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금융경색 현상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 금융권에서 맴돌던 돈이 조금씩 기업으로 흘러들어가고 금리는 하향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어음부도율도 2년전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어음부도율이 낮아진 것은 교환에 제시된 어음자체가 줄어든 탓이 크고, 금융권 자금의공급경로나 금리수준은 「부익부 빈익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금공급 확대 및 대출금리 인하한국은행이 집계한 최근 은행대출실적에 따르면 지난 8월중 4조원에 달했던 대출감소폭은 9월 1조7천억원, 10월 2조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도 9월중순부터 증가세로 반전, 9월중2천9백96억원이었던 것이 10월에는 3천7백97억원으로 늘어났다.또 5대재벌의 회사채발행이 제한되면서 이달들어 신용등급이 BB또는 B 이상의 기업들도 회사채발행에 속속 나서고 있다. B등급인 광동제약은 이미 1년만기 무보증 전환사채 50억원 발행을 신청해놓은 상태이고 C등급인 (주)비티아이도 12월초 3년만기 무보증 전환사채 80억원을 발행한다는 신고서를 증권감독원에 제출했다. 한국투신 관계자는 『9월만해도 BBB이하의 기업은 회사채발행을 엄두도 못냈다』며 『최근 신용경색이 다소 완화되면서 회사채발행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이에따라 9월중 30대그룹외 회사채 발행기업의 비중은 5.1%였으나 9월말로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10월중에는 6.2%로 늘어났다. 반면 5대 재벌의 비중은 79.1%에서 75.9%로 줄어들었다.종금사들도 일부 우량 및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슬슬 대출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모종금사 관계자는 『한국은행을 통한 RP(환매조건부채권)거래도콜금리인하로 시들해지고 연 10% 이상의 수신금리를 맞춰주려면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일반대출금리도 떨어지고있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지방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일반대출평균금리는 연 12.7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월말과10월말의 연 14.84%와 13.14%에 비해 각각 2.07%포인트와0.37%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우량 중소기업을 찾아 대출세일을 벌이는 바람에 금리가 경쟁적으로 인하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내려갈 여지가 많다』고말했다.여기에다 최근 정부가 또다시 금융기관들에 대해 금리인하를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규성 재경부장관은 지난 18일 『현재금융여건을 감안할 때 은행들의 대출금리수준은 지금보다1∼2%포인트 낮은 연 11∼12%가 적당하다. 가계대출의 경우 기업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데도 오히려 금리수준이높아 이를 내리도록 은행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음부도율 하락10월중 어음부도율은 0.20%(금액기준)로 9월(0.31%)보다 0.1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작년 10월(0.43%)보다낮은 것은 물론 96년12월(0.16%)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0.14%로 낮아진 반면 지방은 0.76%로 9월보다 조금 높아졌다.10월중 부도업체수도 1천36개로 9월(1천85개)보다 다소 줄었다.이 역시 96년9월(7백40개)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부도율이 낮아진 이유는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융통어음부도가 크게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그러나 어음부도율 하락은 교환에 돌려지는 어음규모가 줄어든것도 작용했다. 10월중 교환회부된 약속어음은 79만3천1백장으로지난해 10월(1백33만1천15장)보다 무려 40.4%나 감소했다. 이는물론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떼일 것을 우려해 약속어음 받기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음부도율이 줄었다고 신용경색이 해소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더욱이 절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돈가뭄속에 부도공포를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우량으로 분류되지 못한 기업의 경우 금리하락의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