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7월의 법 개정으로 다단계 판매가 합법적인 활동 승인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단계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초 한국적 다단계 판매를 주장하며 시장을 석권했던 SMK에 대해 불법 피라미드 조직이라는 혐의로 수사가시작되자 다단계 판매업계는 다시 한번 적지 않은 이미지 타격을받아야 했다.올들어서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폐업하는 기업도 속출했다. 산업자원부가 올 6월말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 관련 기업은 2백33개에 달하지만 이중 45.9%인 1백7개 업체가 휴업 또는 폐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도 크게 줄었는데 올 상반기 매출액은 2천1백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8%가 감소했다.국내의 다단계 판매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계 직접판매협회 사무총장이자 미국 직접판매협회 회장인 닐 오펜씨가 방문,네트워크 마케팅 심포지엄을 가졌다.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다단계판매(Multi-Level Marketing)를 다르게 이르는 말. 직접판매란 일반 소매점포를 통하지 않고 소비자의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판매원과 소비자가 직접 대면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 방식을 말한다. 닐오펜 회장은 다단계 판매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설명했다. 오펜 회장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나 네트워크 마케팅은 명칭부터가 잘못됐다는 것. 『다단계 판매나 네트워크 마케팅의 특징은마케팅이 아니라 보상 제도』라는게 그의 지적이다. 즉, 물건을 판매한 판매원들에게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가가 네트워크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다단계 판매의 보상제도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철저히 실적 위주라는 점과 자신이 직접 올린 판매액 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통해 다단계 판매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실적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을 수있다는 점 때문이다. 철저히 실적 위주라는 점은 장점으로 작용한다. 남녀노소의 차별이 전혀 없으며 열심히 물건을 판매하고 물건을 판매하라고 주위 사람에게 권장하면 자신이 얻는 보상금이 올라간다. 그러나 판매액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활동을 하라고 권장한사람의 실적에 대해서도 보상받는다는 점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때론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건 판매보다 사람들을 다단계판매 조직으로 끌어들이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오해를 낳게 하고 이점으로 인해 불법 피라미드 판매와 혼동되기도 한다.그러나 오펜 회장은 『다단계 판매의 보상제도가 동기 유발에 매우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회사가 불법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만 있다면 소비자나 판매원이 피해를 입을 위험은 없다』고 강조한다. 회사의 합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2가지만 질문해보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첫째는 다단계 판매 활동에 참여함으로써금전적 손실이 생길 수 있는가 알아보는 것이다. 회원 가입에 적지않은 돈이 필요하다든지 물품 구매 후에 환불이 되지 않는다든지하는 경우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둘째는 회사의 매출액이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발생하는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상품 판매가 활발하게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회사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새로운 가입자들에게 입회비나 교육비 명목으로 상당량의 돈을 받아 이 돈으로조직을 운영하는 피라미드 판매망에 쉽사리 유혹당하는 사람들이적지 않는게 현실이다.이런 이유 때문에 53개국이 가입해 있는 세계 직접판매협회에서는1996년 제 9차 연차총회에서 「판매원과 판매원 사이 및 기업 사이에 지켜야할 행동 강령」을 마련했다. 직접판매협회 회원사들은 다단계 판매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자율 규제의 하나로 이 행동강령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이 행동 강령에는 「회사가 높은 입회비나 연수비 등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회사는 다량의 상품을재고품으로 구입하도록 요구해서는 안된다」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한국방문판매업협회에서도 업계 자정을 위해 내년초에 규제 감독관을 임명, 판매원이나 소비자들을 불법 다단계 판매회사로부터 보호하기로 했다. 한성태 한국방문판매업협회 회장(뉴스킨코리아사장)은 『규제 감독관은 불법적인 회사로부터 피해를 본 소비자를대신해 보상을 명령하거나 또는 검찰에 직접 고발할 수 있다』고밝혔다. 또 『소비자가 회사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식으로 회사가 발뺌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조사, 회사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단계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금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라면 증가 일로에 있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다단계 판매의미래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단계 판매는 기본적으로 판매원과 소비자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물건을 사고 판다는 개념. 중간 유통 과정이 없으므로 가격을 낮출수 있다는 점을 다단계 판매회사들은 장점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역시 중간 유통망이 필요없는 전자상거래로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있게 됨에 따라 다단계 판매는 전자상거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됐다.이에대해 오펜 회장은 『전자상거래의 발전이 다단계 판매를 위협하는 요소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함께 새로운 기회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몇몇 판매원들의 경우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물건을 판매하거나 새로운 판매원을 모집하는 등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게 오펜 회장의 설명. 그는 또 『지금까지 세계의 다단계 판매 매출액과 판매원은 급격히 늘어왔으며다음 세기에도 이런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이 발달한다고 해서 대면 접촉을 통해 믿을 수 있는사람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또 현재 3천5백만명 수준인 다단계 판매원들이 10년 후에는 2억명으로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