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모처럼 볼만한 전시회가 열린다. 그동안 금기시되었던성문제를 총람하는 귀한 전시회다. 아시아 성학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하는 성학술대회 및 전시회가 그것이다.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전시회와 학술대회가열린다고 한다.성문제를 연구하는 필자로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뒤로는 온갖 종류의 탈선과 음란을 자행하면서도 겉으로는 시치미를 떼는 그런 이중적 문화를 유지해왔다. 명분과 실질이 다르고 겉으로 드러난 윤리와 속내 감추인 도덕이 다른 그런 사회였다.더욱이 오랜 기간동안의 유교적 사고는 성문제에 관한 한 아주도식적인 윤리관을 형성시켜왔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부패하고썩어왔던 게 우리의 윤리도덕이었다. 필자는 자유섹스주의자는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사회처럼 비정상적인 성관념이 내부에서 범람하는 일은 견뎌내기 힘들다.예를들어 한 무리의 특이한 사고를 가진 분들은 지금도 동성동본혼인과 동물들이 난교하는 것과 구분하지 못하고 이를 극렬히 반대하는 것이니 그런 분들의 성관념의 단순성은 놀랄 낡은 유산이요 시대착오다. 말이 나온 김에 한두마디 해둔다면 동성동본 금혼 제도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호주 상속제도일 뿐이고 호주제도란 재산권의 제도일 뿐이니 처음부터 성문제와는 아무런 관련도없다.물론 동기간이나 사촌간 또는 가족개념이 분명한 친혈족이라면이는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단순히 성이 같다고 해서 사랑을 금하는 것은 다만 남성의 성을 따르게 하는 남성우위의 호주제도 그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리 성이 다르다 하더라도 혈통의 섞임으로 따지면 모두 60촌을 넘지않는다는 것이고 모계를 감안할 경우 동성동본 금혼주의자들이주장하는 윤리적인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가 된다. 부계는 결혼해서는 안되고 모계는 결혼해도 된다면 이것이 무슨 윤리와 관계있는 일이 될 것인가 말이다.최근 들어서도 우리나라 유림을 자처하는 윤리도덕 군자들은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동성동본 금혼을 관철시키기 위해 데모까지열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번 성학회는 그런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동서양의 각종 성관련 물품들의 전시에서부터 무엇보다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문제를 정면에서 논한다는데서 기대가 크다.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1백50여명의 의사 학자들이 세미나에 참여하고 유명화가들이 자신의 누드화들을 선보인다고 하니독자들께서는 한번씩 관람할 일이다.신윤복이 다시 등장하고 김홍도가 다시 그의 춘화들을 대중앞에선보이게 되니 아마 도덕군자연해왔던 분들은 놀랄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성은 겉으로 드러나기에 건전하다고 해서 반드시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음담패설을 주워담는다고 해서 그렇게 추한것도 아니다. 이번 행사가 우리사회의 잘못된 허위의식을 바로잡는 기회가 되기를 주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