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대규모의 금융기관이 채택하고 있는 통합 채널관리(Integrated Channel Mana-gement)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않고 금융 거래를 하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가 증대함과 동시에 신기술 도입과 규제 완화 등 환경의 변함에 따라 이에 적응하기 위해개발됐다.A.T.커니가 최근 조사한 결과 점포 업무가 전체 금융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년전의 61%에서 현재는 38%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1년에는 32%로 더욱 낮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미국의 웰즈파고와 PNC 등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은행들이 활동 무대를 전국 또는 세계로 확대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등 컴퓨터 시스템업체까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함에 따라 금융 시장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새로운 저축 상품이나 차별화된 이자율 등 소매 금융 채널 관리에있어서 과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던 상품 차별화와 점포 위치는더 이상 은행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편 고객 세분화를 통해 고객군별로 각각의 욕구에 맞는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금융기관의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한요소로 등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 세분화란 필요할 경우에는각 개인을 하나의 고객집단, 즉 세그먼트(Segment)로 볼 정도로 강도 높은 세분화를 의미한다. 고객을 세분화한 후에는 목표고객군(타깃 세그먼트)을 선정하고 이들의 특성을 분석,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예를들어 영국의 다이렉트 라인(Direct Line)은 전화를 이용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의 찰스 슈와브는 신규 고객 확보및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주식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주로 점포나 대리점, 영업사원 등을 통한 직접 영업을 중심으로 제한된 채널에서 서로 경쟁해 왔으나 앞으로는 다양한 상품을 가지고 더 다양한 채널에서고객 확보 및 유지를 위해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의미이다.과거에는 점포망만 제대로 구축하면 기존의 업무 영역과 고객 관리에만 신경을 쓰면 됐지만 이제는 ATM(자동예금입출금장치) 홈뱅킹인터넷뱅킹 폰뱅킹 신용카드 등이 보편화되면서 여러 채널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채널 관리가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사실 다양한 대고객 채널을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만큼시장 및 고객 세분화가 진전되지도 못했다. 대부분의 국내 금융기관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관리에 있어서 「제 1단계」에 머물러있다. 다시말해 어떤 상품을 팔아야 하는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가 등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느라 여념이 없다는 얘기다. 아직도 국내 금융기관들은 점포 위치를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으며 상품과 서비스도 차별화하지못한채 서로 비슷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관리의 「제 2단계」는 상품과 서비스를 연결시키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 있는 업체들은 어떤 상품을, 누구에게, 왜 팔아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한다. 효과적인 상품및 서비스 연계를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과 같은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 3단계」는 통합 채널 관리를 추구하는 시기이다. 이 단계에서중요한 질문은 고객 유치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각 고객군별로가장 효과적인 채널은 무엇인가, 혹은 상품 마케팅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채널은 무엇인가 등이다.통합 채널 관리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진정한 금융개혁이 이뤄지려면 이에 대한 금융기관의 경영진과 금융 서비스를이용하는 고객의 이해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내년 하반기에 보험과 신용카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통합 채널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sunny_yi@atkearney.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