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별로 말이 없다. 필요한 순간 외에는 말을 아낀다. 하지만일단 말문이 터지면 자신의 생각을 아주 조리있게 설명한다. 특히 자신의 전공분야 얘기가 나오면 신이 나는듯 일사천리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다.그의 표정은 늘 진지하다. 일을 하는 시간이 아니면 항상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 게다가 표정변화가 그리 많지도않다. 웃을 때도 그냥 슬쩍 미소만 지을 뿐이다. 비록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그에게서 프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미국 보철 전문의 자격증을 갖고 있는 손정열 C&S치과원장(36).의사치고는 젊은 나이지만 그는 이미 치의학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의사의 대열에 올라서 있다. 5년간의 유학생활을 거쳐 이미미국에서 박사학위도 받았고, 대학 강단에서 외래강사로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기쁨도 누리고 있다. 게다가 그가 돌보는 환자들로부터는 유능한 치과의사라는 기분좋은 평가도 받는다.그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자기주관이 아주 뚜렷하다는 점이다. 다른 의학도들이 보통 학부과정을 마친 다음 부속병원에 남아 수련의 과정을 밟지만 그는 이를 포기하고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부속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야미래가 보장되는 국내 의학계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파격적인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선택에대해서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손원장은 대학을 마치고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자신의 인생에서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경험을 했다. 『아산군 보건소에 근무할 당시 현지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지식이 너무 보잘 것 없음을 깨달으면서 학문에 대한 목마름을 느꼈지요. 특히 이가 아프거나 아예 없어 찾아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접하면서 해줄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는 제대 후 유학을 떠나리라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치대를 다니면서 6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했지만 부족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던셈이지요』군의관을 마치고 92년 유학 길에 오른 그는 조지아 의대 치의학부에 적을 두고 본격적으로 치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국 땅이라 낯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어렵사리 얻은 유학생활을허송세월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에 매달렸다.하지만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일을 벌였다. 단지 학문적인 공부에 만족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보철과 수련의 과정에도 입학을 했다. 보철이란 상한 이를 고치거나 의치를 해박는 일을 하는 것으로 군의관 시절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분야였다.미국 유학생활은 그에게 조국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드는 기회도 제공했다. 『조지아대 치의학부에는 한국학생이 거의없어 나 자신이 곧 한국사람의 표본처럼 느껴져 함부로 행동할수도 없었어요. 항상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어쩌면 「나」보다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공부하는 틈틈이 조지아주의 각 기관에 파견돼 현지 환자들을 상대로진료할 때도 더욱 친절하고 조심스럽게 임했지요. 얼마나 친절하게 대했는지 나중에는 미국인들도 이를 알아채고 고마움을 표시해왔어요.』◆ 국내 치의학 세계적 수준 자랑박사학위와 보철전문의 자격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그는 얼마전 치과를 개업했다. 깨끗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모토로 내건 그는 특히 치과의사는 서비스맨이라는자세로 환자들을 맞고 있다. 영리성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그보다는 환자들에게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자 치과의사로서의 직업관이다.하지만 그는 환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환자들가운데 단지 비용이 적게 먹힌다는 이유로 무자격자를 찾아가 치료를 받거나 틀니를 끼우는 사례가 많이 있어요. 하지만 이는 자살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당장은 별다른 표시가 나지 않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후유증이 나타나게 마련입니다.흔히들 이는 오복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 두고두고 고생하느니처음에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국내의 의료수준은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사들의 수준 뿐만 아니라 시설 면에서도 첨단장비를 두루 갖추고 있어 뒤떨어질 것이 없다는 얘기다. 손원장역시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신이 전공한 치의학 분야만 하더라도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뒤질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하지만 그는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의사와 환자 모두 적정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따까워한다. 『미국의 의사들은 환자를 많이 보려 하지 않아요. 보험수가가 높아 조금만 보아도 어느정도의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릅니다. 그저 많이만 보려고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수가가낮은 까닭에 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아무래도 환자를소홀히 볼 수 밖에 없는 셈이지요. 결국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는상황에서는 의사와 환자 모두 피해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사실 따지고 보면 의사라는 직업은 상당히 힘든 직업군에 속하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어딘가 아픈 사람을 상대하는만큼 여기서 받는 스트레스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게다가 전공분야에따르긴 하지만 시간을 가리지 않고 환자가 발생하는 까닭에 자기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을성 싶다. 손원장 역시 비슷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 일을 하다보면 직업적 스트레스도 적잖이 받는다. 하지만 아직 젊어서인지 그리 심각하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손원장은 자신의 성격을 아주 꼼꼼한 편이라고 표현한다. 어떤때는 여성스럽다는 느낌이 든단다. 하지만 그가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털털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하지만직업에 충실하다보니 치밀한 쪽으로 변했다. 특히 한치의 오차도허용하지 않는 보철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손원장의 꿈은 아주 소박하다. 일단은 자신이 공부한 것을 후배들에게 낱낱이 가르쳐주고 싶다. 지금은 연세대 치대와 단국대치대에 외래강사로 출강하고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면 제대로 된 강의를 해볼 계획이다. 또 치과의사로서는 친근한 이웃아저씨 같은 이미지의 의사로 남고 싶다. 특히 치아상태가 좋지않은 노인들을 상대로 자신이 배우고 익힌 보철 지식을 마음껏펼쳐보일 꿈을 갖고 있다.『의사는 자신의 전공분야에 관련된 종합적인 지식을 파는 사람입니다. 단지 기술만 팔아서는 진정한 의사라고 할 수없겠지요.』 손원장이 평소 갖고 있는 의사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