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플랑드르지방 아이퍼 근교에 르노호스피(L&H)라는 강력한소프트웨어 기업 하나가 있다. 이 회사는 겨우 10년전에야 출범했지만 하이테크 산업의 빗장을 두드리며 명성을 얻게 된 것은불과 몇 년전부터다.이 회사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95년 나스닥에 상장된 이후부터다. 그러나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1년전 미국최대 소프트웨어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회사에 4천5백만달러를 투자한 일이었다. 이는 L&H 지분의 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엄청난 연구개발 예산중 많은 부분을 음성인식기술 분야에 쏟아붓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L&H가 기술개발의 지름길 역할을 할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윈도의 시각적인 특성은 도스에 비하면크게 향상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갈 길을 멀다. 운영체제이건 아니면 다른 주변기기이건 사용자가 기계를 가장 자연스럽게작동시킬 수 있는 도구는 바로 사람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음성인식기술은 비단 컴퓨터분야 뿐 아니라 통신이나 가전제품분야에서도 곧 전성기가 닥칠 유망한 아이디어다. L&H는 이달 중으로 기계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회사의 입지 자체가 여러 언어권이 아주 오랫동안 싸워온 역사가 있는 곳이다. 플랑드르 지방은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의 침입자들이 남겨놓고 간 여러 언어가 혼재돼 있다. 이 지역의 겐트대학과 로이벤대학은 언어학에 관해서는 독보적인 연구성과를 자랑한다.L&H에 채용되는 엔지니어들은 적어도 3개 이상의 언어에 능통하다. 그러나 문화와 출신지는 음성인식기술을 실용화시키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보관리산업이 발달돼야 한다. 여기에는 인공지능의 개발이나 컴퓨터·디지털신호 프로세서기술발달, 유·무선 주파수대역폭의 확대, 인터넷의 폭발적인 증가 등이 포함된다.실리콘밸리 출신으로 지난 96년부터 L&H를 이끌기 시작한 가스통바스티앵은 자신들이 음성인식 기술을 일반화시키는 시기가2002년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때까지는 음성으로 구동시키는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내놓지는 못하리라는 것이다. 그는 음성관련 기술을 채용한 제품들이 인간의 생활과 작업방식을 이전과 다르게 바꿀 것이라고 주장한다.물론 IBM이나 드래곤 같은 경쟁업체들도 L&H처럼 음성명령을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일반 사무용과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전문가용 두 가지로 구분해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바스티앵이 주장하는 L&H의 강점은 데이터베이스의규모다. 의사나 다른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과그 명령을 이행하는 기술개발에서 자신들이 앞서나가고 있다는것이다. 이러한 우위는 컴퓨터를 이용한 번역, 즉 기계가 특정신호를 해독하는 면에서 두드러진다. 이해라는 것은 정확한 해석을위해서 뿐 아니라 명령이나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기 위해서도중요하다. 컴퓨터가 신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없는 작업들만 반복될 것이다.전문가용 제품이 이익이 높은 아이템이긴 하지만 바스티앵은 자사의 「보이스익스프레스(Voice Express)」란 소프트웨어를 브랜드입지를 굳히고 자사의 기술을 널리 알리는 수단으로서 더 중시한다. 이익은 둘째 문제라는 것이다.음성인식 파트는 오직 L&H에만 있는 부서다. 다른 회사들은 기계번역과 음성서비스 사업을 총괄해 관리한다. 이 부서는 L&H의 심장부와 같은 존재다. 회사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에 음성인식 기술을 포함한 몇몇 관련분야 기술생산에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업들 중에는 노텔 에릭슨 모토롤라 도이체텔레콤 같은회사들이 포함돼 있다. 또 컴퓨터 계통 회사들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에이서 노벨 삼성 등이 있고 포드와 델코 파이오니어 클래리언 등은 자동차 전자분야에서 음성인식기술을 제공받고 있다. 그리고 히다치 카시오 세이코 등은 가전제품들에 L&H의 기술을 차용하고 있다.L&H의 기술이 쓰일 수 있는 분야는 거의 한계가 없어 보인다.전화장비 회사들은 자동차안에서 유용한 음성다이얼기능과 자동호출센터, 컴퓨터로 작동되는 교환장치와 세계 어디서든 일반 전화기로 전화를 받거나 e-메일 팩스 등을 보낼 수 있도록 해 주는기능을 원한다. 자동차회사들은 단점이 많은 지도판독 항법장치를 음성인식 항법장치로 대체하고 있다.여러 음성번역 서비스들이 이미 인터넷상에서 시행 중이지만L&H는 사용자들이 다양한 언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웹사이트에 자체기술의 라이선스를 주고 있다. 아시아쪽 사업이 활기를띠면서 영어는 웹상에서 공용어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e-메일은 수신자의 언어로 자동번역될 것이다. 실시간적이고정확한 번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터넷은 전세계를 아우르는최초의 커뮤니케이션 매개체라는 잠재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가정이나 직장에서 난방, 조명, 도둑경보, 주방기기 및 비디오레코더 작동 등은 직접 접촉이 없이 소리로만 전달되는 명령에 의해 통제될 것이다. 휴일 일찍 집에 돌아올 때도 집 근처에서 벨을 한 번 울려주기만 하면 도착에 맞춰 난방이 돼 있을 것이다.모든 사람의 목소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것은 보안장치도 된다. 홈뱅킹이나 웹상에서의 계약, 심지어는 아주 외딴 곳의 현금지급기에 대한 보안장치로도 점차 널리 쓰이게 될 것이다.이상과 같이 이론적인 쓰임새는 끝이 없지만 현실은 아직 잠재적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정도다. 현재 기계번역 서비스시장은 해마다 15%씩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겨우 30억달러 규모다. 매년 거의 60%씩 커지고 있다고는 해도 음성인식 제품시장의 규모도 아직은 연간 10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경쟁자들에비해 상당히 늦게 출범한 L&H가 벌어들인 이익변화 추세는 이 사업의 저변이 확대돼 가는 속도를 말해 준다. 2년전 이 회사가 처음으로 이익을 냈을 때 2/4분기 순익은 5백만달러였다. 그러던것이 올해는 4천5백만달러가 됐고 덩달아 회사의 시장가치는17억달러 정도로 상승했다.L&H를 독일의 성공한 소프트웨어 회사 SAP와 비교하는 사람들이많다. L&H도 SAP처럼 수년동안 자사제품에 대한 보호막을 만들기위해 노력해 왔고 역시 SAP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데 정성을 기울였다. L&H의 주경쟁자가 될 IBM을 아무도 과소평가할 수없을 것이지만 음성인식 파트는 거대왕국 IBM에서조차도 작은 한부서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L&H의 주장대로라면 L&H의 음성인식부서 직원은 IBM쪽보다 세배나 많다.이런 성과 덕분에 언어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15개의 하이테크 관련 신흥업체들이 L&H 공장근처에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플랑드르의 「랭귀지밸리」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한데 모여 있다. 이자리에는 앞으로도 1백개 이상의 업체가 들어올 공간이 있다.1억2천5백만달러의 벤처기금을 통해 재능있는 기업가와 기술자들을 끌어들인다는 복안도 있다.이 분야에서 다른 업체들이 L&H를 따라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L&H는 새로운 언어를 재빨리 시장에 내놓을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거대한 음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언어가 중요한 인터페이스로자리잡게 되면서 각 업체들은 너도나도 음성인식 기술을 채용한제품을 내놓는데 힘을 쓸 것이다. 따라서 L&H가 자체기술을 상품화하는데 따른 위험성도 별로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Word perfected」 Oct. 24,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