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권력' 실적따라 '흔들흔들'....보수 결정·교체·해임까지 등장

일본기업에도 성역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장의 권력이다. 사장에게 보수를 얼마나 주겠다고 하지는 못한다.공개적으로 자리를 물러나라고 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수가없다. 물론 오너가 사장을 바꿀 수는 있다. 대주주로서 경영책임을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장의 권력을 공개적으로 통제하지는않았다. 일본식 경영의 하나로 인정돼온 것이다.이같은 불문율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사장의 권력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어떤 기업은 사장의 경영실적에따라 보수를 결정한다. 보수를 아예 공개하는 기업도 있다. 한술더떠 능력이 부족한 사장을 갈아치우겠다는 기업도 등장했다. 사장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통해 기업통치(코포리트 가버넌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사장의 권력이 더이상 성역이 아님을 증명해보이고 있는 셈이다.대형 섬유업체인 데이진은 사장의 경영실적을 1년 단위로 평가, 보수를 결정키로 했다. 사장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교체또는 해임시키기로 했다.데이진은 사장보수결정 해임권고 등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올 6월에설치한다. 자문위원회 멤버로는 국내외의 사외인사 3~4명과 이타가키회장과 야스이 사장. 위원회는 경영전략 기업활동 등을 토의한다음 사장의 보수를 결정, 임원회의에 보고한다. 사장의 실적은1년단위로 평가된다. 회장의 보수는 사장에 연동된다. 사장이 이자리에 낄수 없음은 물론이다. 위원회는 사장교체의 경우 후보자가운데 차기사장을 지명한다. 사장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임을 결의한다. 사장을 해임시킬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이같은 성역허물기는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데이진은 오야 전사장이 무리하게 벌였던 사업들을 정리하기 위한 감량경영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야스이 사장은 지난 97년6월에 취임한 이후 섬유사업감축 본사간접부문정리등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진·소니 ‘사장능력’ 평가 실시그러나 결과는 신통치가 않다. 매출이 몇년째 3천억엔대 전반에서그대로 머물고 있다. 경쟁상대인 도레이의 절반에 불과하다. 사원의 평균 연령 또한 41세로 도레이의 37세에 비해 높다. 비용관리를철저하게 하고 조직을 젊게 하지 않고는 재생이 어렵다는 판단을내린 것이다.도쿄일렉트론은 내년 3월결산이후부터 사장을 비롯한 대표이사 4명의 보수를 공개한다. 공개대상은 상여 보수 스톡옵션(자사주구입권) 장기인센티브플랜등 4가지. 도쿄일렉트론은 이들내용을 주주총회 소집통지서에 기재, 주주에게 공표한다.이 뿐만 아니다. 이번 기회에 아예 보수체계도 바꾸기로 했다. 현재 임원의 보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실적과 관계없이 결정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실적과의 연동비중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개혁을 위해 보수위원회를 설치했다.소니도 지명위원회를 설치, 운영중이다. 이 위원회는 이사 감사 집행임원의 후보자를 선발, 임원회의에 추천한다. 그러나 사장을 지명하거나 해임할 수는 없다. 『미국식으로 최고경영자를 갑자기 해임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회사측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니는또 임원들의 보수안을 만드는 보수위원회도 최근 설치했다.NEC 도요타자동차 등은 경영전반에 걸쳐 의견을 교환하는 사외전문가들로 구성된 제3자기관을 설치 운영중이다.사장은 회사를 이끌어가는 경영진의 우두머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더이상 권력의 상징은 아니다. 「사장전성시대」가 일본에서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