갖기보다는 모든 것을 배운다는 자세를 갖고 임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