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나무/1998년/304쪽/8천원

현재 유럽에서는 신중도좌파 정권이 욱일승천의 기세로 정치권을장악하고 있다. 40대 기수론의 선두주자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비롯해 프랑스의 조스팽, 독일의 슈뢰더 등이 모두 신중도좌파를 정치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신중도좌파 정권의 이론적토대를 제공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앤서니 기든스다.80년대 들어 시작된 사회주주의 몰락은 전세계적인 자본주의의 확대를 가져왔다. 시장의 논리는 지구촌 곳곳에 파고들었고 전세계는단일시장으로 통합됐다. 개인 삶의 질이 위협받고, 오직 경쟁만이유일한 생존무기가 됐다. 세계화라는 이름 하에 전세계는 재편되고그 속에는 오직 자본의 논리만이 존재했던 셈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민주주의라는 정치철학이 존립의 위기에 처하게 됐음은물론이다.그러나 기든스는 사회민주주의는 반드시 살아 남아야 하며 이를 위해 기존의 견해를 철저히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는사라지고 있으나 이를 만든 가치와 이상은 제쳐둘 수 없는 것들이며 이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삶의 본질을 이루는 것으로 사회적 경제적 발전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특히 기든스는 복지와 평등이라는개념을 중시하는 사회주의의 장점과 모순 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장논리를 결합시켜 인류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정치모델로서 제3의 길을 제시한다.하지만 기든스가 주장하는 제3의 길로서의 사회민주주의는 과거 사회민주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지난 20년 혹은 30년간에걸쳐 근본적으로 변한 세계에 사회민주주의를 적응시키고자 하는사고와 정책 형성의 틀을 가리킨다. 이것은 구식 사회민주주의와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시도라는 의미에서 제3의 길이다.이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사회주의와 그 이후」를 다루는 1장에서는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또는 중도좌파 연합이 집권하고 있으며 특히 동유럽에서는 급격히부상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2장은 「다섯가지 딜레마」 편이다. 지난 10년에서 15년 사이에 이루어진 사회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논쟁에서 크게 부각된 다섯가지 기본적인 테마를 다룬다. 여기에는범세계화, 개인주의, 좌파와 우파, 정치적 행위체, 생태적 문제들이 포함돼 있다. 이어 3장에서는 「국가와 시민사회」가 핵심이다.특히 저자는 이 대목에서 사회의 주요 부분들을 망라하는 통합 정치프로그램의 윤곽을 제시, 눈길을 끈다. 국가와 정부개혁은 제3의길 정치의 근본방향을 설정하는 원칙이어야 하며 정부는 공동체의복원과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시민사회의 행위체들과 동반자로서활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 동반자 관계의 경제적 기반은 바로 신혼합경제이며, 이는 현존하는 복지제도가 완벽하게 현대화될때만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4장에서는 「사회투자」가 주요 논점이다. 사실 고전적 사회민주주의는 경제적 보장과 재분배에 주된 관심을 기울였고, 부의 창조는부수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또 신자유주의는 경제력과 부의 산출을좀더 중요하게 여겼고, 제3의 길 정치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서저자가 정부는 기업문화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인적 자원과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는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마지막으로 5장은 「범세계화 시대로」편이다. 저자는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세계화시대에서 민족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며세계주의는 민족국가들간의 대규모 전쟁이 사라질 수 있게 하는 원인이면서 동시에 조건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강한 국가는전쟁에 잘 대비한 국가를 의미했었으나 오늘날 그 의미는 변화돼야하며, 정말로 강한 국가란 주권의 새로운 한계를 수용할만큼 그 스스로에 확신을 갖는 민족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