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는 어떻게 될까.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모든 사람들이관심을 갖고 있는 의문이다. 더구나 정부와 민간, 해외와 국내의경제전망이 낙관과 비관으로 엇갈리고 있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정부와 국책연구기관들은 대체로 낙관론을 펴고 있다. 내년 경기는 1/4분기중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돌아서 연간 경제(GDP)성장률이 올해의 마이너스 5%에서 2~3%의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게 골자다. 재정경제부가 내세운 낙관론의 근거는 세가지다.첫째는 1차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금융기관이 BIS비율준수부담에서 벗어나 대출여력이 확충되고, 연말까지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작업이 끝나면 내수침체의 근본원인인 금융경색과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둘째는 적자재정의 편성과 조기집행으로 재정의 경기진작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셋째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점 등을 들고 있다.전혀 근거없는 주장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수긍하기 어려운 점도없지 않다. 우선 구조조정이 연말로 마무리된다는 전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퇴출과 합병대상 은행이 발표됐어도 후속조치는 답보상태고 기업구조조정은 시작도 되지 못했다고 보아도 무리가없다. 물론 구조조정이라는 것 자체가 몇달만에 해치울 일은 아니어서 마무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어쨌든 구조조정의 마무리로 금융경색이 풀리고, 특히 금리의 하향안정으로기업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근거다.민간연구기관들은 정부와 국책연구기관들보다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구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더라도 1%에 미달하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견해가 지배적이다. 예컨대 삼성경제연구소는 마이너스 1.8%,LG와 현대는 각각 0.8%와 0.3%를 제시했다. 정부입장에 가까운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의 성장을 예측했다.정부와 민간간의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경제지표는 경상수지흑자 규모다. KDI는 내년에 2백81억달러를 예상한 반면 민간연구기관들은 1백29억(현대)∼1백51억달러(삼성)정도로 잡고 있다.수출전망에서 민간기관들이 매우 어렵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간소비 증가에서도 정부는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보지만 민간연구기관들은 극히 미미할 것이란 의견이다.경기의 저점이 언제냐에 대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정부와국책연구기관들은 내년 1/4분기가 밑바닥이고 2/4분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민간연구기관들은2/4분기가 저점이라고 전망했다. 저점이 언제인가는 큰 차이가없지만 민간연구기관들은 저점이 오더라도 금세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저성장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전망의 차이가 있다. 말하자면 「L」자형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정부와 민간연구기관간에 일치하는 것은 실업률이다. 물론 숫자상 정도 차이는 있지만 올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았다.올 4/4분기부터 경제성장률이 다소 높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외환위기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반영돼 성장이 뒷걸음질치기 시작한 것은 작년 4/4분기부터다. 성장률의 계산은 전년동기 대비로작성되기 때문에 최소한 지난 3/4분기보다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내년 1/4분기에는 그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소지도 있다. 이를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판단하는 것은무리다. 아직 낙관할 때는 아닌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