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신용카드 시장 중에서 가장 빨리 성장해온 시장 중의하나다. 지금까지 약 4천3백만개의 신용카드가 발행됐다. 그러나선진외국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매력적인 시장이라고는 할수 없다.신용카드 회사들이 수익성보다는 카드 발행 숫자를 늘리는데 더 많은 관심을 쏟아왔기 때문이다. 8대 신용카드사의 자산 대비 이익률은 97년에 0.25%. 98년 상반기에는 0.5%로 배증하긴 했으나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발급은 됐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 카드도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외국 신용카드 회사들의 가장 높은 수익 원천인 회전식 카드신용대출(Revolving Credit)도 한국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한국의 경우 현금 서비스 이용이 전체 카드 사용량의 절반 정도를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이다. 은행의 가계대출이 제한돼온 상태에서 신용카드 회사들은 개인대출이 필요한 고객을 광범위하게 끌어들일 수 있었던 셈이다.하지만 은행들이 개인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려고 노력하는 최근상황은 신용카드 사업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수 있다.또한 서로 다른 회사가 발행한 여러 종류의 신용카드간에 차별성을찾기도매우 어렵다. 결국 모든 카드는 상품에 대한 대금을 지불할수 있게 해주는 플라스틱일 뿐이다. 한국의 신용카드 회사들은 지금까지 부가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확대해왔다. 예를들면 결혼 행사관련 서비스나 공항 주차 서비스, 면세점에서의 할인 서비스, 법률지원 서비스 등과 같은 것들이다.부가 서비스 중에 몇가지는 카드 사용자들에게 정말 유용하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부가 서비스는 사실상 피부로 느낄만한 효용성은 제대로 주지 못하면서 카드 사용의 복잡성만 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카드가 거의 똑같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카드회사들은 부가 서비스를 통한 차별화에 실패했다.이제 새로운 유력한 경쟁자들이 신용카드 업계에 진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롯데백화점은 1백80만명의 백화점 카드 고객을 기반으로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와 SK또한 다른 사업부문의 고객을 기반으로 신용카드 시장에 뛰어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이런 새로운 신용카드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카드 시장에 카드숫자만을 하나 둘 더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미국으로부터의 교훈미국의 신용카드 시장은 이미 10년전에 성숙 단계에 도달했다. 당시에는 은행들이 신용카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가격을 가지고 경쟁하지는 않았으며 많은 전문 신용카드 회사들이존재했다. 이들 전문 신용카드 회사들이야말로 지난 10년간 미국신용카드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며 경쟁력을 키워온장본인들이다.90년만 하더라도 당초 은행에서 신용카드 회사로 전환한 MBNA가 상위 10위 안에 드는 유일한 비은행계 카드였다. 그러나 97년에는 하우스홀드 캐피털원 어드밴타 등과 같은 전문 신용카드 회사가 속속10위권에 진입했다. 98년에 들어서 다시 은행들이 인수합병에 의한통합력과 거래 기반을 통해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전문카드회사들의 저력은 대단하다.플리트 파이낸셜이란 은행은 신용카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신용카드회사인 어드밴타를 인수했다.전문 신용카드 회사들은 시장의 평균 성장률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예를 들어 어드밴타는 시장의 연간 평균 성장률이 15%였던1991년부터 95년까지 매년 41%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문 신용카드회사들은 카드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왔으며 이 결과 30%가 넘는 ROE(Return On Equity:자본이익률)를기록할 수 있었다.수익성과 성장률이 높은 전문회사들의 특징은 신용카드의 기본에충실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은행 계좌에 잔액이 많고 연체 위험이적은 잠재 고객을 선정, 집중 공략한다. 또 복잡한 알고리즘(정보처리 단계)을 활용, 적정한 수준의 가격을 결정하며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한다. 이런방법을 통해 전문 신용카드 회사들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수익성이 높은 고객을 경쟁자들보다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MBNA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MBNA는 고객들을 서로 비슷한 특성을 가진 그룹끼리 분류, 4천개의 서로 다른 고객 그룹을구축했다.예를들면 특정 대학 졸업생 그룹이나 변호사 그룹, 교사 그룹 등이다. MBNA는 또 신용카드에 회사 이름 대신 대학 이름이나 직업의명칭 등 그 고객이 속한 그룹의 이름을 넣는다. MBNA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낮은 이자율보다 자신의 출신 대학 이름이 기재된카드를 갖고 다니는데 더 큰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며 결과적으로수익성이 높은 고객들이다.MBNA는 신규로 카드를 발행할 때도 아주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친다. 전체 카드 신청자 중 50% 이상이 카드 발급을 거절당할 정도다. 신규 카드 발행을 신중하게 하는 대신 MBNA는 수준 높은 고객서비스를 통해 기존 고객 유지율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MBNA의 기존 고객 유지율은 98%에 달하는데 이는 시장의 평균 유지율 85%보다 높은 비율이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가장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객 유지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올라간다는 뜻이다.또 다른 예로써 어드밴타는 고객에 대한 섬세한 직접 마케팅과 개별 고객에 대한 미시적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여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어드밴타는 1천5백만명의 선별된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어드밴타는 고객들의 신상명세에 따라 서로 다른 이자율을 적용한 상품을 소개하는 우편물을 이 고객들에게 보낸다. 어드밴타는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회사 내부적으로 미리 검토한 적정한 이자율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사업 수지를 맞추는 한편 고객 유지율도 높이려 노력한다.한편 캐피털원은 고객별 신용 특성을 결정하지 않은 채로 매년 2억여명을 대상으로 우편물에 의한 마케팅을 시행해오고 있다. 캐피털원은 서로 다른 이자율과 지불 기간을 조합해 만든 3천여개의 서로다른 상품을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상품중에서 가장 적합한 상품을 가장 적합한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연간 평균 6천번 정도의 테스트를 거친다.◆ 한국을 위한 교훈한국의 어떤 회사도 MBNA나 어드밴타처럼 성공할 수 있다. 삼성카드나 LG카드와 같은 전문 신용카드 회사든, 외환은행 등과 같은 은행이든, 롯데백화점과 같은 유통업체든 어떤 산업에서 출발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현재의 고객군과 잠재 고객에 대해 얼마나세밀하게 이해하고 있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거래 기록을 분석,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다.미래의 승자로 남기 위해서는 세계적 신용카드 전문회사들의 성공요소들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연구해야만 한다. 특히 현재의 고객을 다음의 6가지 기준에 맞춰 검토, 분류한뒤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첫째, 고객 각각의 위험 비용을 포함한 수익성을 파악하라. 둘째,수익성이 높은 고객이 계속 고객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익성 수준별로 고객 유지율을 측정하라.셋째, 고객 유지율을 올리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라. 넷째, 수익성이 낮은 고객에 대처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라. 다섯째, 서로 다른고객들의 행동이 카드 사용액 증가와 같은 회사의 수익으로 연결될수 있도록 유도하라. 여섯째, 수익성 제고를 위하여 요금과 이자지불액을 변화시켜라.이런 6가지 방침과 함께 수익성이 높은 고객을 선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위험도를 측정하기 위해 세계최고 수준의 신용 기록과 평가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고객의 행동양식을 통해 위험 평가 정도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고△광범위한 고객보다는 목표 고객에 집중적으로 마케팅해야함을 의미한다.그렇다면 과연 어떤 회사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인가. 우선 고객군을 정확히 파악하는 회사가 가장 유리하다. 고객에 대한 정보에접근할 수 있는 회사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고 할수 있다.카드 회원수가 많은 회사들은 이런 정보에 상당히 접근해 있다. 예를들어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카드에 대한 기존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카드 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어떤 산업에서 출발한 회사가 특히 신용카드 사업에서는 불리하다거나 유리하다고 할수 없다. 핵심적인 성공 요인은 고객 정보를 마케팅과 신용 위험 평가, 상품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경영 능력일 뿐이다. 효과적인 정보 관리를 통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야말로 미래의 승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